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철우 기자
2007.08.09 12:15:58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8일 주니치-히로시마전
주니치가 요즘 휘청이고 있습니다. 후반기들어 5승8패로 주춤하며 2위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1위 요미우리엔 3.5경기차로 뒤져 있고 3위권인 한신과 요코하마에는 1경기차만 앞서있을 뿐입니다.
으뜸 자랑거리던 불펜이 흔들리고 수비마저 불안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제일 잘 할 수 있었던 것들이 연달아 무너지니 그야말로 속수무책입니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가지 있습니다. 후쿠도메의 이탈이 그것입니다. 후쿠도메는 오른 팔꿈치 부상으로 현재 미국에 건너가 수술을 준비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올시즌은 물론 포스트시즌 출장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후쿠도메는 올시즌 썩 빼어난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습니다. 타율 2할9푼4리 13홈런 48타점. 81경기만 뛴 점을 감안하면 준수하긴 하죠. 하지만 후쿠도메라는 이름값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문제는 막상 빠지고난 뒤의 상황입니다. 오치아이 주니치 감독은 고참 이노우에와 젊은 피 도노우에로 돌려막아보고 있지만 무게감이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둘 모두 3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중이지만 같은 3할이어도 언제 치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요즘의 주니치 경기를 지켜보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후쿠도메에 비해 수비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덤으로 주어진 짐이죠.
급기야 오치아이 감독은 7일 경기서는 선발 라인업 3루수에 투수 나카타를 집어 넣는 위장 오더까지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고정 라인업을 선호하는 오치아이 감독이 위장 오더를 낸 것은 지난 2004년 이후 3년만의 일입니다.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중계를 하다 문득 지바 롯데 슐레타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슐레타는 지난해까지 소프트뱅크서 뛴 거포죠. 바비 밸런타인 감독이 이승엽이 떠난 한방잡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개인적 인연까지 앞세워 의욕적으로 영입한 선수입니다.
그러나 슐레타는 지난 5월 26일 이후 뛰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구(死球)에 왼쪽 새끼 손가락을 맞은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공을 맞은 뒤 한동안 경기에 나섰다는 점입니다. 타격할 때 쓰지 않던 부위였기 때문이죠. 슐레타는 배트의 밑둥을 감아쥐는 스타일인데요. 때문에 왼쪽 새끼손가락이 금이 갔어도 타격에 별 지장을 주지 않을거라 여겼던 겁니다.
하지만 그건 슐레타의 착각이었습니다. 공을 치면 칠수록 다른 손가락에서 손 전체에까지 영향을 주었던 겁니다. 결국 통증이 왼손에 전부 퍼져 더 이상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고 말았습니다. 부상이 더욱 장기화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국 슐레타의 왼쪽 새끼 손가락은 그의 타격에 보이지 않는 힘을 실어줬던 존재였던 셈입니다. 아프기 전까진 가치를 깨닫지 못했지만 막상 다치고 나니 그 존재감이 무겁게 다가온거죠.
야구는 개인 성적이 따로 집계되는 개인적인 운동입니다. 그러나 그런 개인이 모두 힘을 더해야 팀으로서 진짜 힘을 낼 수 있는 스포츠이기도 합니다. 후쿠도메와 슐레타의 새끼 손가락이 제게 이런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습니다.
주말에 틈이 생기면 어디 조용한 곳을 찾아 주위를 한번 둘러볼 생각입니다. 별로 쓸 일 없다고 챙기지 않고 있는 건 없는지 찾아보려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