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8.10.06 09:33:39
A1그랑프리 첫 출전 한국, 본선 피처레이스 7위 '기염'
한글 문양으로 유니폼·차량 꾸며 퍼포먼스
[조선일보 제공] 두두두둥…. 배기량 4500㏄, 600마력, 최고시속 300㎞를 거뜬히 넘는 페라리 엔진이 천천히 소리를 내뱉었다. 자국을 대표하는 형형색색의 차량들은 귀를 찢는 듯한 굉음을 내며 서킷(경주용 도로)을 질주했다.
흰색 바탕에 붉은색과 파란색이 들어간 차량도 힘차게 시동을 걸며 서킷에 진입했다. 머신 뒷날개 앞쪽엔 '독도는 한국 땅', '대한민국'이라는 한글이 선명했다. "코리아(Korea), 코리아 팀 스타트." 방송 중계 아나운서의 말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21년의 모터스포츠 역사를 가진 한국이 세계 정상급 대회에 첫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모터스포츠의 월드컵' A1그랑프리 2008-2009 시즌이 네덜란드 잔트푸르트(Zandvoort)에서 4일(이하 한국시각) 개막했다. 한국 대표인 'A1팀코리아'는 이날 예선에서 17개국 중 15위로 호된 신고식을 치르며 5일 본선에 올랐지만 180㎞를 약 70분 동안 달리는 본선 피처레이스에서 8계단이나 껑충 뛴 7위를 기록했다. 대회 종합순위는 8위. 한국팀은 대회 첫 참가에서 포인트 4점과 상금 2만5000달러를 거머쥐는 이변을 일으켰다. 피처레이스 우승팀 프랑스는 포인트 15점과 우승상금 20만 달러를 받는다.
1993년 파리-다카르 랠리에 출전했지만 완주에 실패했던 한국의 '1세대 드라이버' 황운기(57)의 아들인 A1팀코리아의 메인드라이버 황진우(25)는 아버지의 아쉬움을 푸는 겹경사도 누렸다.
A1그랑프리는 유일하게 국가대항전으로 열리는 모터스포츠 대회. 4회째인 올 시즌엔 24개국이 참가했고, 잔트푸르트 대회엔 17개국이 출전했다. 매 대회마다 걸린 상금은 총 100만 달러. 내년 5월까지 10번의 대회가 예정돼 있다. 스프린트(24분 내 주행)와 피처(180㎞ 주행)가 치러진다.
A1 팀코리아의 운영사인 ㈜굿이엠지의 이혁수 대표와 김정용 구단주는 유명 디자이너 이상봉씨의 도움을 받아 개막일에 한글 문양으로 유니폼·헬멧·차량 등을 꾸민 '한글패션'을 선보였다. 김 구단주는 "미국 유학 시절 한국 역사를 일본 책에서만 찾을 수 있었던 안타까움을 떠올리며 '독도는 한국땅' 퍼포먼스를 계획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