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안팎에서 위대했던 '블록왕' 무톰보, 58세 일기로 별세
by이석무 기자
2024.10.01 10:26:52
| 미국프로농구(NBA) 명예의 전당에 오른 ‘전설적인 센터’ 디켐베 무톰보가 5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AFPB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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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농구를 가르치는 디켐베 무톰보. 사진=AFPB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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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미국프로농구(NBA) 명예의 전당에 오른 ‘전설적인 센터’ 디켐베 무톰보(콩고)가 5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NBA 사무국은 1일(이하 한국시간) “뇌암으로 투병 중이던 무톰보가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무톰보는 2년 전 뇌종양이 발견돼 애틀랜타에서 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톰보는 농구선수로서 뿐만 아니라 농구 외적으로도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우선 무톰보는 NBA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수비수이자 블로커였다.
1966년 콩고 킨샤사에서 태어난 무톰보는 1990년대와 2000년대 NBA 코트를 누볐다. 1991년 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덴버 너기츠 유니폼을 입은 뒤 218㎝의 큰 키와 긴 팔로 골밑을 완벽하게 지켰다. 2009년 은퇴할 때까지 18시즌 동안 총 다섯 번이나 블록슛 1위에 올랐다. 개인 통산 3289개 블슛을 기록했는데 이는 하킴 올라주원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올해의 수비수’에도 네 번이나 선정됐다.
그의 앞에 서면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마운틴(산)’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상대 슈팅을 막아낸 뒤 ‘내 앞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검지를 흔드는 동작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커리어 평균 9.8점과 10.3 리바운드를 기록했고 2015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사실 무톰보는 코트 위에서는 물론 코트 밖에서도 위대한 인물이었다. NBA 선수로 부와 명예를 얻자 1997년 내전으로 삶이 피폐해진 모국(母國) 콩고민주공화국을 돕기 위해 재단을 만들고 봉사활동을 펼쳤다. 2006년에는 고향 킨샤사에 자신의 어머니 이름을 딴 170병상 규모의 ‘비암바 마리 무톰보 병원’을 세웠다. 총 건립비 2900만달러(당시 약 312억원) 중 1500만달러(약 161억원)를 무톰보가 직접 책임졌다. 지금까지 이 병원에서 50만명이 치료를 받고 목숨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퇴 이후에는 선행에 자신의 인생을 모두 쏟아부었다.코로나 팬데믹 기간엔 앤서니 파우치 박사 등과 함께 아프리카와 북미에서 백신 보급을 위해 노력했다.
무려 9개 언어를 구사한 무톰보는 NBA 글로벌 앰버서더를 맡아 아프리카 등 스포츠 불모지에 농구를 보급하는데도 힘을 썼다. 그의 노력에 힘입어 대표적인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인 남수단이 지난 파리올림픽에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무톰보는 자신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을 때도 겸손했다.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프리카 사회에서는 가족을 위해 성공을 한다”며 “내가 자랄 때 사람들은 나를 도와줬다. 지금도 나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무톰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NBA는 큰 슬픔에 빠졌다. 애덤 실바 NBA 커미셔너 애덤 실버는 성명을 통해 “무톰보는 단순히 삶 이상의 삶을 살았다”며 “그는 NBA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샷 블로커이자 수비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코트 밖에선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마음과 영혼을 쏟았다”고 애도했다.
이어 “무톰보는 기본적으로 인도주의자였다. 농구 경기가 지역 사회, 특히 그의 고향인 콩고민주공화국과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좋아했다”며 “나는 무톰보와 함께 전 세계를 여행하며 그의 관대함과 연민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집접 볼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고 덧붙였다.
카메룬에서 태어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센터 조엘 엠비드도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엠비드는 “오늘은 특히 우리 아프리카인들에게,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슬픈 날이다”며 “무톰보는 농구 코트에서 이룬 업적 외에도, 그는 코트 밖에서 더 뛰어난 사람이었다”고 슬퍼했다.
아울러 “무톰보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고 롤모델이다”며 “그는 코트 안팎에서 큰 영향을 미쳤고 많은 사람들을 위해 훌륭한 일을 해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