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40홈런 자신있었는데… 빨리 회복부터 해야죠"

by조선일보 기자
2009.06.22 08:45:41

[조선일보 제공] "속으로 '올해는 (상대 투수들 나한테) 다 죽었다'고 생각했었죠.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를 거치면서 제 타격이 한 단계 성장했다고 확신했거든요."

한화 김태균은 올 프로야구 시즌을 시작하면서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 지난 3월 WBC에서 '대한민국 4번 타자'로서 자신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던 그였다. "한화 4번 타자로서 40홈런, 100타점은 충분히 할 것 같았어요. 시즌 마치고 미국이나 일본에 진출해도 잘할 자신이 있었고요…."

21일 대전구장에서 만난 김태균은 시즌을 맞을 때 심정을 떠올리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금세 표정이 굳어지면서 "지금은 전부 다시 시작해야 할 처지다.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내 야구 인생이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끝없이 비상할 것 같았던 김태균은 4월 말에 당한 뇌진탕 후유증 때문에 현재 2군 경기에도 나가기 힘든 상태가 됐다.

지난 4월 26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김태균은 홈으로 달려들다가 상대 포수 최승환과 충돌, 그라운드에 머리를 부딪힌 후 정신을 잃었다. 병원에서 깨어난 후에도 그는 "내가 왜 여기 있지"라며 어리둥절해했고, 절정을 달렸던 타격감(타율 0.415, 5홈런)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열흘을 쉰 김태균은 5월 6일 다시 그라운드에 나왔지만 4번 타석에 나와 4번 삼진을 당했다. 그는 "겉보기에 멀쩡해서 복귀했는데 뇌진탕을 너무 얕본 것 같다"고 했다. "몸이 무겁고 움직이는 게 귀찮아 누워만 있고 싶었고, 타석에 서면 어지럼증 때문에 공이 흔들려 보였다"고 했다. 입맛이 없어 117㎏ 나가던 체중이 갑자기 5㎏이나 빠졌다. 김태균은 부상 이후 17경기에서 타율 0.182(55타수10안타)에 그쳤고, 결국 5월 29일 1군 명단에서 빠졌다.

한방·양방을 가리지 않고 병원을 돌아다녔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뇌진탕에 용하다는 음식을 찾아봐도 속 시원한 대답이 안 나왔다. 그는 "의사들은 무조건 푹 쉬라고만 하는데 팀 성적이 안 좋으니 마음 편히 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태균은 한화가 올 시즌 최하위에 허덕이는 게 자기 탓인 것 같아 서둘러 방망이를 잡았지만 아직 1군 복귀도 장담할 수 없는 답답한 상태다. 김태균은 19일 경찰청과의 2군 경기에서 2타수1안타를 쳐 회복세를 보이더니 21일엔 목 통증으로 다시 출전 명단에서 빠졌다.

시즌 목표도 대폭 수정됐다. 김태균은 "홈런 개수나 해외 진출을 생각할 상황이 아니다. 어떻게든 빨리 건강한 상태로 돌아가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4번 타자'로 온 국민을 기쁘게 했던 그가 지금은 다시 그라운드에 복귀할 날만을 기다리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