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루수를 말하다②]선수들이 말하는 1루 수비
by정철우 기자
2010.03.19 11:08:10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이전과 달리 좌타 거포들이 대거 등장하며 1루에도 빠른 타구들의 비율이 크게 늘었다. 빠른 타구 처리가 많다며 3루에 붙여진 '핫 코너'라는 별칭은 이제 1루와 나눠야 할 때가 됐다.
2루수에서 1루수로 변신한 안경현(SK)은 "처음 1루를 했을 땐 정말 편하다는 생각을 했다. 2루수에 비해선 훨씬 부담이 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1루수를 하면 할수록 쉽지 않은 자리라는 걸 느끼게 됐기 때문이다.
안경현은 "1루수는 절대 아무나 가서 떼울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단순히 빠른 타구가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세밀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밀한 부분의 대표적인 예는 좌투수 때 빠른 1루 주자가 있는 상황. 간혹 투구동작에 들어가기 직전, 주자가 스타트를 끊는 경우가 있다. 투수는 재빨리 1루로 공을 던진다. 이때부터가 1루수의 능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안경현은 "이때 공을 던지는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2루 커버 들어오는 야수의 타이밍을 봐야 하고 주자가 맞아서도 안된다. 실수 없이 이 수비를 마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별 것 아닌 듯 보일지 몰라도 1루수 수비 하나에서 승부가 갈릴 수 있다. 반복 연습과 출장을 통해 경험을 쌓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투수들이 느끼는 1루수비는 어떤 것일까. 수준급 좌타자들을 주로 상대해야 하는 좌완 스페셜리스트인 류택현(LG)에게 물었다.
류택현은 "강한 좌타자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1루 수비가 중요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좌투수 보다는 우투수들에게 더 절실해졌다. 좌투수는 아무래도 좌타자 바깥쪽 승부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좌완투수가 강한 좌타자를 상대할 때 주무기는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다. 이 공에 좌타자가 말려들어 무리하게 잡아당기면 평범한 타구가 1루로 굴러가게 돼 있다는 의미다.
류택현은 "좌투수의 경우라도 실투가 되면 1,2루간으로 안타가 나온다. 만약 이 공을 1루수가 잘 잡아준다면 정말 큰 힘이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좌타자 풀 히터에게 가장 답답함을 안겨주는 빼어난 1루수는 누구일까. 대표적인 좌타 거포 최형우는 주저없이 "SK 박정권"을 꼽았다.
최형우는 "수비력은 박정권 선배가 가장 좋은 것 같다. 빠졌다 싶은 타구도 어떻게든 앞에 떨어트려 놓는다. SK가 플래툰 시스템을 활용하지만 좌타자들이 많은 팀에는 늘 박정권 선배가 1루수를 맡는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 나같은 경우는 하루에 3번이나 막힌 적도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