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박스오피스 승자는 '교섭'…'아바타2'·'슬램덩크' 외화 강세

by김보영 기자
2023.01.24 09:54:35

'교섭', 연휴에 77만 명 이상 동원…이날 중 100만 돌파 확실
천만 돌파 '아바타2' 2위, '슬램덩크'가 3위로 바짝 추격
'유령' 26만 명 동원 그쳐…'스위치', '영웅' 순위권 바깥
"힘 못쓰는 韓영화들, 위기감 느껴" 업계 걱정도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설 연휴 특수를 누린 박스오피스 승자는 황정민, 현빈 주연의 ‘교섭’(감독 임순례)이었다. 막판까지 뒷심을 발휘한 ‘아바타: 물의 길’(감독 제임스 카메론, 이하 ‘아바타2’)과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그 뒤를 이어 연휴 기간 혜택을 맛 봤다. 반면 ‘교섭’과 함께 쌍끌이 흥행을 견인할 것이라 예측했던 ‘유령’(감독 이해영)이 예상보다 저조한 관객 수를 기록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교섭’은 지난 설 연휴 기간(20일~23일) 동안 77만 3000여 명의 관객들을 동원했다. ‘교섭’은 ‘아바타2’의 오랜 독주를 깨고 지난 18일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누적 관객 수는 94만 7585명으로 이날 중 100만 돌파가 확실시된다.

‘교섭’은 최악의 피랍사건으로 탈레반의 인질이 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 정재호(황정민 분)와 현지 국정원 요원 박대식(현빈 분)의 교섭 작전을 그린 영화다. ‘제보자’, ‘리틀 포레스트’ 등을 만든 임순례 감독이 도전한 첫 대작이자 액션 블록버스터로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톱배우 황정민과 현빈의 첫 만남, 지난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인기를 구가한 강기영 등 삼총사의 호흡으로 새해 최고 기대작이 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지난달 14일 개봉한 할리우드 대작 ‘아바타2’는 연휴 직전 박스오피스 4위까지 밀려났지만, 연휴 기간 뒷심을 발휘해 2위에 올라섰다. 같은 기간 41만 명을 넘게 동원해 ‘체험 영화’의 힘을 입증했다. 이날 오전 7시 기준 누적 관객 수 1005만 3086명을 기록하며 ‘천만 영화 클럽’에 진입했다. 코로나19 이후 외화가 천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아바타2’는 2009년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월드와이드 역대 흥행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아바타’의 후속편이다. 전편에 이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13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로, 판도라 행성에서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가 이룬 가족이 겪게 되는 무자비한 위협과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하는 긴 여정과 전투, 그리고 견뎌내야 할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아바타2’가 천만 관객을 돌파함으로써 2009년 외화 최초 천만 관객을 기록한 전작 ‘아바타’ 시리즈의 유의미한 족적을 함께하게 됐다. 전작은 국내 첫 천만 관객 돌파 외화로, ‘아바타2’는 팬데믹 이후 국내 첫 천만 관객 돌파 외화 기록을 세우며 시리즈의 위엄을 증명했다.



1990년대 인기 만화 ‘슬램덩크’를 영화화한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설 연휴 박스오피스 3위를 꿰찼다. 지난 금요일부터 연휴가 포함된 23일까지 나흘 동안 40만 2000명이 관람했다. 누적 관객수는 148만 8000여 명으로, 이날 중 150만 관객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각본 및 감독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강백호, 서태웅, 채치수, 정대만, 송태섭)의 꿈과 열정, 도전을 그린 영화다. 원작에서 가장 전설적인 회차로 기록된 산왕공고와의 경기를 송태섭의 시선에서 각색해 선보였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당초 스포츠 소재에 12세 이용가, 만화 영화라는 점에서 고전이 예상됐던 작품이다. 극장의 주된 소비층인 성인 여성들이 선호하는 장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교섭’, ‘유령’ 등 국내 대작에 밀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그 예상을 깨버리고 연휴기간 ‘아바타2’를 이을 흥행 복병으로 부상했다. 90년대~2000년대 초 학창시절을 보낸 3040 남성들은 물론 2030 여성들까지 끌어들이며 승승장구 중이다.

높은 관심 덕분에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역대 애니메이션 영화 순위 역사를 다시 쓸지 이목이 집중된다. 현재까지 이 분야 1위는 2017년 개봉작인 ‘너의 이름은’(367만 명)이다. 2위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301만 명), 3위가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215만 명)이다. 4위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만 명)인데, 조만간 이 기록을 거뜬히 뛰어넘고 ‘귀멸의 칼날’까지 추월해 3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가 쏠린다.

반면 ‘교섭’과 동시기 개봉한 ‘유령’은 ‘독전’ 이해영 감독의 신작에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서현우, 박해수 등 명품 배우들이 총출동했음에도 좀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령’은 설 연휴 기간 박스오피스 4위에 그쳤다. 같은 기간 26만여 명이 관람해 3위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연휴 기간 관객수에 한참을 못 미쳤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함께 지난 4일 개봉한 권상우, 이민정 주연 ‘스위치’와 ‘아바타2’와 동시기 개봉한 뮤지컬 영화 ‘영웅’ 역시 순위권 밖으로 밀려 아쉬운 성적을 냈다. ‘교섭’을 제외하고는 외화들이 전반적인 강세를 보이면서, 한국 극장 영화를 향한 위기론까지 대두되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교섭’을 제외하곤 국내 기대작들이 설 연휴 특수를 하나도 누리지 못했다”며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는 국내 영화들의 부진에 착잡한 심경”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