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부스]나고야돔의 지바 롯데 마스코트
by정철우 기자
2007.06.12 11:56:12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11일 주니치-지바 롯데전.
경기는 초반 롯데 선발 와타나베가 와르르 무너지며 중반 이후로는 다소 맥없는 전개로 이어졌습니다. 선수들도 일찌감치 감이 왔는지 대부분 2구 이내에 타격을 하며 쉽게 쉽게 경기를 풀어갔습니다.
솔직히 이럴 때 방송이 더 어렵더군요. '대충 뒷얘기 등으로 떼울 수 있지 않는냐'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말 좀 하려면 타자가 바뀌고 이닝이 바뀌는 통에 말 꺼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어느덧 6회가 끝나고 종반으로 접어들 무렵,인상적인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한떼의 치어리더와 지바 롯데 마스코트가 한 마스코트를 운동장 밖으로 쫓아내는 장면이었습니다.
마스코트들이 이런 저런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이제 우리 야구장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볼거리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나 이날의 모습은 우리들의 그것과는 다른 의미가 있었습니다.
우선 쫓겨가던 마스코트는 롯데도 주니치도 아닌 라쿠텐 소속이었습니다. 카라스코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인형은 라쿠텐의 비공식 마스코트입니다.
카라스코는 구단이 지정한 바 없다고 (거짓으로)밝혔지만 라쿠텐 홈 구장인 풀 캐스트 스타디움에 출몰하며 장난을 치는 캐릭터 입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에는 "FA자격을 얻어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겠다"며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습니다. 곧이어 "우린 그를 고용한 적이 없기 때문에 알아서 하라"는 라쿠텐 구단의 공식 발표가 나왔죠.
일명 '짜고 치는 고스톱'이지만 팬들에게 흥미로운 볼거리와 사건을 제공하기 위한 일본 구단의 노력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해프닝이었습니다.
사실 하고 싶은 얘기는 지금부터입니다. 이날 카라스코의 등장과 롯데 마스코트의 추격전이 제 관심을 끈 것은 무대가 나고야돔이란 점이었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나고야 돔은 주니치의 홈 구장이죠. 우리 야구장에서 상대팀 마스코트가 이처럼 활개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신지요.
일본야구를 보다 보면 원정팀에 대한 배려에도 세심한 신경을 쓰는 걸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응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6회말이 끝나고 7회초에 들어가기 전이면 전광판엔 '러키7'이란 글자가 크게 뜨며 원정팀 응원가가 힘차게 울려퍼집니다. 원정팀에게 행운이 있길 바란다는 뜻이겠죠. 3루측 외야를 가득 메운 원정 응원단은 음악에 맞춰 큰 소리로 노래하며 자신의 팀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홈팀 응원단 누구도 인상을 찌프리거나 화를 내지(제가 모든 구장의 관중석을 다 다닌 것은 아니지만...) 않습니다. 7회초가 끝나면 같은 패턴으로 홈 팀의 응원이 펼쳐집니다.
얼마 전 양준혁의 2000안타가 터져 나온 잠실 구장에선 상대 두산 응원석에서도 많은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지난해 송진우가 200승을 거뒀을때 광주 구장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됐었죠.
송진우와 양준혁은 아직도 그날의 감동을 이야기할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이었습니다. 해당 구단들도 "다음에 우리 구장에서 같은 일이 있을 때 무조건 협조하겠다"며 감사의 뜻을 전한 바 있습니다.
그런 감동이 매번 반복된다면 어떨까요. 광주에 가서도 롯데 응원을,그것도 마스코트 등 응원단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말이죠. 그럼 광주구장을 찾는 롯데 팬이 한명이라도 더 늘지는 않을까요.
원정구단 응원단 효과는 이미 잠실 구장을 통해 증명된 바 있습니다. 롯데가 잠실벌을 찾거나 KIA 최희섭의 복귀전이 잠실 두산전으로 예고됐을때 스탠드는 가득 메워졌습니다.
아직 관중 수익은 구단 운영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지금 늘려놓은 한명이 세월이 흘러 만명 이상으로 불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프로야구에서 승리는 가장 큰 목표입니다. 이기고 지는 것에 울고 웃는 현실 속에서 원정팀의 응원 이벤트는 반가운 일은 아닐겁니다.
그러나 '상업적 목적'이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홈팀 팬이나 원정팀 팬이나 똑같은 입장료를 지불하기 때문입니다. 일본 구단이라고 원정팀이 제 집에서 활개(?)치는 것이 보기 좋을 리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안겨줄 수입을 먼저 생각하며 참고,아니죠 오히려 편의를 제공하며 배려하고 있는 거라 여겨집니다.
어릴 적 두산과 LG로 갈라져 매일같이 싸우던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잠실에서 두 팀이 맞붙어도 상대팀 홈경기로 치러지면 TV로 보는 것으로 만족해하곤 했습니다. 라이벌 팀 관중수익은 늘려주고 싶지 않다는 거였죠.
그땐 저도 그 중 한패에 섞여 목청을 높이곤 했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나니 그때 생각을 하면 미소가 먼저 지어집니다. 그들을 다시 만나게 되면 이렇게 권하고 싶습니다. "야, 우리 같이 가서 두팀 다 응원하자. 요즘은 두산에 앉아 LG 응원해도 괜찮데."
*덧붙이기 : 요즘 삼성 마스코트인 사돌,사순이와 KIA 마스코트인 호돌이가 뜨고있다죠. 그라운드에서 진검승부를 펼치면 누가 이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