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황제에서 사업황제로 ...그렉 노먼
by조선일보 기자
2008.04.22 09:51:30
CEO로 변신한 '백상어' 그렉 노먼 인터뷰
골프 선수 수명엔 한계, 10년 이상 비즈니스 준비...이제부터 내 인생 황금기
[조선일보 제공] "나는 공격적인 골퍼였다. 그러나 사업은 보수적으로 한다. 돈은 천천히 버는 것이 좋다. 쉽게, 빨리 버는 돈은 좋지 않다."
'백상어'라는 닉네임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호주 출신 프로골퍼인 그렉 노먼(53)은 더 이상 골퍼가 아니었다. 그는 기자에게 'CEO'로 불러 달라고 했다.
그렉 노먼은 21일 본지와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프로 골퍼로 입문할 때부터 사업가의 길을 준비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10년 이상의 치밀한 준비 끝에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10년이 그렉 노먼이 사업가로 얼마나 성공하는지 중요한 시간이다. 이미 제가 설계한 골프 코스는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신흥 시장(이머징 마켓), 특히 인도에서 사업 기회가 많다. 와인 비즈니스도 확장일로이다. 호주에서 시작해 미국에 진출했고, 이제는 남아프리카와 아르헨티나에 진출할 예정이다. 제 황금기는 2012년 이후부터다."
인터뷰 내내 그렉 노먼은 브랜드, 경쟁, 성장을 강조했다. 골프는 이제 그에겐 사업의 한 영역에 불과했다.
주식회사 그렉 노먼은 이미 한국에도 진출해 있다. 경기도 가평의 한화 '제이드 팰리스 골프클럽'이 그의 작품이고, 현재는 금호아시아나·태영·SBS와 손잡고 골프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 역시 그렉 노먼의 골프 웨어 '그렉 노먼 컬렉션'의 한국 시판에 맞춰 이뤄졌다. 그렉 노먼은 "한국시장은 골프 웨어 경쟁이 치열하지만 우리 컬렉션은 한국인의 체형과 스타일을 고려했기 때문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에 뛰어든 계기는?
"프로골퍼로 활동할 때 백상어란 별명을 얻었다. 백상어를 로고로 내세워 그렉 노먼 골프 웨어를 만들었는데 성공했다. 그 후 점차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됐다."
―처음부터 사업을 할 생각이었나.
"골프선수로서는 수명이 한정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사업을 생각했다. 10년 정도 준비한 후 실행했다. 생각보다는 빨랐지만 자연스러운 변화였다. 내 스스로가 브랜드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스타에서 기업경영인으로 변신에 성공한 사람이 많지 않아서 더 조심스럽다."
―골프뿐 아니라 다양한 사업군에 진출해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했다고 보면 된다. 골퍼로 활약할 때부터 패션에 신경을 썼다. 양복도 스타일 있는 것을 좋아한다. 와인과 쇠고기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주요 비즈니스는?
"골프 코스 디자인은 모든 대륙에서 진행 중이다. 사업의 85%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경기를 덜 타는 편이다. 요즘은 베트남, 아르헨티나, 러시아가 뜨고 있다. 골프 코스와 연계해서 주택 단지를 만들고 그 안에 레스토랑과 와인이 진출하는 등 모든 사업이 보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시너지가 크다. 골프장과 주택단지를 연계해서 건설하면 프로젝트당 20억~40억 달러가 소요된다. 골프 코스 설계 사업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72개 정도가 진행 중인데 이만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금까지 설계한 골프장 수는 64개다. 그렇다고 안주하지는 않는다. 계속 성장할 것이다. "
―사업에 실패한 적은?
"골프와 비즈니스는 다를 바가 없다. 골프에서는 항상 실수가 있고, 실수를 통해 많이 배운다.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잔디사업에서 실패를 봤다. 문을 닫을까도 고민했고 지금은 라이선스로 사업을 돌렸다."
―다른 업체와의 경쟁을 즐기는 것 같다.
"경쟁은 위대한 것이다. 골퍼였을 때도 전 세계 유명 골퍼들과 경쟁했고, 나 자신을 믿었다. 자신감이 없으면 성공도 없다. 자동차 산업도 경쟁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포드의 검은색 차를 타고 있었을 것이다. 도요타와 현대가 참여했기 때문에 더 좋은 차가 나왔고 산업이 전체적으로 발전했다. 경쟁 없는 성공은 무의미하다."
―본인은 어떤 사업가라고 생각하나.
"골퍼로서 나는 공격적이다. 백상어라는 별명이 그런 스타일을 잘 대변해준다. 그러나 사업에서는 그렇지 않다. 보수적이다. 치밀하게 조사하고 신중하게 뛰어든다."
이날 인터뷰에 그렉 노먼은 약혼녀 크리스 에버트를 동반했다. 두 사람은 인터뷰 내내 손을 붙잡고 있었고, 말미에는 키스를 나누기도 했다. 그렉 노먼은 중국을 못 가본 그녀에게 상하이 구경을 시켜줄 참이라고 했다. 그는 "테니스가 전 세계적으로 다시 각광받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미국에서 테니스 아카데미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에버트에게 사업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테니스 마니아라고 말하자, "영부인도 친다면 다음에는 부부끼리 복식을 치고 싶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렉 노먼은 "다음에 한국을 방문할 때는 부부 사업가로 인사드리겠다"며 인터뷰를 끝마쳤다.
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골퍼로 '백상어'란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1955년 태어나 15세에 골프를 시작했고 21세에 프로에 데뷔했다. 현역 시절 PGA 20승을 비롯, 66번의 우승과 331주 연속 세계 랭킹 1위 기록을 보유했다. 전성기를 보여준 1990년대에는 골프 설계사로 이름을 날렸다. 1990년대 중반부터 골퍼와 사업가의 길을 병행해 왔다. 현재 'Great White Shark Enterprises'란 지주회사 아래 골프 코스 설계·골프의류·부동산개발·와인·외식사업 등 10여개 사업체를 거느리고 있다. 재산은 1억6000만 달러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호주의 100대 부자에 꼽히기도 했다. 1970~1980년대에 테니스의 여제로 불렸던 크리스 에버트(Christine Evert)와 연인 관계로, 지난해 말 약혼했으며 곧 결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