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서도 힘 못쓰는 한국 수영...도쿄 희망은 있나

by이석무 기자
2019.07.25 06:07:42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22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산구 남부대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관람한 뒤 경영 여자 개인혼영 200m 결승 경기를 마친 김서영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지난 20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여자 다이빙 1m 스프링보드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수지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안방에서 열리는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정작 대회 주인인 한국은 들러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의 높은 벽에 막혀 메달은 커녕 예선 통과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1일 시작한 경영 종목에서 그나마 메달권에 가장 근접했던 선수는 김서영(25·경북도청·우리금융그룹)이 유일하다. 김서영은 22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200m 개인혼영 결승에서 2분10초12의 기록으로 6위를 기록했다.

김서영은 2년 전인 2017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 종목 결승에 올라 6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선 박태환 이후 처음이자 여자 선수 최초의 경영 메달을 노렸다. 하지만 결과는 2년 전과 같았다.

100%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은 레이스였다. 김서영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2분08초34를 기록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에서 홈 이점을 최대한 살려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한다면 충분히 메달권 진입이 가능했다. 실제로 동메달을 목에 건 캐나다의 시드니 피크렘의 기록은 2분08초70이었다. 김서영의 최고 기록에도 미치지 못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레이스 운영 면에서 실수가 있었다. 자신에게 집중되는 관심에 대한 부담도 컸다.

김서영은 “훈련 당시에는 내 최고기록을 깰 수 있을 정도의 페이스가 좋았다”며 “몸을 풀 때까지만 해도 컨디션이 좋았는데 생각보다 기록이 너무 안 나왔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전보다 힘은 좋아졌는데 이를 조절하는 부분이 아직 서툰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서영은 “(팬과 언론의 관심에 대한)부담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더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며 “내년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겠다”고 담담히 밝혔다.

냉정하게 봤을때 김서영이 이만큼 선전한 것도 기적이나 다름없다. 기대주로 주목받았던 여자 배영 100m 임다솔(21·아산시청), 남자 자유형 200m 이호준(18·영훈고), 여자 자유형 1500m 한다경(19·전북도체육회) 등은 모두 예선 탈락의 쓴맛을 봤다.



김서영을 제외하고 예선을 통과한 한국 선수는 24일 여자 접영 200m 예선에 출전한 박수진(경북도청)이 유일하다. 그 역시 예선에서 전체 17위에 그쳐 16명이 겨루는 준결승에 자력으로 오르지 못했다. 다행히 전체 11위였던 호주 선수가 기권하는 바람에 예비명단에 있다가 극적으로 준결승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홍보대사로 광주를 방문한 박태환(30)도 “후배 선수들이 모두 준결승, 결승 무대에 가줬으면 했는데 김서영을 제외하고는 모두 예선에서 경기를 마무리하더라”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쩌면 성적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모한 기대일지도 모른다. 한국 수영을 책임지는 대한수영연맹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유니폼과 용품 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해 망신살이 뻗쳤다. 명색이 국가대표인데 안방에서 열리는 세계대회에서 테이프를 조악하게 붙인 운동복을 입고, 매직으로 국명을 쓴 수영모를 쓴채 경기에 나섰다.

사건이 터진지 한참이 지나서야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하기 어렵다“고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진정성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한 수영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도 대회장을 방문하는데 정작 김지용 회장을 비롯해 대한수영연맹 주요 간부들은 찾아볼 수 없는 게 한국 수영의 뼈아픈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희망의 빛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이빙 종목에선 세계 수준으로 올라설 가능성을 보여줬다.

여자 다이빙 1m 스프링보드에서 깜짝 동메달을 딴 김수지(21·울산시청)는 이번 대회 최대 수확 중 하나다. 비록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3m 부문에선 준결승에 오르지 못해 도쿄행이 무산됐지만, 세계선수권 첫 다이빙 종목 메달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남자 다이빙의 간판 우하람(21·국민체육진흥공단)은 3m 스프링보드에서 한국 역대 최고 성적인 4위를 차지했다. 10m 플랫폼과 10m 싱크로나이즈드 플랫폼에서도 6위에 올랐다. 싱크로나이즈드 종목을 제외한 개인종목에선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박태환 이후 첫 올림픽 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박태환이 그랬던 것처럼 김수지나 우하람도 불모지에서 나온 돌연변이 같은 선수들이다. 언제까지 깜짝스타에게 의존할 수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수영 저변을 넓히고 제대로 된 운동 환경을 만들지 못한다면 한국 수영의 미래는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