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빅리그' 어느덧 100회…김석현PD "지금이 진정한 1회"

by강민정 기자
2014.01.03 09:33:37

2011년 9월 시즌제 10회물로 시작..'퇴물시장'에서 개그부활
옹달샘-삼미시스터즈 인기 쌍끌이..프로그램 인지도 높여
시즌4부터 1년 정규물로 편성..박준형-안영미 '정신적 지주'
팀제도→코너제도로 변화..개그맨 간 연대 강화 '시너지'

케이블채널 tvN ‘코미디 빅리그’가 어느덧 100회를 맞는다.(사진=tvN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2011년 9월 17일. 케이블채널 tvN ‘코미디 빅리그’의 첫 방송 일이다. 시즌으로 분류하면 벌써 다섯 번째. 정규물로 편성되기 앞서 시즌제까지 합치면 어느덧 100회를 맞는다.

‘코미디 빅리그’가 론칭된 당시만 해도 개그는 방송가 시장에서 ‘퇴물’로 취급받는 분위기였다. KBS2 ‘개그콘서트’라는 전통이 존재했음에도 코미디는 영 수명이 길지 못했다. 개그맨들의 존재 필요성에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전혀 없었음에도 신인 개그맨들은 물론 기존 개그맨들까지 성장할 활로를 찾을 수도 없었다. 묘하게도 그런 우울한 상황과 맞물려 최근 1~3년 간 예능시장 역시 ‘새싹 찾기’가 어려웠다. 최근 MBC ‘무한도전’에 얼굴을 비추며 승승장구 했던 맹승지가 신인 개그우먼으로서 이름을 알린 경우였다.

어쨌든, ‘코미디 빅리그’가 나타난 당시는 개그가 환영 받은 때는 아니었다. ‘개그콘서트’의 원년 제작진인 김석현 PD를 믿고 하나 둘 합류해준 개그맨들이 힘이 됐을 뿐이었다.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 했던 만큼 ‘코미디 빅리그’의 첫 출발은 10회 물이었다. 이후 15회 물로 시즌2,3이 방송됐고 1년 주기로 정규물 편성이 확정됐다. 유상무, 유세윤, 장동민으로 오랜 콤비인 옹달샘이 ‘분장쇼’로 인기몰이를 시작하면서 안영미, 강유미, 김미려가 보여준 삼미시스터즈의 여성 파워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코미디 빅리그’의 코너 ‘레벨업’(위)과 ‘사망토론’.(사진=tvN 제공)
이후 시즌4에서 시즌5로 1년의 정규물로 편성되며 보다 안정적인 웃음을 안기기 시작했다. ‘졸탄’, ‘따도남’, ‘월달라’, ‘소모임’, ‘이개인’, ‘아3인’, ‘개통령’ 등 팀들이 마니아 층의 박수를 받았다. 방송 초반 웃음을 두고도 서바이벌 방식을 도입해 1등 팀과 꼴찌 팀을 가르는 토너먼트 방식이 살벌하다는 평고 있었지만 이러한 시스템은 어느 덧 ‘코미디 빅리그’만의 재미로 승화됐다.

‘코미디 빅리그’의 김석현 PD는 2일 이데일리 스타in에 “이번 주가 시즌제까지 합쳐서 100회를 맞는다”며 “지난 방송에서는 새롭게 선보인 코너가 1등을 했다”며 웃었다. 좀 더 얼굴이 알려진 개그맨, 일등 하던 팀만 일등을 차지한 경향이 짙었던 방송 초,중반 시기와 비교해 지금은 방청객들이 개그를 개그 그 자체로만 즐길 수 있는 수준까지 업그레이드 됐음을 자부한 뜻이었다.

김석현 PD는 “사실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개그맨 끼리 친해지고 연대가 생겨야 프로그램의 활력이 생기는데 이제야 그 바탕이 마련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석현 PD의 말은 맞았다. 개그맨끼리의 연대는 ‘코미디 빅리그’가 팀 제도가 아닌 코너 제도로 바뀌면서 더욱 강화됐다. 그동안 ‘코미디 빅리그’는 프로그램을 빠른 시일내에 안정궤도에 올려놓으려는 취지로 서로 마음이 맞는 개그맨들끼리 팀을 맞춰 코너를 선보이는 식으로 진행돼왔다.

‘까똑친구들’(왼쪽 위) 코너와 이를 준비하고 있는 개그맨들의 백스테이지 모습(오른쪽 위). 세트 뒤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개그맨들과 스태프(왼쪽 아래), 프로그램을 즐기고 있는 방청객들이 보인다.(사진=tvN 제공)
요즘은 그런 방식을 탈피해 일반 개그 프로그램의 진행을 따르고 있다. 늘 하던 이들끼리의 개그엔 아이디어의 한계가 있고 소재가 고갈되기 마련. 보는 이들도 식상 할 수 있다. 화제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케이블TV 환경에서 지상파에서도 부활시키기 어려웠던 개그 프로그램이 잘 살아남을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코너 제도로 맞춰졌어야 하는 ‘당연한 정석’을 지키지 못했던 셈이다. 지금은 ‘공개구혼’, ‘최민숙’, ‘흔남흔녀’, ‘사망토론’, ‘죽지 않아’, ‘라임의 왕’, ‘모던 패밀리’, ‘이름 대소동’, ‘면회’, ‘스마트한 친구’, ‘심장이 뛴다’, ‘겟 잇 빈티’, ‘생계형 건달’ 등 숱한 코너들이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석현 PD는 “팀 제도가 되면 끼리끼리 맞춰지기 마련이고, 코너 제도가 안착되면 개그맨들의 생각이 마구 섞이면서 비로소 시너지를 내게 된다”며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까똑’이나 새로 생기는 코너들도 그런 결과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준형(왼쪽 사진)과 안영미는 ‘코미디 빅리그’ 개그맨들의 정신적 지주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개그맨들로 후배를 이끄는데 큰 힘을 주고 있다.(사진=tvN 제공)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코너 제도가 가능했던 건 근간이 되는 ‘정신적 지주’들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개그맨 박준형이나 옹달샘 멤버들, 개그우먼 중에는 안영미가 대표적이었다.

김석현 PD는 “박준형, 옹달샘, 안영미 이런 친구들이 후배들을 이끌고 있고, 그 아래론 이재형, 이용진, 이런 친구들이 중간 다리 역할을 해주고 있다”면서 “이제부터 진정한 1회라고 시작한다”고 전했다. 이어 “올 한해 더욱 사랑 받는 ‘코미디 빅리그’가 될 수 있도록 새로운 재미,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