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 중간결산 ①]반환점 지난 부산 '항해 이상 없음'

by김용운 기자
2009.10.13 10:49:11

▲ 지난 8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해운대(부산)=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지난 8일, 9일간의 일정으로 개막한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가 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70여개국 355편의 영화가 초청됐고, 지난해보다 10억원 가량 늘어난 99억 5000여만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규모와 예산 면에서 단연 역대 최고다. 

이렇듯 외형이 확대된 부산영화제는 월드프리미어와 인터내셔널프리미어 작품이 140여편에 달하는 등 영화제 자체의 내실도 다졌다는 평가다. 또한 개막식에는 150여명의 국내외 톱스타가 참석해 ‘별들의 잔치’를 벌였고 이는 전국에 생중계 됐다. 부산영화제의 높아진 위상을 방증하는 일이었다.

그동안 거듭됐던 영사 사고와 예매시스템 다운 등 진행할 때 미숙했던 점도 많이 줄어들었고, 관객들의 관람문화도 한층 성숙해진 모습이다. 신종플루의 위협도 부산영화제의 철저한 사전예방조치로 찾아보기 어려웠다. 덕분에 예년에 비해 영화제 중반까지 '별탈'이 없다는 영화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영화제 관객들의 입소문을 형성할 만큼 뚜렷한 화제작이 없다는 것, 영화제 중반이 지나면서 영화제를 찾는 스타들이 급격히 줄어든 점 등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올해 부산영화제의 초반 열기는 개막식에서부터 뜨거웠다. 150여명의 국내외 톱스타들이 1시간30여분에 걸쳐 레드카펫에 올라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내서다. 특히 올해는 개막작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주인공인 장동건을 필두로 ‘나는 비와 함께 간다’로 뭉친 이병헌, 조쉬 하트넷, 기무라 타쿠야 등 꽃미남 스타들의 참석으로 어느 해 보다 여성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 지난 10일 열린 부산영화제 이병헌, 조쉬 하트넷, 기무라 타쿠야 오픈토크

특히 이병헌과 조쉬 하트넷 기무라 타쿠야가 관객들을 직접 만난 10일 ‘오픈토크’에서는 부산영화제 오픈토크 역사상 가장 많은 2000여 관객이 몰려 해운대 바닷가를 가득 메웠다. 또한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으려는 언론들의 취재경쟁도 치열했다. 이병헌, 조쉬 하트넷, 기무라 타쿠야의 오픈토크를 취재하기 위해 기자들은 아침부터 자리를 잡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는 기자들뿐만 아니라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일본 팬들은 새벽부터 와서 자리를 맡았다. 당시 오픈토크는 오후 1시에 시작이었다.

부산영화제는 국내 영화 제작사와 투자사들이 자신들의 사세를 과시하는 기간으로도 활용됐다. 덕분에 부산영화제는 매일 밤 ‘CJ의 밤’ 혹은 ‘쇼박스의 밤’ 등 제작사와 투자사들이 주최하는 파티들로 연일 북적거렸다. 이런 파티는 대게 다음해 라인업을 발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2007년을 기점으로 한국영화의 거품이 꺼지고 그 여파로 한국영화 제작환경이 악화되자 이러한 행사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올해 역시 이러한 추세가 이어졌다. CJ와 쇼박스 외에는 공식적인 파티를 연 한국 제작사나 투자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와 영상산업에 대해 진지한 모색을 논의하는 세미나와 컨퍼런스는 예년보다 한결 많아졌다. 특히 아시아 영화의 허브를 지향하는 부산영화제답게 아시아권 내에서 합작영화 케이스를 연구하는 세미나 등은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가령 오우삼 감독의 ‘적벽대전’에 대해 한중포럼케이스 스터디가 열린 것이나 유럽의 영화 프로듀서 교육 및 네트워킹 기관인 유럽영상산업기구(EAVE)의 강의 등은 영화 실무자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이밖에 영화제 중반까지 3D 컨퍼런스 세미나, 필리핀 독립영화 특별전 세미나, 영화저작물 보호기술 세미나 등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들이 열렸다.



영화제의 중심은 단연 영화 그 자체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큼 새로운 영화가 많으면 영화제는 다른 흠이 있더라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 부산영화제는 행사 중반까지 영화제 규모에 비해 화제작이 드물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2006년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처럼 관객들의 입소문이 자발적으로 형성된 영화가 별로 없어서다. 또한 배우들이 파격적인 연기변신을 선보인 작품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 관객들의 평이다.

이에 대해 부산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올해 상영된 작품들 중에는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작품들보다 진지한 주제의식과 성찰이 보이는 작품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며 “이런 경향은 올 한해 세계 영화계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9일 일정의 절반을 넘어선 부산영화제는 13일 오후 '마더' 관객과의 대화에 봉준호 감독과 원빈, 김혜자가 참석해 영화제 후반부를 빛낼 예정이다. 14일에는 세계적인 연기파 배우 틸다 스윈튼이 갈라프레젠테이션 '아이 엠 러브'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인사한다. 영화제의 종반부인 15일에는 '호우시절'의 오픈토크 가 열려 허진호 감독, 정우성, 고원원이 부산영화제의 관객들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