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남아공) 허정무-라예르백의 '동상동몽'
by송지훈 기자
2010.06.22 09:03:22
[남아공 = 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권을 놓고 '운명을 건 승부'를 준비 중인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두 사령탑이 똑같은 목표를 제시하며 승리를 장담하고 나섰다.
허정무 한국축구대표팀 감독과 라스 라예르백 나이지리아대표팀 감독은 지난 21일 밤(이하 한국시각)에 나란히 맞대결 장소인 더반스타디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먼저 입장을 밝힌 쪽은 허정무 감독이었다.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대동하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그는 '16강 진출 경우의 수'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 "물론 다른 경기도 지켜봐야겠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얼마나 좋은 경기를 펼치느냐 하는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허정무 감독은 "매 경기 상대에 따라 출전 선수 개개인의 역할이나 대응 전략이 조금씩 달라진다"면서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팀이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한 기본은 변함 없이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대의 특성을 감안한 대응 노력은 게을리하지 않되, 우리 스스로의 무게 중심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행하겠다는 이야기다.
몇 시간 후 같은 자리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개최한 라예르백 나이지리아 감독의 발언 또한 대동소이했다. 한국에 대한 대비과정을 묻는 질문에 "한국 선수들의 경기에 대해서는 이미 분석이 완료됐다"고 답한 그는 "상대에 대한 분석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스스로의 경기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치른 조별리그 두 경기서 모두 패했지만,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고 밝힌 라예르백 감독은 "한국전에서는 내용도 좋고 결과도 좋은 경기를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전을 통해 전 세계에 우리가 얼마나 훌륭한 팀인지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도 내놓았다.
결국 정리하면, 양 팀 모두 주도권을 장악하며 경기 분위기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든 후 본격적인 골 사냥에 나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경기 초반에 펼쳐질 치열한 기 싸움 결과에 축구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 기선을 제압한다면 플레이스타일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지만, 반대로 흐름을 빼앗길 경우엔 자신들만의 호흡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허정무 감독과 라예르백 감독의 생각은 '동상동몽(同床同夢 : 같은 침대에서 같은 꿈을 꾼다는 뜻)'이라는 변형된 사자성어로 표현 가능하다. '남아공월드컵'이라는 침상(同床)에 나란히 누워 '경기 주도권 장악을 통한 16강 진출'이라는 꿈(同蒙)을 꾸고 있다는 이야기다.
두 감독이 나란히 꾼 '동상동몽' 중 어느 쪽이 진짜 꿈이고 어느 쪽이 백일몽인지의 여부는 오는 23일 새벽 3시30분 더반 스타디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