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기자석] 홈팬 증가 즐거운 FC서울, 마케팅 어떻게 할까

by김성준 기자
2007.05.27 18:07:27


[이데일리 SPN 김성준 명예기자] FC 서울의 마케팅이 주목을 모으고 있다. 팀은 비록 최근 9경기 연속 무승(7무 2패)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지만 홈구장인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찾는 관중 수만큼은 여타 구단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5만 5,397명이라는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다 관중이 기록됐던 지난 달 8일 수원 삼성전에 이어 지난 26일 성남 일화전에 32,386명이 입장한 것도 FC 서울의 관중 동원력을 실감할 수 있었던 경우였다. 그동안 부진한 흥행으로 ‘그들만의 리그’라고까지 불리기도 했던 K 리그에서 이 같은 관중 동원은 FC 서울이 프로축구를 본격적인 산업화 단계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게 하고 있다.

사실 K리그 14개 구단 가운데 시민 또는 도민구단인 경남, 대구, 대전, 인천 등과 특수한 성격의 광주 상무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은 기업 구단이다. 이들 대부분은 ‘모든 축구팀은 팬을 위해 존재한다’라는 기본명제를 구현하기 보다는 모기업을 위한 축구단으로서의 존재를 더 의식했던 게 현실. 모기업의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무조건 우승을 목표로 경기력 향상에만 골몰하고 프로 구단의 본질적인 목적인, 팬 확대를 통한 수익 증진 등에는 등한시 해 온 것이다.

물론 축구단에 경기력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다. 하지만 우승의 목적이 모기업을 위해서라는 것과 팬들을 위해서라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가장 가치 있는 구단은 팬을 위해 존재하는 구단이다.

FC 서울은 수도 서울을 연고지로 한 유일한 K리그 팀이며 그곳에는 천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기에 수많은 잠재적인 소비자를 보유하고 있는 구단이다. 서울로 연고지를 옮긴지 3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 시민들과 가까워지기 위해선 더 많은, 그리고 보다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처지였다. 물론 '귀네슈 효과'도 크지만 최근 주말 경기 당 평균 2만명 이상의 팬들이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찾는다는 것은 이들의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팬들을 서서히 홈구장으로 끌어 들이고 있는 FC 서울 마케팅의 특징은 무엇일까?

우선 FC 서울은 유소년 팬 확대에 가장 큰 역점을 두고 있다.

구단의 전체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유소년 선수를 육성하듯, 팬 베이스를 넓히기 위해서는 유소년 팬들을 확대해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그 팀을 마음에 품고 응원하며 자라난 어린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그 팀의 열정적인 팬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FC서울은 어린이 팬을 대상으로 만원에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모든 홈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키즈 소시오’라는 이벤트를 통해 많은 어린이 팬 확보에 성공했다. 실제 FC서울 홈경기에는 ‘키즈 소시오’ 가입 시 제공된 점퍼를 입은 어린이들을 경기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키즈 소시오’는 해당 어린이의 보호자들도 경기장에 함께 올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FC 서울은 맥도날드사와 손을 잡고 목동운동장에서 열고 있는 유소년 축구 교실도 큰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평소 자신이 동경하던 축구 선수에게 직접 축구를 배우면서 축구실력을 늘리는 것은 물론 팀에 대한 애정도 높일 수 있다. 어린이들이 직접 목동 운동장을 밟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도 축구 저변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로 적극적으로 고객을 찾아 가는 마케팅도 돋보인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FC 서울의 홍보물이 대표적인 경우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등에서 FC 서울의 홈경기를 안내하는 현수막을 볼 수 있고 지하철에서도 동영상으로 FC 서울의 홈경기 관련 정보를 접할 수 있다. 홈경기 전날에는 홈페이지에 가입된 FC서울 회원들에게 문자로 경기 정보를 전달할 만큼 팬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최근 서울 모 대학 축제에서 ‘Fun&Com'이라는 2:2미니 축구게임을 진행, 대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도 참신한 시도였다.

또 홈경기 티켓예매 방식도 관심을 모은다. 서울 및 고양 전 지점에 있는 GS 25시 편의점에 설치된 ATM기를 통해 홈경기 티켓을 예매할 수 있으며 예매 시 받은 티켓으로 별다른 절차없이 바로 경기장에 입장 할 수 있어 경기당일 매표소에서 표를 교환해야하는 불편함을 없애주기 때문이다.

더불어 FC 서울은 홈경기를 단순한 축구관람만이 아닌 팬들 모두가 주인 의식을 가지고 참여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양한 문화공연 등의 볼거리와 함께 팬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하는 ‘도전 캐넌슛’ ‘사랑의 프로포즈’ 등 하프타임 이벤트가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같은 마케팅에도 불구,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역시 팀 성적 부진과 골 가뭄이다. 세뇰 귀네슈 감독은 “좋은 경기를 펼치지 못해 팬들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히며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시즌 초반의 화끈한 공격축구가 되살아 난다면 더 많은 관중들이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환호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