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빨고 만든 '병맛 콘텐츠 CF',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by고규대 기자
2014.09.11 08:37:47

섹시 아이돌 댄스, 막장 아침 드라마 등 패러디
유튜브, SNS로 전파..저비용 고효율 노려

양반김 CF의 한 장면.
[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 # 롯데칠성 평온차 CF. “거지같은 X” “그만해!”“넌 뭐야!” 어느 한 집안 주방 풍경.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두 여자가 서로 뺨을 때리기 시작한다. 두 여자의 싸움에 끼어든 남자. 결국 그 남자도 뺨을 맞는다. # 편강한의원 극장판 광고. “이것이 진정한 자유가 아니겠는가” 애니메이션 속 남자는 어수룩하기 이를 데 없다.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 마치 어릿광대 같다.

아이디어로 경쟁하는 시대다. 이색적인 기획과 독특한 콘셉트로 눈길을 끄는 CF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편으론 어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기발함이 숨어 있어 ‘약 빨고 만든 광고’라는 칭찬 같지 않은 칭찬도 받는다.

최근 평온차 CF는 아침드라마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CF로 ‘버즈 마케팅’에 성공했다. CF는 광고라기 보다는 아침 드라마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화면 왼쪽 위에는 오전 시간에 표시돼 있고, 화면이 끝날 때 즈음 ‘제작협찬 평온차’라는 로고가 등장한다. 동원 양반김 CF도 ‘병맛 콘텐츠’ 열기에 동참했다. 개그맨 장동민과 방송인 유병재를 전면에 내세워 CF 촬영을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화면에 담아냈다. CF 속의 CF라는 컨셉트로 촬영 현장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 형태로 구성됐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케이블채널 tvN ‘SNL코리아’에서 유병재가 맡은 ‘극한 직업 매니저’ 편을 패러디했다. 평온차 CF를 론칭한 롯데칠성 측은 “유머 코드 등을 내세운 이른바 ‘약 빨고 만든 CF’로 불리는 콘텐츠는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찾아가 적은 예산으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발한 감각을 전면에 내세운 이른바 ‘병맛 콘텐츠 CF’를 전면에 내세운 CF다. ‘병맛’이라는 용어는 어떤 대상이 ‘맥락 없고 형편없고 어이없음’을 뜻하는 인터넷 신조어다. 대상에 대한 조롱이나 폄훼의 시선이 전면에 드러나지만 실상 유머와 위트가 넘친다는 의미가 내포됐다.

평온차 CF의 한 장면.
최근 등장한 ‘병맛 콘텐츠 CF’는 제품과 서비스의 영역의 구분이 없다. 이민호의 스타성을 전면에 내세운 TV용 CF와 김보성을 돋보이게 한 인터넷용 CF 등 ‘투트랙(Two Track) 전략’을 내세운 화장품 이니스프리 등이 그 예다. ‘의리’ 컨셉트를 내세운 팔도 라면 CF, 현아의 노래 ‘빨개요’를 패러디한 이국주의 ‘뺄게요’ 등도 눈에 띄는 ‘병맛 콘텐츠 CF’로 꼽힌다. 20대와 30대 신사를 대표하는 이서진과 이승기를 과장된 무술 연기를 펼치는 홍콩 영화의 주인공으로 변신시킨 위메프는 아예 TV용과 인터넷용을 동시에 노리는 컨셉으로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이런 CF의 인기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의 등장과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의 활성화로 가속화됐다. 방송, 신문, 라디오 등 전통적인 미디어를 통한 유통이 아닌 SNS와 인터넷을 통한 전파에 초점을 맞췄다. 웃음과 코믹, 그리고 기발한 발상을 앞세운 인터넷용 CF를 제작한 후 유튜브에 등록한 후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SNS에 노출하는 게 일반적인 형태다. 자극적인 화면 등으로 TV용으로 방송불가 정도의 수준도 많다. 일각에서는 TV용 CF보다 인터넷용 CF가 더 인기가 높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대중의 관심을 모으면 자연스럽게 기하급수적으로 보는 이가 늘어나게 된다. 특히 인터넷용 CF는 적은 예산으로 시장의 반응, 소비자의 동기 등을 알아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