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혼냈던 엄마, '기쁘다' 축하문자 보내줘"...'40대 金' 김관우의 ...

by이석무 기자
2023.09.29 11:51:41

28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스트리트 파이터 V 결승전에서 대만의 샹여우린을 세트 점수 4-3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획득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상 최초의 아시안게임 e스포츠 금메달리스트가 된 김관우(44)는 ‘격투게임의 고인물’로 불린다.

10대 시절 동네 오락실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V’를 처음 접한 김관우는 40대 중반이 될 때까지 30년 가까이 꾸준히 실력을 연마해 세계 최고 자리에 섰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초대 챔피언에 오른 동시에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최고령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김관우는 28일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V 결승전에서 대만의 샹여우린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의 주캐릭터인 ‘베가’를 앞세운 김관우는 동갑내기인 샹여우린과 7세트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극적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관우는 금메달을 나고 난 직후에는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다음날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선 펑펑 눈물을 쏟았다. 어릴적 게임을 하는 것을 반대했던 어머니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김관우는 29일 중국 항저우의 한 호텔에 마련된 대한체육회의 스포츠외교라운지에서 열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게임을 할 때 혼냈던 어른 중에 축하 인사를 해 온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김관우는 “게임 할 때 혼내셨던 어른은 저희 엄마밖에 없는데 어머니는 아직도 이런 걸 잘 모르신다”며 “다른 분이 알려주셔서 아들이 금메달 땄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하는데 ‘어설픈’ 문자로 ‘너무 좋다. 기쁘다’고 해주셨다”고 말한 뒤 눈물을 흘렸다.

나이 먹고도 게임을 계속한다는 편견도 김관우가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인생을 쏟아부었다.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되기 전부터 세계 무대에서 최고로 인정받았던 그다. 그런 가운데 e스포츠가 정식종목이 됐다는 소식은 그의 의지를 더욱 불타게 만들었다. 이번 대회를 위해 길게는 하루 10시간까지 맹훈련을 펼쳤다.

김관우는 “스트리트 파이터는 오락실에서 하는 것이고 하러 가면 항상 혼나던 게임이다”며 “어릴 때 게임을 좀 하셨다면 안 맞아본 분이 없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래도 항상 좋아했고, 옆구리를 맞아가면서도 놓지 않았던 의지와 강한 승리욕으로 지금까지 왔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이어 “도전해보자는 생각으로 선발전에 출전하고 최선을 다해 우승해 국가대표가 됐다”면서 “오래 게임을 해 왔지만, 성장하면서 아시안게임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금메달이라는 결과를 얻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함께 기자회견장에 자리한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도 김관우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한국 선수 중 하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가장 많이 딴 선수(6개)가 된 구본길은 “나도 격투 게임을 즐긴다. 특히 ‘철권’을 잘하고 요즘도 한다”며 “e스포츠든 스포츠든 중요한 것은 집중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