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한국축구 3] 라이벌, 시민구단 Up, 국가대표 Down
by김삼우 기자
2007.12.26 13:29:14
| ▲ 시즌 막판 시민구단 돌풍을 이끈 김호 감독 [사진제공=대전시티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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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성적들이 워낙 안 좋아서요...”
지난 11월 바레인과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최종전을 앞두고 대한 축구협회 관계자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축구가 이젠 올림픽 본선 진출 정도는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올 한해 각급 대표팀이 부진, 올림픽 대표팀마저 그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스러웠던 것이다.
다행히 박성화호는 바레인과 득점없이 비겨 6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뤘지만 3경기 연속 0-0으로 비기는 졸전을 펼쳐 팬들의 환호보다는 '실망스럽다'는 지적을 더 많이 받았다.
대표팀뿐만이 아니었다. 밝은 일도 있었지만 K리그를 비롯, 각급 대회에서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가 이어지는 등 2007년 한국 축구는 우울했다.
그나마 한국 축구가 희망을 찾은 것은 K리그에서 발견한 의가능성이었다. 4월 8일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이대표적이었다. 이날 경기장에는 5만5,397명의 관중이 입장, 한국 프로축구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프로축구 뿐만 한국 프로 스포츠에서 5만 관중을 넘어서기는 처음이었다.
김호 감독의 수원, 조광래 감독의 안양 LG 시절부터 비롯된 양 팀의 라이벌 의식이 차범근(수원)-세뇰 귀네슈(FC 서울) 등 스타 감독과 스타 선수들의 맞수대결로 이어지면서 팬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끌어낸 결과였다. K리그에서 FC 서울과 수원이 쓰고 있는 라이벌 스토리는 프로 축구가 살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들의선전도 신선했다. 재정적으로 열악한 시민구단들은 성적면에서 상대적인 열세를 면치 못했으나 올 시즌 경남은 정규리그 4위를 차지하는 깜짝 돌풍을 일으켰고, 대전은 기적 같은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뤘다. 시민구단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과시한 분전이었다. 다만 시민구단들은 여전히 자체 생존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대표팀 가운데 은 실패를 하고도 호평을 받은 케이스다. 가능성 때문이었다. 대표팀은 지난 7월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본선에서 2무1패로 예선탈락했지만 이전 세대와는 다른 창의적이고 조직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브라질 등 강호들과 대등하게 맞서 한국 축구의 ‘골든 세대’로 주목을 받았다. 이상호(울산 현대) 이청용 기성용(FC 서울) 등 당시 멤버들은 소속팀은 물론 올림픽 대표팀에서도 주전급으로 도약, ‘젊은 피’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 ▲ 아시안컵 기간 동안 음주 파문을 일으켰던 우성용-이운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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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올 한해 수모의 연속이었다. 20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이 세계선수권 16강 진출에 실패한 것을 비롯 성인 대표팀은 아시안컵에서 3위를 하고도 답답한 경기력으로 팬들의 질타를 받았고 결국 핌 베어벡 감독의 중도퇴진으로 이어졌다.
특히 은국내에서 개최된 세계 청소년 선수권 본선에서 졸전 끝에 1승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 충격을 안겨줬다. 2년여의 합숙훈련을 하고도 16강 진출이 좌절된 것을 두고 ‘미스터리’라고도 했다.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이 본선 진출에 성공, 체면치레를 했지만 역시 골 결정력 부족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또 은 이운재 이동국 김상식 우성용 등 고참들이 대회중 숙소를 이탈, 음주를 한 것으로 밝혀져 국가대표 1년 자격 정지 등의 중징계를 받는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실패와 파문은 K리그에서도 이어졌다. 우선 내로라하는 구단들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팀들에게 속속 무너져 위기감을 심어줬다. 지난 시즌 FA컵 우승팀 전남이 J리그의 가와사키 프론탈레에 참패(1-3, 0-3패)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고, 지난 대회 챔피언 전남과 지난 시즌 K리그 우승팀 성남 일화는 J리그 챔피언 우라와 레즈에 8강전과 4강전에서 각각 덜미를 잡혔다. 아직은 K리그의 열세를 이야기할 수 없지만 K리그 구단들의 분발이 요구됐다.
그라운드에서는 선수들의 추태가 유난히 많았다. 안정환(수원 삼성)은 9월 10일 FC 서울과 2군 경기 도중 상대 서포터스의 야유를 참지 못하고 관중석에 뛰어드는 사건을 일으켰다. 순간적인 감정을 이기지 못한 안정환의 잘못도 컸지만 상대 선수에게 ‘인신공격성’ 야유를 거침없이 보내는 도도마 위에 올랐다.
9월 22일 열린 인천-수원 삼성전에선 인천의 임중용과 수원의 에두가 서로 침을 뱉고 이 장면이 전광판에 상영되면서 흥분한 관중들이 그라운드에 이물질을 투척, 난장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10월 3일 FA컵에선 인천의 방승환이 전남과 4강전에서 웃통을 벗어던지고 심판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다 1년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울산의 김영광은 10월 21일 대전과 6강 플레이오프 도중 관중이 던진 물병을 관중석으로 되던져 물의를 빚었다.
또 N리그에서는이11월 23일 울산현대미포조선과 가진 챔피언 결정 1차전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선수 5명이 퇴장당해 실격패를 당하는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김정겸 수원 시청 감독까지 레드카드를 받았고, 선수가 그라운드 밖에 있던 대기심에게 스로인을 던지는 어처구니없는 장면도 연출됐다. 추태 시리즈의 결정판이었다.
이 같은 소동 끝에 이 우승, K리그 입성 자격을 얻었지만 내외부 사정을 들어 스스로 승격을 포기, 기대됐던 승강제 도입은 올해에도 불발됐다. 한국 축구의 현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