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김광삼-서승화, 시련 딛고 재기투 'LG 새 희망 될까'

by이석무 기자
2010.04.12 10:31:58

▲ LG 김광삼, 서승화. 사진=LG 트윈스
[이데일리 SPN 이석무 기자] LG 투수 김광삼(30)과 서승화(31)의 야구인생은 참으로 기구했다. 프로에 데뷔한 뒤 야구선수로서의 성공 대신 훨씬 큰 시련을 겪어야 했다. 프로야구의 '풍운아'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김광삼은 투수에서 타자로 변신했다가 다시 투수로 돌아온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고교시절 특급유망주로 주목받았던 김광삼은1999년 LG 유니폼을 입은 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22승을 챙기며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2006년 팔꿈치 수술 후 재기에 실패하면서 투수로서의 생명이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였다.

어쩔 수없이 타자로의 변신을 선택했지만 두터운 LG 외야진을 뚫기란 쉽지 않았다. 다행히도 공백기간 동안 팔꿈치가 회복된 김광삼은 다시 투수 복귀를 선택하는 등 심한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서승화는 '그라운드의 악동'이라는 별명답게 2002년 프로데뷔 후 안좋은 이유로 유명세를 탔다. 특히 2003년 이승엽과의 빈볼 난투극은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그라운드 폭력을 일으키는 빌미가 됐다. 이듬 해에는 플레이 도중 주자의 다리를 거는 비신사적 행위로 두 차례나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 해 네 차례나 퇴장을 당해 한 시즌 개인 최다 퇴장 신기록의 불명예까지 뒤집어썼다.

2년간의 병역의무를 마치고 재기를 노린 서승화는 지난 해 선발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여주는듯 했다. 하지만 2군에 있을 당시 후배를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다시 날개를 접어야 했다.

이처럼 드라마와 같은 야구 인생을 걸어온 김광삼과 서승화는 나란히 올시즌 LG 선발진의 기대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광삼은 11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로 나서 5⅓이닝 동안 9피안타 4실점(3자책점)으로 막은 뒤 타선의 도움을 받아 승리투수가 됐다. 승리투수가 된 것은 2005년 9월 28일 문학 SK전에서 구원승을 거둔 후 1656일 만이었고 선발승은 2005년 9월 8일 잠실 KIA전(5이닝 1피안타 무실점) 이후 처음이었다.

누구보다 기다렸고 의미있는 승리가 아닐 수 없었다. 피안타가 다소 많았지만 공격적인 투구로 대량실점을 면했고 결국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박종훈 감독도 불안한 김광삼을 강판시키지 않고 5이닝 이상 책임지게 하는 등 믿음을 심어줬다.



서승화 역시 전날 인상적인 호투를 펼쳤다. 서승화는 10일 두산전에서 선발 등판해 5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구원투수진이 역전을 허용하는 바람에 프로데뷔 첫 선발승은 날아갔지만 삼진을 6개나 빼앗는 등 선발투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김광삼과 서승화의 분전은 LG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현재 LG 선발진은 당초 계획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에이스 봉중근은 정상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하고 2군으로 내려갔고 외국인투수 곤잘레스도 상대팀 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부상에 시달렸던 박명환이 돌아왔지만 아직 예전 전성기 시절의 구위는 되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김광삼과 서승화가 선발투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LG 마운드에 있어 희망의 빛이나 다름없다.

구위만 놓고보면 두 선수 모두 손색이 없다. 김광삼은 과거에 비해 빠른공 구속이 다소 떨어졌지만 슬라이더, 포크볼 등의 변화구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서승화는 중요한 순간 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빛을 발했다. 서승화의 예리한 체인지업에 두산 타자들은 허공에 스윙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김광삼과 서승화가 LG의 확실한 선발투수로 자리잡기 위해선 넘어야 할 벽이 아직 많다. 가장 큰 고민은 고질적인 제구력 난조다.

지난 등판에서 서승화는 5이닝 동안 2피안타 1실점만 내줬지만 볼넷은 무려 6개나 허용했다. 두산 타자들이 서승화의 안좋은 공에 배트를 내면서 큰 실점을 모면했지만 전체적으로 투구 내용은 불안한게 사실이었다. 5회까지의 83개의 공을 던질 만큼 투구수가 많았다.

김광삼은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였지만 공이 가운데로 몰리는 경우가 많다보니 피안타 빈도가 높았다. 두산전에선 변화구가 효과를 발휘했지만 선발투수로서 길게 활약하기 위해선 직구 위력과 제구력을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쨌든 김광삼과 서승화는 긴 방황을 딛고 힘겹게 1군 마운드에 복귀했다. "먼길을 돌아온 것 같다. 야구장에 있다는 것 조차 행복하다"는 김광삼의 말 처럼 이들이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을 딛고 선발투수로서 뿌리를 내리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