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아이돌 제작 노하우 앞세워 한한령 돌파

by김은구 기자
2017.06.27 07:28:39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한국 가수 제작자들이 K팝 아이돌 그룹 제작 노하우를 앞세워 한한령이 내려진 중국 시장을 다시 공략하고 있다.

26일 가요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 제작자는 중국 현지 기업들과 손잡고 중국인 멤버들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들의 제작에 나서고 있다. 제작자 C씨는 “내년까지 중국에서 아이돌 그룹 100팀이 데뷔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한국 기획사나 제작자 개인에게 멤버들의 트레이닝부터 완성까지 맡긴 팀이 많다”고 말했다.

가수 테이와 은가은을 제작했고 조성모와 대국남아 등의 매니지먼트를 맡았던 박행렬 HYP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중국의 한 대기업의 투자하는 아이돌 그룹의 제작을 총괄하고 있다. 박 대표는 현지에서 이 그룹의 매니지먼트까지 전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비롯해 중국에서 데뷔할 아이돌 그룹의 제작과 운영을 전담하기로 한 제작자가 있는가 하면 한국 기획사가 중국 측으로부터 아이돌 그룹의 제작을 위탁받는 경우도 있다.

중국 시장의 물꼬를 어떻게든 다시 트려고 하는 한국 제작자들과 K팝 아이돌 스타일의 그룹에 대한 수요를 공략하려는 현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의 한한령으로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보복조치로 한류를 제한하는 ‘한한령’을 시행, 현지에서 한류에 제동이 걸린 지 10개월여가 지났다. 한국 기획사들은 소속 가수의 중국 활동과 중국 기업의 투자 등이 중단되면서 손실이 커졌다. 한국 기획사, 제작자들이 방식을 바꿔 중국 공략에 나서는 것은 이제는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K팝 아이돌 제작 기법의 유출이라는 측면에서 우려의 시각을 보내기도 한다. 중국에서 K팝 아이돌의 인기는 칼군무를 앞세운 화려한 퍼포먼스와 세련된 리듬의 음악 때문이다. 현지에서 이를 갖춘 아이돌 그룹을 직접 만들지 못하는 것은 제작 노하우가 없다는 증거라며 한국에서 이를 알려주는 것은 향후 세계 시장에서 K팝의 영역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음악과 퍼포먼스의 노하우는 감각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제작자들의 중국 진출이 문제는 아니라는 반론도 높다. 음악을 듣고 퍼포먼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법을 도입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한국 기획사에서 트레이닝을 받아왔지만 데뷔를 하지 못하고 계약기간이 끝난 중국인 연습생들 섭외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통한다면 K팝 아이돌의 트레이닝 기법을 중국 측에서 파악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또 마마무 소속사 RBW는 지난 2011년 인도네시아에서 오디션 프로그램 ‘갤럭시 슈퍼스타’를 진행, 입상자들을 한국에서 트레이닝을 시켜 현지에 데뷔시킨 것을 비롯해 아이돌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최영균 대중음악 평론가는 “K팝 아이돌 그룹은 제작 기법도 중요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유행의 도입, 매니지먼트를 비롯한 운영 노하우 등 여러 요소를 통해 완성됐다“며 ”제작자들의 중국 진출을 미리 겁부터 낼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