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테마록]한국 프랜차이즈 스타의 말년이 외로운 이유

by정철우 기자
2008.11.24 09:58:04

▲ 마해영(왼쪽), 안경현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마해영 염종석(롯데) 등은 이미 팀을 떠났고 안경현(두산)도 다른 둥지를 찾고 있다.

프로야구는 비즈니스다. 따라서 선수의 활용도에 대한 구단의 판단은 이름값에 연연해선 안된다.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대하는 방식에서 미국이나 일본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 프로야구와는 큰 차이가 난다. 팬들의 정서는 별반 다르지 않지만 이를 보는 구단의 시선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 프로야구단도 만성 적자는 골칫거리다. 그러나 우리 야구에 비하면 일본의 프로야구는 '산업'에 몇걸음은 더 다가서 있다. 야구단 만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는 뜻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야구로 돈 번다는 건 아직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열악한 수익구조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입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인기가 곧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라 할지라도 그 선수의 존재와 구단의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이다.

캐릭터 상품이나 유니폼 등 스타 마케팅이 아직 걸음마 단계인 탓이다. 선수별 상품의 판매량이 수치화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 선수가 얼마나 돈이 되는지 알 방법이 없다.

롯데는 올 초 마해영을 연봉 5,000만원에 영입했다. 그리고 그는 3월30일 대전 한화전서 홈런을 때려냈고 로이스터 감독은 당당히 귀환하는 그를 와락 껴안아줬다. 터질 듯 했던 롯데의 2008시즌 열기에 기름을 부은 장면이었다.

이 장면을 두고 야구 관계자들은 "마해영을 영입한 돈을 벌써 뽑았다"고 했다. 그러나 말 뿐이었다. 마해영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구단 수익에 도움이 됐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아니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얼마 전 은퇴를 선언한 기요하라(오릭스)는 프랜차이즈를 넘어 전국구 스타로 대접받았다. 기요하라는 지난 2005년 요미우리에서 방출됐다.



그러나 기요하라는 곧바로 오릭스에 입단했다. 연봉이 무려 2억엔(약 30억원)이나 됐다. 2005년 기요하라의 타율은 2할1푼2리에 불과했고 각종 부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릭스는 기요하라를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같은 오사카를 연고지로 쓰고 있는 한신에 크게 뒤져 있는 인기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선 기요하라가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기요하라 입단 이후 오사카의 각 야구용품 상점에는 수십가지의 한신 관련 상품을 뚫고 기요하라 관련 상품이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기요하라는 이후 3년(1군 출장은 2시즌)간 고작 11개의 홈런을 치는데 그쳤지만 차기 오릭스 감독으로까지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오릭스는 3년간 5억1,000만엔(2008 연봉은 1억1,000만엔)을 들였지만 전혀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고참 선수는, 그것도 인기 좋은 프랜차이즈 스타는 지도자들에게 적잖은 부담이 된다. 기량보다 인기가 좋은 경우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매일 감독이나 코치의 생각대로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는 경우가 많을 때 프랜차이즈 스타를 홀대하는 모양새까지 드러나면 비난은 몇배로 커진다.

특히 감독과 선수간의 대화가 부족한 한국 프로야구 풍토에선 감독과 선수들의 갈등이 더욱 크게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갈등은 사실 코치와 프랜차이즈 스타 사이에서 자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반목의 크기는 코치와 스타 사이가 더 크다.

지방 모 구단의 전직 코치는 이에 대해 의미 심장한 말을 한 적이 있다. "몇년 전 팀을 대표하는 한 선수가 구단의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적이 있다. 내가 코치를 할 때였는데 그 선수에 대해 가장 많은 험담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코치들이었다. 조그만 것도 크게 부풀려져 감독이나 구단에 보고가 들어갔다. 매일 그런 일이 반복되니 미운털이 박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코치 자리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거취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 선수가 코치가 되면 누군가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잠재적 경쟁자나 다름 없는 만큼 견제를 하는 것이다. 그 선수가 모든 것을 잘 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한 것 이상으로 비난을 받는 걸 볼 때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한국 프로야구는 '우승만이' 절대 목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한 팀에게만 돌아가는 영광임에도 모두 그 한자리에만 온 힘을 쏟는다.

우승외엔 의사 결정의 우선 순위에서 번번이 뒤로 밀려나는 현실 속에서 한국의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말년은 외로울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