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스 이동준, '야생마'에서 '준마'로 거듭나기

by노컷뉴스 기자
2007.09.23 21:29:34

[노컷뉴스 제공] 한 마리의 야생마다. 겅중겅중 거침없이 뛰어올라 리바운드를 걷어내더니 질풍처럼 달려나가 속공을 성공시킨다. 패스미스 등 실책을 범하면 큰 소리로 "미안해!"하면서 역시 큰 동작으로 왼손바닥을 오른 주먹으로 치며 아쉬워한다.

대구 오리온스 신인 이동준(27 · 198cm) 얘기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선수로, 귀화 전 이름인 '다니엘 산드린'으로도 유명한 이동준은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오리온스 유니폼을 입었다. 일본 도쿄 전지훈련 중인 오리온스 이충희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이동준을 올시즌 팀 성적을 좌우할 '키플레이어'로 꼽고 있다.

▲이동준, 오리온스 고질병 '장신 콤플렉스'의 해결책

무엇보다 이동준은 팀의 고질적인 장신 콤플렉스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승현-김병철 등 리그 정상급 가드진을 보유한 오리온스는 그러나 상대적으로 장신 국내선수가 약했다. 지난해 주태수(200cm)가 입단했지만 서장훈(207cm), 김주성(205cm) 등 최고 기량을 갖춘 장신 선수들과 맞서기는 다소 버거웠다. 그러나 오리온스는 탄력이 좋은 이동준의 가세로 한층 수비력이 업그레이드된 주태수, 베테랑 이은호(197cm) 등과 함께 어느 팀 부럽지 않은 '탄탄한' 장신군단 구축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일본 현지 팀들과 연습경기에서도 이동준은 상당한 활약을 보였다. 지난 17일 일본 BJ리그 사이타마전에서는 3점에 그쳤지만 팀내 최다인 12리바운드를 걷어냈고 19일 도쿄전에서도 16점, 1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또 20일 사이타마전에서 24점 8리바운드의 팀내 최고기록을 세우면서 오리온스의 3연승을 이끌었다. 특히 사이타마전은 외국선수와 맞대결을 펼쳤음에도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오리온스가 미국에서 농구를 시작, 유럽리그를 거친 이동준에게 '용병급' 활약을 기대하는 이유다.


▲2년 간의 공백, 포지션 변경 극복이 관건



하지만 스스로나 코칭스태프를 통해 '조련'받아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신인 드래프트 전까지 최근 2년간 귀화 등의 문제로 운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 이동준 본인도 "2년의 공백이 있어 현재 경기감각은 65~70% 정도인 것 같다"고 할 정도다. 또 가드 출신이라 4번(파워포워드),5번(센터)으로 포지션 변경에도 적응기가 필요하다.

이충희 오리온스 감독은 "힘과 탄력 등 신체조건에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도 "넘치는 힘을 조절하지 못하고 있고 경기 중 위치 선정, 기술적인 면도 아직은 딱딱하고 거칠다. 전지훈련을 통해 점점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기술적인 부분과 함께 이동준이 역점을 두는 것은 체중늘리기다. 현재 98kg 정도인 몸무게를 105kg까지 늘릴 생각이다. 용병 등 상대 장신선수들과 골밑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이동준은 "예전 유럽리그에서 뛸 때는 110kg까지 나갔는데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서는 105kg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면서 "요즘은 웨이트트레이닝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삭발 각오 "팀 우승이 먼저지만 신인왕도 받았으면…"

이동준은 지난 8월 초 오리온스에 합류하면서 삭발을 했다. 지난 7월말 아시아농구선수권에도 짧은 머리로 출전했던 이동준은 삭발 이유에 대해 "농구에 전념하고, 새 출발을 앞두고 다시금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일단 목표는 팀 우승이지만 신인왕에 대한 욕심도 은근하다. "시애틀 퍼시픽대학 재학 시절 이후 우승이 없었다"는 이동준은 "오리온스 우승에 보탬이 되고 싶고 당연히 신인상을 받으면 더욱 기분이 좋을 것 같다"며 웃었다.

'야생마'에서 '준마'로 거듭나기 위해 스스로를 조련하고 있는 이동준. 팀의 기대대로 올 시즌 오리온스의 질주를 이끌 수 있을지 농구팬들의 기대가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