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으로도 연기하는 이병헌.."'레드2'에선 특히 힘들었다"

by강민정 기자
2013.07.17 08:54:05

생선 15마리 먹는 일상 3개월 동안 유지
트레이너 없이 나홀로 '외로운 싸움'
캐릭터 마다 식단조절-운동법 다 달라

배우 이병헌이 세 번째 할리우드 영화 ‘레드: 더 레전드’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저게 뭐라고…’, 이런 생각도 들더라.”

배우 이병헌이 또 한편의 할리우드 영화 ‘레드: 더 레전드’(이하 ‘레드2’)로 관객과 만난다. 18일 개봉을 앞뒀다. 이병헌은 미국 LA와 우리나라에서 두 번의 시사회를 통해 ‘레드2’를 봤다. 17일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취재진과 인터뷰에 나선 이병헌에게 감상평을 부탁했다. “할리우드 영화에 내가 나온다니 여전히 신기하더라”, “브루스 윌리스, 안소니 홉킨스, 존 말코비치, 캐서린 제타존스, 이 네 명을 한 작품에서 볼 수 있다는 건 할리우드 스태프에게도 낯선 일이라더라” 등 여전히 새롭다는 반응을 내놨다. 이 중에서도 혹독한 과정 끝에 완성된 자신의 ‘몸’에 대한 말에 생각이 멈췄다. “내가 봐도 멋지더라”, “고생한 보람이 있더라” 등의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지만 ‘저게 뭐라고’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하루에 생선 15마리로 식단을 조절하는 생활을 3개월 간 유지했다고 생각하니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배우 이병헌.
이병헌은 영화에서 비밀요원 출신 살인청부업자 한조배를 연기했다. 영화 ‘지.아이.조’의 스톰 쉐도우 역에서 미리 감탄했고,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일찍이 알고 있었지만, 이병헌의 ‘조각 몸매 노출’은 ‘레드2’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타지에서 외로이 자신과의 지루한 싸움에 집중해야 했을 이병헌의 노력이 빚은 신이다.

“사실 몸이라는 게 중요하긴 하다. 작가 분이 아무 생각 없이 그런 장면을 만들었을 거라고 믿진 않는다. 그 한 장면이 그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깊이 심어주는데 역할을 했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짧은 순간임에도 넣었을 거다. 나도 그런 것에 대한 중요함을 알았기 때문에 몸 관리하는데 소홀할 수가 없었다.”

이병헌은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을 촬영했을 때를 회상했다. ‘나쁜 놈’에 박창이 역을 맡았던 이병헌은 그때도 거칠게 다듬어진 몸매를 드러냈다. ‘보통 싸움꾼이 아니다’라는 걸 몸을 통해 보여준 셈이다.



영화 ‘지.아이.조.1’의 스톰쉐도우와 영화 ‘레드2’의 한조배의 몸은 이병헌의 캐릭터 분석에 따라 다른 식단과 운동법으로 만들어졌다.
“‘놈놈놈’ 영화를 찍었을 때도 박창이가 되기 위해 몸을 만든 거다. 잡초처럼 어디서도 질기고 강하게 살아남을 것 같은 그런 캐릭터에 맞춰 몸도 만들어졌다. ‘지.아이.조1’때는 아이들에게 영웅의 느낌을 줘야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몸에 균형이 완벽하게 잡혀 있어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자고 생각했다.”

그저 ‘멋있다’라고 감탄만 했던 이병헌의 작품 속 몸은 ‘캐릭터 맞춤형’이었던 셈이다. 때문에 이병헌은 늘 트레이너와 함께 캐릭터를 연구하고 상의하며 운동하는 법, 식단을 조절하는 법도 각기 다르게 적용했다. 아쉽게도 ‘레드2’의 한조배는 그런 트레이너가 없어 더욱 외로운 싸움이었다.

“이번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작품에 들어갔기 때문에 날 컨트롤해줄 적임자를 찾을 수가 없었다. 누가 옆에서 ‘오늘은 이만큼, 됐어!’라고 외쳐주면 죽을 듯이 힘들다가도 해방감과 성취감을 느끼며 운동을 끝냈는데, 이번엔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맞나’, ‘더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 힘들었다. 동네체육관에 ‘흑인 동생’이 하나 있었는데 좀 도와달랬더니 바쁘다더라. ‘나 배우야!’라고까지 말했는데, ‘난 가수인데?’라고 하더라. 그 친구는 내가 운동하는 거에 대한 중요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하하.”

지난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로 1000만 관객의 신화를 쓴 이병헌은 ‘지.아이.조’ 시리즈와 ‘레드2’로 세 편의 할리우드 작품을 만났다. 내달 10일 배우 이민정과 결혼까지 앞두며 대내외적으로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병헌은 당분간 ‘레드2’ 홍보에 집중하며 ‘예비 신부’에게 결혼 준비를 맡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