'투수' 장기영을 '타자'로 만든 심재학 코치의 조언

by정철우 기자
2010.07.02 09:11:11

▲ 사진=넥센 히어로즈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넥센 톱타자 장기영(28)은 2010시즌 히트 상품 중 하나다. 투수에서 전향한 타자 3년차. 그러나 장기영은 보란 듯 A급 톱타자 반열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 놓고 있다.

1일 현재 타율 3할2푼6리 21도루 38득점을 기록하며 넥센 공격의 첨병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1일 잠실 LG전서도 5타수 2안타 2도루 2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넥센이 진흙 속에서 발견해 낸 또 하나의 보석이다.

그러나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투수에서 타자로 성공적인 변신을 할 수 있었는지는 잘 알려진 것이 없다. 주로 2군에서 보이지 않는 땀을 흘려왔기 때문이다. 그에게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람은 많지 않다.

장기영이 타자로 전향하게 된 건 빠른 발 때문이었다. 투수로 대성하기 보다는 타자로 나서 빠른 발을 활용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처음엔 그저 발만 빠른 선수였다. 거친 원석 속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장기영이 알을 깨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부터다. 심재학 코치가 2군 타격 코치로 부임하며 새로운 눈을 뜨게 됐다.
▲ 사진=넥센 히어로즈
심 코치는 당시 장기영을 "그저 모든 것이 직진이었다. 무조건 세게 치는 것만 할 줄 아는 선수였다. 힘이 잔뜩 들어간 스윙 탓에 타이밍을 좀처럼 맞히지 못했다. 특히 변화구 공략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고 회상했다.

곧바로 맞춤형 변신 작업이 시작됐다. 우선 타자로서 타석에 설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시급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스윙에서 힘 빼기. 스윙을 처음부터 시작해 세게 치려고만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간결하고 가볍게 일단 공을 맞힐 수 있도록 바꿔나갔다.



타격의 기본은 물론 공을 세게 받아치는 것이다. 쌕쌕이형 타자라 해도 공 맞히고 뛰기만 해선 더 큰 성공을 이루기 어렵다.

그러나 장기영을 일단 타자답게 만드는 것이 먼저였다. 타이밍도 반 타이밍으로 맞히고 짧고 빠르게 맞히는 타격을 먼저 시도했다.

쉽지 않은 길이었다. 그저 힘껏 부딪히는 야구에 익숙해져 있던 장기영에게 힘 빼고 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많이 치며 바꿔갈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빠른 티' 훈련을 중점적으로 했다. 빠른 티 치기는 코치가 옆에 서서 공을 여러게 손에 쥔 뒤 직선으로 빠르고 연속적인 토스 배팅볼을 던져주는 훈련을 말한다.

한마디로 쉴 틈이 거의 없는 티 배팅이다. 그러나 장기영은 이 훈련을 무려 500~700개 사이를 소화했다. 그 틈에도 자꾸 옛 버릇이 나와 심 코치에게 꿀밤도 수차례 맞아야 했다. 결국 쉴 틈 없이 날아오는 공을 받아치며 장기영의 힘을 뺀채 빠르게 공을 맞히는 타격폼을 몸에 익힐 수 있었다.

두번째로는 심리적인 교육이 이뤄졌다. 심재학 코치는 타자에서 투수, 다시 타자로 전향한 경험을 갖고 있는 지도자다. 야구에서 투수와 타자 사이에서 변신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음은 물론이다. 장기영에겐 최적의 코치를 만난 셈이다.

심 코치는 시간날 때마다 "남들보다 늦었지만 네게도 분명한 장점이 있다. 투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타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타자들에 비해 투수 심리를 잘 알고 있으니 그만큼 노림수 갖기가 수월해 질 것이다. 그건 아무나 얻을 수 없는 선물"이라고 조언했다. 성공할 수 있을까 두려워하고 있던 장기영에게 매우 큰 힘이 된 말들이었다.

심 코치는 "아직 장기영이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있다. 주루할 때 보면 알겠지만 여전히 직진성향이 남아 있다. 좀 더 세련된 타자가 되기 위해선 지금의 자신감을 통해 업그레이드를 시도해야 한다. 워낙 열심히 하는 선수인 만큼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