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드' 이수연 작가 "'비숲'과 다른 걸 써보고 싶었다" [일문일답]

by김보영 기자
2022.02.11 08:18:54

(사진=디즈니+)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비밀의 숲’ 시리즈 이수연 작가가 2년 만에 디즈니플러스(+) 첫 UHD 오리지널 시리즈 ‘그리드’로 귀환한다. 이수연 작가가 오는 16일 첫 작품 공개를 앞두고 작품의 이야기와 매력 포인트를 직접 전해 눈길을 끈다.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그리드’(연출 리건, 박철환 극본 이수연, 제작 아크미디어, 에이스팩토리)는 태양풍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한 방어막 ‘그리드’를 탄생시킨 채 사라진 미지의 존재 ‘유령’이 24년 만에 살인마의 공범으로 다시 나타난 후, 저마다의 목적을 위해 그를 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앞서 드라마 ‘비밀의 숲’ 시리즈를 통해 장르물의 새 지평을 연 이수연 작가의 차기작이라는 사실 만으로 국내외 팬들이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이수연 작가가 기다려준 시청자들을 향한 감사의 마음과 함께 작품의 전반적인 설명과 후일담 등을 직접 이야기했다.

Q. 지난 2020년 [비밀의 숲2] 이후 2년만에 <그리드>로 돌아오셨습니다. 특히 이번 작품은 디즈니+를 통해 전세계에 스트리밍됩니다. 작가님의 차기작을 기다려왔던 해외 팬과 시청자에게 인사 및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이 질문을 받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아 정말로 기다려주신 분들이 계시면 좋겠다”입니다. 개인적으론 계속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다행한 일인데, 거기에 누군가 기다려주기까지 한다면, 대중을 만나는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더할 나위 없겠지요. <그리드>에 대해 모르셨던 분이라면, “우연히 발견한 건데 재미있네?”가 됐으면 좋겠고, “봐야지”라고 생각하셨던 분이라면 “보기 잘했네?”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Q. <그리드>는 어떤 작품인지 소개해주세요.

A.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라고 여러 기사에서 소개해주신 걸 봤습니다. 흥미로운 단어는 모두 조합한 듯하여 다소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세 가지 장르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긴 하니, ‘그래 이걸로 하자’ 결론 내렸습니다. 외피는 그러하지만, 작업할 때 저의 마음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의 연장선이었어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여러 갈래 길 중에 하나요. 그렇지만 무엇보다 재미있는 드라마이길 바랍니다.

Q. 그렇다면 가장 먼저 제목이 왜 <그리드>인지 궁금합니다.

A. 처음에 생각했던 건 그냥 ‘O’, 즉 둥그런 원이었습니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시간이란 인간이 편의를 위해 만든 ’개념’에 불과한 것으로써, 시공은 시작도 끝도 없이 이어져 있다는 의미에서요. 동그라미라고 해도 좋고 원 혹은 오(알파벳)로 읽어도 좋다는 의미였는데 그래도 하나의 통일된 발음이 있어야 하겠구나 생각은 했었어요. 그러다 드라마의 주된 소재인 ‘그리드’ 때문에 모든 이야기가 펼쳐지므로, 자연스레 <그리드>로 정했습니다.

Q. 말씀하신 ‘그리드’는 작품에서 ‘태양풍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한 막’입니다. 그리고 이 그리드를 창시한 ‘유령’이란 미스터리한 존재에 대한 진실을 관리국 직원과 강력계 형사가 추적하게 됩니다. 이전 작품에서 정경유착 부패, 검경수사권 조정 (이상 [비밀의 숲]), 의료계 문제 (이상 [라이프]) 등의 소재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셨는데, 이번에는 소재부터 신선한 느낌입니다. 이런 드라마를 구상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비밀의 숲2] 마지막회를 쓸 때 즈음으로 기억하는데요. TV에서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방영했는데, “영화와 정반대의 상황이 되면 어떨까?”란 상상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게 되었습니다. 이전 드라마와 좀 다른 걸 써보자는 바람도 있었고요. 그동안 실재하는 사회현상을 소재로 삼다 보니, 기저 상황을 여러 줄의 대사로 설명해야 했고, 모니터를 하면서 이런 대사법은 배우님들께도 그렇고 여러 사람한테 민폐구나 느꼈습니다. 그래서 대사가 좀 적은 드라마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사전 정보가 필요 없는 소재를 택하게 됐습니다.



