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키움 히어로즈가 일깨운 꿈

by김은구 기자
2022.11.14 05:40:00

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3회초 키움의 임지열이 주자 1루에서 2점 홈런을 친 뒤 이정후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키움 히어로즈는 한국시리즈 분위기를 띄우는 최고의 팀으로 팀컬러가 잡혀가는 느낌이다.”

야구 마니아인 지인이 최근 SNS에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KS) 사진들을 포스팅하며 남긴 글에서 유독 눈길을 끈 문구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지난 8일 SSG 랜더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2시즌 한국 프로야구의 여운이 이어지고 있다. 구단 인수 2년만에 정규시즌과 KS 우승을 모두 달성한 SSG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상대팀 키움에 대한 평가도 적지 않다. 막강한 전력을 구축해 정규시즌에서 독주를 해온 SSG의 우승이 ‘예상대로’였다면 키움에 대해서는 ‘덕분에 KS가 재미있었다’는 평가가 주류다.

키움은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모기업이 없다. 키움증권이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총액 ‘500억원+α’에 메인스폰서 계약을 하면서 ‘키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구단 운영비용을 스폰서 계약을 통해 충당해야 하니 모기업이 있는 다른 구단들과 비교해 투자여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실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시즌 전 공시한 키움 선수단의 상위 28위 기준 평균 연봉은 1억6911만원으로 10개 구단 중 9위였다. 키움보다 아래인 팀은 리빌딩을 선언한 한화 이글스(평균 1억4071만원)뿐이었다.

하지만 키움의 성적은 위에서 두 번째였고 팬들에게는 KS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활약을 보여줬다. 올해가 세 번째 KS 진출이다. ‘프로는 돈’이라는 통념을 깨고 있는 셈이다.



키움을 보면 1980년대 어린이 잡지 ‘소년중앙’에 연재된 고 이상무 화백의 ‘달려라 꼴찌’라는 만화가 떠오른다. 주인공은 키가 작고 발이 빠른 독고탁이었다. 동생과 둘이서 어렵게 살면서 야구선수의 꿈을 키우는 인물이었다. 여러 ‘마구’를 익히고 개발하는데 처음 던진 마구가 뱀처럼 휘어 들어가는 드라이브볼이었다. 당대 최고 투수였던 선동열 전 감독이 이 잡지와 인터뷰를 했는데 제목이 ‘독고탁의 드라이브볼도 던지고 싶어요’였던 걸로 기억이 난다.

한국만화걸작선에 선정돼 2016년 단행본으로 복간된 이 만화의 2부는 1부의 주역이었던 고교야구 선수들이 ‘패거리들’이라는 프로야구 제7구단(프로야구 첫 시즌은 6구단으로 출범)에서 활약하는 내용을 담았다. 패거리들은 1984년 후기리그부터 리그에 참가한 패거리들은 초반 경험부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지만 독고탁이 마구를 개량하고 타선이 살아나며 후기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프로야구는 수많은 어린이들의 꿈이었다. 출범 당시에는 꿈을 물으면 “야구선수”라고 답하는 아이들이 수두룩했다. 그 아이들에게 야구는 ‘돈벌이 수단’이 아닌 ‘낭만’이었을 터다. ‘야구만 할 수 있다면’이라는 바람이 ‘달려라 꼴찌’에 열광하게 만들었다.

찬호키즈(야구), 세리키즈(골프), 연아키즈(피겨스케이트)에 이어 제2의 손흥민(축구)을 꿈꾸는 아이들도 많은 것을 보면 스포츠는 여전히 수많은 아이들에게 꿈을 준다. 각본 없는 드라마로 스포츠가 전하는 감동은 현실에 안주해 틀에 박힌 삶을 살고 있는 성인들이 어린 시절 꿈을 향한 열정을 다시 불사르는 계기도 된다.

‘꿈이 있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 꿈을 되새기게 만든 것만으로도 ‘가난한 구단’ 키움의 활약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키움이 많은 야구팬들의 꿈을 안고 정규시즌과 KS 우승을 향해 다음 시즌에도 멈추지 않고 나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