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갈매기' 이대호 "사직구장 떠난 팬들 돌아오게 하겠다"
by이석무 기자
2017.01.30 12:46:49
| 4년 총액 150억원이라는 역대 FA 최고액으로 친정팀에 복귀한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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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사직구장 떠난 롯데팬들 다시 돌아오도록 만들겠다”
6년 만에 친정팀 롯데에 돌아온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35)의 표정은 밝았다. 복귀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감이 얼굴과 말투에 가득했다.
이대호는 30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 사파이어볼룸에서 공식 입단식 및 기자회견을 갖고 롯데 자이언츠 선수로서 제2의 시작을 알렸다.
말쑥한 정장 차람에 짧은 헤어스타일로 등장한 이대호는 계약서에 사인을 한 뒤 김창남 구단 대표이사로부터 등번호 10번이 적힌 롯데 유니폼 상의를 받아 와이셔츠 위에 입었다. 오랜만에 입은 롯데 유니폼이지만 어색함은 전혀 없었다.
이대호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롯데의 간판스타로 활약하다 2012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 오릭스와 소프트뱅크에서 정상급 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해에는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을 맺고 미국 진출의 꿈도 이뤘다. 스플릿계약과 플래툰 시스템이라는 악조건을 딛고 104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5푼3리 14홈런 49타점이라는 호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결국 롯데와 4년간 연봉 총액 150억원을 받기로 하고 국내 복귀를 결심했다.
이대호는 미국과 일본 구단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한국 무대에 돌아온 이유로 ‘팬’을 꼽았다. 그는 “언젠가 돌아오겠다고 늘 생각했는데 이번 시기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며 “날 좋아하는 팬들이 많이 지칠 것이라 생각했다. 팬들 때문에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동안 사이판에서 개인훈련을 했던 이대호는 롯데와 계약을 맺은 뒤 국내에 있던 아내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지난 5년간의 해외 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온다는 생각에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이대호는 “롯데와 계약을 결정하고 아내와 통화했는데 아내가 울더라. 해외 생활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생각났던 것 같다. 외국에서 적응하는게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돌아오니 여러가지 생각나서 나도 눈물이 났다”고 밝혔다.
사실 이대호는 롯데와 깔끔하게 헤어진 것은 아니었다. 2010년 전무후무한 타격 7관왕에 오른 뒤 연봉 협상에서 구단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했다. 이대호는 7억원을 요구했지만 롯데는 6억3000만원에서 1원도 더 줄 수 없다며 연봉조정신청까지 갔고 결국 KBO는 구단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이대호는 2011년 FA 자격을 얻었고 롯데 잔류 대신 주저없이 일본행을 선택했다.
이대호는 “연봉 조정은 구단과 마찰을 빚기 싫어서 신청한 것이다. 연봉 조정에서 졌기 때문에 깨끗하게 승복했다. 안 좋은 감정은 없었다”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이대호가 떠난 이후 롯데는 하위권 팀으로 전락했다. 인근 창원을 연고로 하는 NC 다이노스에게 경남권 팬들을 많이 빼앗겼다. 롯데가 거액을 들여 이대호를 데려온 이유도 팬들을 사직구장에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서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이대호에게 주장 완장을 맡길 만큼 큰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대호의 어깨는 무겁다. 팀 성적을 올리고 팬들의 사랑을 되찾아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일단 팀이 5강 보다 위에 있어야 한다. 어떻게든 강팀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대호는 팀 분위기의 중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하다. 즐겁게 웃으면서 하는게 중요하다. 야구장에서 많이 웃고 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드러운 주장이 되겠다는 재밌는 공약도 내걸다. 이대호는 “나는 원래 무서운 선배였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했으니 부드러움으로 갈 생각이다. 날 무서워했던 후배들도 이제는 나보다 더 큰 스타가 됐다. 내가 뭐라한다고 들을 나이도 아니다.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칭찬을 많이 해줄 것이다”며 웃었다.
이대호는 WBC 대표팀에 선발됐지만 팀 적응을 위해 대표팀 대신 롯데 전지훈련에 참가한다. 그는 대표팀과 소속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큰소리쳤다. “김인식 감독님이 배려해주신 만큼 몸을 더 잘 만드는게 내가 할 일이다”며 “남들보다 2배로 운동을 해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