Q. 소재가 달라지면서, 작품의 세계관도 엄청나게 확장됐다는 느낌입니다.

A. 처음부터 태양풍이나 지구 위기 같은 극적 상황을 먼저 구상한 건 아닙니다. 그리드의 창시자 ‘유령’은 시공간을 이동하는 캐릭터인데, 24년만에 나타나 살인마를 비호합니다. 타임워프 물은 많으니, 이 이야기가 흥미로우려면 “왜 어렵게 시공간 이동을 해서 저런 일을 할까?”가 궁금해야겠다고 차츰차츰 생각을 넓혀간 결과입니다. 환경문제를 외면할 수도 없는 탓도 크고요. 극 중에선 태양풍으로 대표됐지만 지구온난화, 해수면 상승 등으로 바꿔 써도 위기상황인 건 동일하니까요.

Q. 서강준, 김아중, 김무열, 김성균, 이시영 등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이 상승하는 장르물 최적화 배우들이 어벤저스급으로 뭉쳤습니다. 이분들의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떠셨나요?

A. 먼저 서강준님은 전작들에서도 “연기 진짜 잘하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그걸 새삼 다시 느꼈습니다. 극중 새하는 마음속에 아픔이 있는 인물이고, 그 아픔이 해결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흐르면서 옹이처럼 박힌 인물입니다. 마냥 밝고 맑기만 한 인상이면 사연을 따로 부여해야 되는데, 서강준님의 얼굴은 그러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극이 진행되면서 새하가 오로지 유령을 잡겠다는 집념에만 사로잡혀 있을 때가 있는데, 편집본을 보면서 “새하는 정말 저 한 가지 생각밖에 없구나”란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표현하기 어려운 캐릭터의 마음과 기분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주셨습니다.

김아중님은 강하면서도 여린 면이 동시에 느껴지는 드문 분위기를 가진 분인데, 극중 인물인 새벽 역시 이런 면이 공존합니다. 속으론 갈등하고 흔들리지만 겉으론 의연하고 잘 버티는 걸로 보여 주변에서 잘 모르죠. <그리드>엔 없지만 모니터 하면서 김아중님이 어른 멜로 하는 걸 보고 싶단 생각도 했습니다. “분명 단단한 표정인데 눈은 당장 울어도 이상할 게 없구나”란 생각이 들 때가 있었거든요.

김무열님의 싱크로율, 제가 설명드릴 필요 없이 작품 속 연기를 꼭 보셔야 합니다. 모니터하는데 계속 “어진이 어떡해” 하면서 봤어요. 대본이나 미장센으로 커버될 수 없는 어진의 모든 감정이 다 느껴졌는데, 이건 배우 본연의 힘이라고 생각돼요. 김마녹 역에 김성균님 이름을 들었을 때, 정말 딱이라는 생각에 “오옥!” 했는데, 드라마를 보시면 제가 왜 그랬는지 공감하실 거에요. 그간 착한 역할로도 많이 나오셔서 “이미지가 순화됐을까?” 했는데, 등장하시는 순간 마녹이다 싶었습니다. 이시영님은 꼭 이 캐릭터를 맡아 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배우였습니다. “대사가 별로 없는 역인데 해주실까?” 싶었는데, 캐스팅 확정 소식에 혼자 내적 박수를 쳤습니다. 다른 분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혹시 또 같이 할 기회가 생기면, 시원한 액션을 많이 넣고 싶어요. TMI로, 저 이시영님 근육 만져본 사람입니다.

말씀드리다 보니 자랑하고 싶은 분들이 한두 분이 아니네요. 관리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극의 무게감과 스케일을 잡아주신 장소연님을 비롯해 이규회님, 백승철님 외에도 많은 배우 분들이 열연 해주셨어요. 극을 통해서 꼭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그리드>를 기다리는 시청자 여러분께 기대 포인트 살짝 귀띔 부탁드립니다.

기대되는 장면은 많습니다. 모니터 영상은 CG, 특수효과, 음향이 빠진 상태라서요, CG 장면이 많아서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그런데 배우분들의 ‘연기’는 정말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특별한 장면이 아닌데도, 배우분들의 연기 하나로 “어!” 할 때가 많았어요. 시청자분들께서도 함께 느끼시길, 무엇보다 작품을 재미있게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한편, 디즈니+의 첫 UHD 오리지널 시리즈 ‘그리드’는 2월 16일 첫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