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감독, 신작 '바람이 분다' 전쟁 미화 논란에

by박미애 기자
2013.07.29 08:10:37

미야자키하야오 감독
[도쿄(일본)=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5년 만에 내놓은 애니메이션 영화 ‘바람이 분다’는 비행기 설계사 호리코시 지로의 꿈과 사랑을 그렸다. 지난 20일 일본에서 개봉돼 현지에서 논란이 된 작품이다. 호리코시 지로가 실존인물로서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 특공대인 카미카제에 쓰인 전투기 제로선의 개발자이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감독은 26일 일본 도쿄도 코가네이시에 위치한 자신의 아틀리에(작업실)에서 한국 취재진을 만나 논란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어쨌든 주인공이 만든 비행기가 태평양 전쟁에서 쓰였다. 단순히 열심히 살았다고 해서 죄가 단죄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했다.” 미야자키 감독의 얘기는 전쟁이나 인물에 대한 미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어린이들이 밖에서 뛰어놀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토토로’를 만들었지만 어린이들이 밖에서 놀기는커녕 집에서 TV나 DVD만 보고 있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가 ‘토토로’를 예로 들어 부연 설명한 대목에서도 그러한 생각이 읽혔다.

그렇다면 미야자키 감독은 왜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실존인물을 작품에서 다뤘을까. 영화는 정작 전쟁과 관련해 다시 말해 논란이 될 부분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영화는 호리코시 지로가 만든 비행기가 전쟁에서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관심 없다. 오로지 비행기 설계사의 꿈을 키우고 꿈을 실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인공이 꿈을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는 과정은, 그리고 연인과 순수한 사랑을 주고받는 과정은 가슴이 뻐개질 만큼 아름답다.



“호리코시 지로가 비난을 많이 들었지만 사실은 군에 대항해 살아온 인물이다. 그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죄를 업고 살아야 한다고나 할까. 전쟁을 반대한 내 아버지도 전쟁에 가담했지만 좋은 아버지였다. 간단히 정리할 수 없는 문제다.” 미야자키 감독은 명확한 대답을 주지는 않았다. 결국 그에 대한 판단은 관객의 몫이 됐다.

하지만 영화가 일장기를 건 비행기를 모조리 추락시키고 주인공이 “내가 만든 비행기는 단 한 대도 돌아오지 못했다”고 비참해하는 것만으로는 영화를 충분히 이해하기에 부족한 듯하다.

‘바람이 분다’는 오는 9월중 국내에 개봉될 예정. 영화는 오는 8월28일 개막하는 제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