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와 딥토크 3] '박지성, 가장 평범해서 가장 돋보인다'

by김삼우 기자
2007.11.02 11:49:31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김병수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높이 평가했다. 그 이유를 독특한 그의 관점으로 풀어냈다. 그는 지도자가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가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평범해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잘해야겠다. 뭘 해야겠다. 또는 나는 특별하다고 생각하면 더 어려워진다. 선수들이 더 편하게 더 부담 없도록 평범하게 만들어 줘야 좋은 플레이가 나온다. 팀에서 자유로워 지려면 스스로 평범해지면 된다.”

그의 이런 평범관을 그라운드에서 분명하게 구현하는 선수가 박지성이라는 것이다. 박지성은 지금까지 천재로 불려 본적이 없다.
 
“박지성은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는 장점과 함께 자기 혼자 잘하려 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팀을 위해 희생할까 하는 노력이 돋보이는 선수다. 평범해 보이지만 그게 그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 축구에서 박지성 같은 선수가 다시 나올 수 있을까.”

기술적으로도 대단하다고 했다. “이런 장점만 가지고 맨유와 같은 세계적인 클럽에서 뛸 수없다. 기술적으로 팀의 다른 선수들과 밸런스가 맞아야 한다. 박지성은 그런 밸런스를 갖추고 있다. 공격 포인트도 더 올릴 수 있다. 공격 포인트는 개인능력에서 나온다. 박지성은 최소 한 시즌 10 포인트를 올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는 고종수, 안정환, 박주영 등 현재 한국 축구에서 천재급으로 꼽히는 선수들에게는 기대도하면서 조언도 했다.

우선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부활 신화를 이번 시즌부터 써나가고 있는 고종수(대전)에게는 “조금 더 천천히 갔으면”했다. 계속 풀타임을 뛰려고 욕심을 내다보면 부상이 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금 더 인내를 가지고 경기에 나서는 게 좋다. 전 게임을 다 뛰기보다 서서히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요즘도 경기 중 주저앉는 모습이 보인다. 근력이라는 것이 그렇게 금방 올라오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고종수가 무리하다 다시 부상을 당해서 은퇴하는 것보다 마지막까지 풀타임을 소화하는 선수로 현역 생각을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그는 김호 감독이 대단하다고 했다. 김호 감독이니 고종수를 컨트롤하고 부활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역시 ‘축구 천재’라는 수식이 붙었던 박주영(FC 서울)의 가능성도 높게 봤다. 누가 뭐라해도 그는 한국 축구의 에이스감이라고 평가했다.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다. 스스로 골을 만들어 넣을 수 있다. 앞으로 더 좋아 질 것이다. 기다려줘야 한다. 그동안 부상 등의 이유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것일 뿐이다. 박주영에 대해서 성급하게 판단해선 안 된다.”

하지만 김병수는 박주영은 스피드에 변화를 주는 플레이가 아쉽다고 했다. 경기 중 똑같은 스피드로 플레이를 하는데 그것만 개선되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봤다.

김병수는 또 주전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이동국(미들즈브러)을 걱정하면서 프리미어리그 진출이 성급했다고 했다. 몸을 더 만든 뒤 진출했어야 했다는 견해였다.

“무릎 수술을 하고 반년 정도 있다가 프리미어리그에 갔다. K리그에 복귀해서 골을 넣고 살아나는 듯 했지만 여전히 몸이 좀 더 올라와야 한다고 봤다. 체력 상태가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갔다. 스트라이커는 어떤 경우라도 공격포인트를 올려야 하는데 현지에서는 조금 기다려주다가 기대에 부응치 못하면 바로 비판이 들어간다. 선수는 그러면 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1년 정도 K리그에서 뛰면서 충분히 몸을 만들고 갔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7년만에 복귀한 K리그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안정환(수원 삼성)에게는 오히려 더 수준 높은 리그로 갈 것을 권유했다.

“안정환은 K리그보다는 더 열심히 뛸 수 있는, 더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는  리그로 옮기는 게 좋지 않은가 생각한다. 그리고 스스로 더 열심히 해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하고. 그게 프로다.”

(사진=김정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