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만나는 tvN표 로코[또 오해영을 보자①]

by김윤지 기자
2016.05.10 06:58:00

‘또 오해영’ 방송화면 캡처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케이블채널 tvN 월화미니시리즈 ‘또 오해영’(연출 송현욱·극본 박해영)이 심상치 않다. 지난 2일 첫 방송 시청률 2.2%(닐슨코리아 전국가구 유료플랫폼 기준)로 출발해 점진적인 상승세다. 에릭, 서현진, 예지원, 김지석, 이재윤 등 주연배우들의 호연이 빛나는 가운데, 오랜만에 만나는 tvN표 로맨틱 코미디라는 평가다.

◇황당함과 신선함 사이…만화 같은 설정

설정부터 흥미롭다. 동명의 동급생 탓에 암울한 학창시절을 보낸 ‘평범한’ 오해영(서현진 분)이 주인공이다. 외모부터 능력까지 모든 것을 다 가진 동명이인과의 악연은 성인이 된 이후로 이어진다. 이름이 같아 생길 수 있는 각종 오해와 해프닝이 극적으로 펼쳐진다.

만화 같은 설정은 뜻밖의 동거로 이어진다. 오해영은 집에서 쫓겨나 단칸방으로 이사 간다. 짐을 옮기다 허술한 벽을 무너뜨리고 쪽문을 발견한다. 알고 보니 박도경(에릭 분)의 방으로 연결되는 문이다. 값비싼 장비가 즐비한 도경의 방과 허름한 해영의 방이 같은 집이라는 사실은 귀여운 반전이다. “우연이었다”는 대사로 개연성이 해결되는 세계관을 지닌 작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처럼 만화 같은 설정은 빙의된 귀신과 로맨스를 그린 ‘오 나의 귀신님’, 본부장이 된 고교생의 이야기 ‘고교처세왕’ 등 과감한 도전을 꾸준히 해온 ‘tvN표 로코’와도 접점이 있다.

◇연기력 빛나는 통통 튀는 캐릭터

매력적인 캐릭터로 가득하다. 해영은 불운 경연대회에 나간 듯, 파혼을 비롯해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린다. 그 와중에 허세를 부리는 씩씩함이 있다. 도경은 가까운 미래를 보는 능력을 지녔다. 옛 연인(전혜빈 분)과 이름이 같은 오해영을 멀리하려 하지만, 그가 자꾸 눈에 밟혀 해영의 주변을 맴돈다. 결혼을 약속한 연인이 배신했다는 공통점이 두 사람을 가깝게 만든다. 물오른 코믹 연기로 서현진이 로맨틱 코미디를 완성하고, 에릭의 애틋한 눈빛 연기가 후반부 휘몰아칠 멜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도경의 누나이자 해영의 상사인 박수경(예지원 분)도 인상적이다. 깐깐하고 무심해 보이지만, “아침 7시에 라면 4개를 끓여봤나”는 대사에서 짐작되듯 외로운 여인이다. 매일 술을 마시는데, 만취하면 프랑스어를 중얼거린다. 엉망이 된 헤어스타일 때문에 안전 지킴이가 외면할 정도다. 거침없이 망가지는 예지원의 열연이 돋보인다.

지나치게 꿋꿋한 딸 해영으로 늘 마음 고생하는 해영의 어머니 황덕이(김미경 분)도 빼놓을 수 없다. 모든 것을 놓은 두 모녀가 탱고에 맞춰 몸을 흔드는 장면은 명장면이다.

‘또 오해영’ 방송화면 캡처
◇“때깔이 달라요”…감각적인 영상미

‘또 오해영’이 지닌 신선함은 연출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극중 오해영이 처한 상황은 박복 그 자체다.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해 오히려 애잔하다. 영상은 이 과정을 따뜻하게 담아낸다. 청각이 예민한 도경의 상태를 묘사하는 신이나 인물의 심리를 반영한 과감한 구도 등 공들인 연출이 눈길을 끈다. 벚꽃이 만개한 공원신에서는 봄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화사한 색감으로 시청자의 눈을 즐겁게 한다.

CJ E&M 기술국 김향춘 감독은 “기본적으로 촬영할 때 잡아온 톤을 생생하게 살리는데 주력했다”며 “인물과 배경색의 조화까지 반영된 촬영본이어서 보는 사람이 화면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특히 1회에서 도경과 해영이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신은 그런 부분들이 잘 살아 있다. 코미디가 강하지만, 그 안에 따뜻한 정서가 배어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로맨틱 코미디의 기본인 화사함과 더불어 따뜻한 색감을 살리려 노력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