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100세 시대' 윤항기 송해 김추자의 '생존 확인법'
by김은구 기자
2016.03.01 06:31:00
| 하춘화 윤항기 김추자 송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100세시대’라는 말이 와 닿는 요즘이다. 올해 초 하춘화가 데뷔 55주년 기념 나눔공연을 열고 그 수익금 1억2000여 만 원을 기부해 잔잔한 감동을 낳았다. 꾸준히 자선공연을 통해 2011년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한 적도 있는 하춘화의 행보는 ‘대중과 함께하는 가수란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는 모범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오랜 기간 KBS1 ‘전국노래자랑’ MC로 시청자들에게 친숙했던 송해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빅쇼’라는 공연을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각지를 돌았다. 지난해에는 송해 90세 헌정공연이 개최됐다. ‘늦기 전에’, ‘님은 먼 곳에’를 부른 김추자도 지난 2014년 33년 만에 새 앨범으로 컴백하고 공연도 개최했다.
이들의 행보에 힘입은 덕분인지 한 때 가요계를 쥐락펴락했던 스타들이 줄줄이 복귀를 선언했다. ‘개여울’로 유명한 70년대 디바 정미조에 이어 윤항기가 콘서트를 갖는다. 오는 4월 ‘나의 노래, 나의 인생’이라는 타이틀로 단독 콘서트를 여는 윤항기는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당대의 히트 가수였다. ‘나는 행복합니다’로 유명하며 윤복희의 오빠, 1세대 록밴드이자 천재 작사, 작곡가로 불렸다. 이번 콘서트는 그의 데뷔 55주년 기념이다. 실제 가수로 살아온 햇수는 57년이다. 그는 1943년생으로 올해 73세다.
왕년의 스타가 오늘의 스타를 꿈꾸는 과정을 보는 게 색다르다. ‘100세 시대’라고 표현되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민국이 접어들었고 노년에도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는 방증으로도 해석된다. 그런 점에서 올드 스타들의 활동은 색안경을 끼고 볼 일만은 아니다. 오히려 요즘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데일리는 이미 발 빠르게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100세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연중 기획 ‘100세 시대, 건강하고 당당하게’를 시작했다. 올 한해 은퇴를 앞둔 4050 세대들이 준비해야 할 핵심 키워드인 여가, 재테크, 재취업, 건강을 중심으로 풀어갈 예정이다. 이데일리는 매달 가온누리라는 사내 행사를 연다. 평소보다 30분 이른 시간 회사로 출근해 외부 강사의 강의를 듣는다. 최근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한 전병율 차의과대 교수가 ‘재앙과 축복, 두 갈래길에 놓인 100세 시대 무엇을 취재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100세 시대는 먼 이야기가 아닌, 한국 사회가 직면한 상황이라는 게 강의의 주요 요지였다.
인간이 오래 사는 것만으로 축복이라고 할 수 없다. 잘 사는 게 중요하다. 노년층을 위한 복지나 경제적 뒷받침이 없다면, 이로 인해 사회 문제가 발생하는 등의 상황은 재앙에 가깝다. 실제 한국 사회는 청년 취업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중장년층과 청년층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자식 세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부모세대의 일자리와 임금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다. 노인층의 지하철 무료 승차가 젊은 층의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부모 세대가 청년이 된 자식들에게 생활을 의탁하기에도 사회 경제적 상황은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100세 시대는 70~80대를 넘어 ‘영포티’ 이른바 40대부터 준비를 해야한다는 말이다.
올드 스타의 도전은 시대의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이들은 각자 자신들의 인생을 가장 찬란하게 만들었던 무기로 다시 한번 승부수를 띄웠다. 나이를 불문하고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개척하는 모습이다. 공연 시장은 요즘도 젊은 아티스트들, 그들을 추앙하는 젊은 관객들이 주류를 이룬다. 타깃 관객층이 다르다 하더라도 이들은 공연시장이라는 같은 테두리에서 젊은 후배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매번 새로운 도전은 성과에 관심이 쏠리게 마련이다. 도전 없이는 어떤 성과도 거둘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김추자는 컴백 당시 기자회견에서 ‘디바’라는 수식어를 거부했다. 김추자는 “디바를 흔히 전설적인 여가수라고 하며 산 사람을 전설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더 이상 왕년의 스타가 아닌 100세 시대를 꿈꾸는 현재의 스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