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켓 외도했던 바티, 佛오픈 여자단식 우승...생애 첫 메이저 제패

by이석무 기자
2019.06.09 02:06:55

프랑스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이룬 호주의 애쉴레이 바티가 우승 트로피에 키스를 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호주의 애쉴레이 바티(8위)가 생애 첫 프랑스 오픈 여자단식 정상에 올랐다.

바티는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 오픈 테니스 여자단식 결승에서 마르케타 본드로소바(38위·체코)를 세트스코어 2-0(6-1 6-3)으로 가볍게 눌렀다.

총상금 4266만1000유로(약 567억원)이 걸린 이번 대회에서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달성 바티는 우승 상금 230만 유로(30억7000만원)를 손에 넣었다. 호주 선수가 프랑스오픈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것은 1973년 마거릿 코트 이후 46년 만이다. 올해 23살인 바티는 US여자오픈 여자 복식에서 우승한 적은 있지만 여자 단식에서 메이저대회 제패는 처음이다. 그전까지는 올해 1월 자국서 열린 호주오픈에서 8강에 오른 것이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이었다.

경기 전 전문가들은 19살의 왼손잡이 신예 본드로소바가 다소 우세할 것으로 전망했다. 본드로소바는 이번 대회에서 준결승전까지 단식 6경기를 치르면서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바티의 일방적인 흐름이었다. 바티는 1세트 시작과 함께 내리 4게임을 따내며 승기를 잡았고 1세트를 6-1로 간단히 따냈다. 이어 2세트에서도 본드로소바의 첫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하는 등 전혀 틈을 내주지 않았고 결국 경기 시작 1시간 10분 만에 우승을 확정했다.

바티는 2014년 테니스를 그만두고 크리켓으로 ‘외도’했다가 다시 테니스로 돌아온 이색 경력을 가지고 있다. 15살 때인 2011년 윔블던 주니어 단식에서 우승했고, 17살인 2013년에는 호주오픈, 윔블던, US오픈 여자복식에서 모두 준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테니스 선수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바티는 18살이던 2014년 말 갑자기 ‘테니스를 그만 두고 호주의 프로 크리켓팀에 들어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잦은 외국 대회 출전 등으로 인해 향수병이 그를 정신적으로 괴롭혔다.

하지만 바티는 2016년 초에 다시 테니스 코트로 돌아왔고, 복귀 후 약 3년 만에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르는 결과를 일궈냈다. 테니스로 돌아온 3년 전 세계랭킹이 623위에 불과했던 그는 이번 우승으로 순위를 2위까지 끌어올리게 됐다. 호주 여자 선수가 단식 세계랭킹 2위에 이름을 올린 것은 1976년 굴라공 컬리 이후 43년 만이다.

바티는 우승 인터뷰에서 “그때 잠시 테니스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여기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을지 모르겠다”며 “그 경험도 내 삶의 일부고, 당시에는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나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고, 인격적으로 더 성숙해질 시간이 필요했다”며 “그 시기를 통해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새로워졌고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도 겨룰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바티와 결승에서 맞붙은 본드로소바는 2006년 US오픈 당시 19세였던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 이후 약 13년 만에 10대 메이저 대회 챔피언을 노렸다. 하지만 큰 무대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