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럴까]마해영과 롯데의 쉽지 않았던 재결합

by백호 기자
2008.01.25 10:05:55

▲ 8년만에 고향팀 롯데에 입단한 마해영 [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이데일리 SPN 백호 객원기자] 롯데와 마해영 사이에 오랫동안 불편한 감정이 지속되었다는 것을 모르면, 롯데가 고작 연봉 5,000만원 짜리 선수와 계약하는데 왜 이리 시간을 끌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필자가 롯데 자이언츠 담당 기자로 일하던 2005년에 느낀 것은, 롯데 프런트 중 마해영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의 롯데 시절 성적도 상당 부분 ‘호세 효과’에 힘입은 것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롯데 구단 내부 정서였다.

때문에 마해영이 롯데로 돌아오기는 상당히 어려웠다. 다음의 여러 가지 요건이 모두 맞아주었기에, 롯데는 마해영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롯데 팬들은 한국 프로야구, 특히 만년 하위 롯데 자이언츠에는 분명 과분한 존재다. 과거의 영광을 먹고 살 수밖에 없는 롯데 팬들은 특히 왕년의 스타에 대해 유난한 지지를 보내곤 한다.

롯데 팬들은 마해영이 롯데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적극적으로 표시한 뒤부터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 등을 통해 구단에 강력한 압박을 가했다. 팬들로부터 받은 것에 비해 주는 것이 몹시 적은 롯데로서는 가능한 팬들의 요구를 수용해야 했다. 여러 해 전 전혀 가치가 없던 박정태와 FA 계약을 한 것도 팬들의 성화에 못 이겨서였다.

여러 팀에 의사 타진을 했을 것이 틀림없는 마해영은 지난 해말 어느 시점부터 롯데만을 지목해 공개 구애를 시작했다. 롯데는 마해영을 받아들이느냐 마느냐 선택해야 할 입장이 되었다. 언론은 마해영의 뜨거운 마음을 연일 보도했고, 롯데가 어떤 선택을 할 지에 대한 예측 기사를 내놓았다.

마해영은 롯데에 가고 싶다고 하며 매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팀에 여전한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입단 조건은 중요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리고 매우 적은 연봉을 받아 그 약속을 지켰다. 구단은 마해영에 대한 묵은 감정을 지울 수 있을 것이다.

마해영이 아무리 롯데에 오고 싶었더라도, 롯데는 분명 가급적 그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대호와 여덟 난쟁이라는 말을 듣는 롯데 타선은 이번 겨울 전혀 보강되지 않았다. 통산 타율 2할6푼8리에 8홈런 79타점에 불과한 조성환이 5년 만에 돌아오는 것을 ‘전력 보강’이라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다.



롯데가 라인업을 강하게 해야 하는 건 절대적인 사명이었지만, 롯데 구단은 FA 이호준과 계약하지 못했다. 그리고 트레이드를 통한 보강도 하지 못했다. 마해영은 이대호보다는 여덟 난쟁이와 가까운 성적을 내겠지만, 그래도 조성환보다는 훨씬 눈에 띄고 든든한 타자다. 롯데는 이호준을 영입할 때 들었을 돈의 100분의 1 정도로 어찌됐던 타력 보강을 할 수 있었다.

위와 같은 모든 여건에도 불구하고, 롯데가 강병철 감독을 유임시키거나 다른 한국인 감독을 영입했다면 마해영은 롯데에 못 갔을지도 모른다.

마해영에 대한 롯데 구단의 태도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 계약 이후 확 달라졌다. 로이스터 감독이 마해영의 과거 성적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팀 타선이 워낙 약해 우선 타자를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고 싶었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로이스터 감독은 마해영을 보기도 전부터 그에 대한 호의적인 이야기를 했다. 그룹 고위층이 직접 낙점했다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현재 팀 내에서 진정한 실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로이스터 감독이 원하는 선수는 구단이 구해줘야 할 것이다. 이승엽이나 오승환을 데려와 달라고 하면 무리겠지만, 마해영과 계약해 달라는 요구하면 당연히 받아들여질 것이다.

마해영은 불과 3년 전까지도 매우 훌륭한 타자였다, 그리고 그는 고정관념과 달리, KIA에서 뛰던 시절에만 해도 그렇게까지 나쁜 타자는 아니었다. 필자가 겪은 바로는 매우 두뇌회전이 빠르며, 솔직 담백한 선수다. 자기 프라이드가 대단하며 야구 욕심이 굉장하다.

마해영 정도의 선수가 입단 테스트라는 자랑스럽지 못한 절차를 감수하며 고작 연봉 5,000만원에 계약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선수와 구단 모두 어려운 결단을 내린 만큼, 마해영이 마해영 다운 성적을 거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