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는 가수' 이용 "10년 만에 '재기'"

by김은구 기자
2013.04.08 08:12:59

가수 이용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이용(56)은 ‘잊혀지지 않는’ 가수다. 매년 10월이 되면 사람들은 습관처럼 지난 1982년 발표된 이용의 데뷔곡 ‘잊혀진 계절’을 부른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로 시작하는 ‘잊혀진 계절’은 30년이 넘은 지금도 10월을 대표하는 노래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용이 4월, 10년 만에 신곡 활동에 나선다. 매년 10월 ‘특수’를 누리고 있지만, 이용의 목표는 ‘재기’다. 타이틀곡 제목도 ‘재기’, 앨범 타이틀은 ‘재기 이후 고백’이다.

“제가 ‘잊혀진 계절’의 수혜자이지만 피해자도 된 것 같아요. 아직도 사람들은 ‘이용’이라고 하면 ‘잊혀진 계절’만 생각하니까요. 신인 때처럼 활동해서 다시 가수로 일어서야죠.”

이용은 그동안 KBS1 ‘아침마당’의 ‘그때 그 노래’에 2년 반 넘게 출연했고 지난해 10월 종방된 MBC ‘생방송 월화수목’에서 진행을 맡는 등 방송 활동을 해왔다. 과거 히트곡들로 KBS1 ‘7080콘서트’와 ‘열린음악회’를 통해 꾸준히 무대에도 올랐다.

그런 이용이 모험이랄 수 있는 새 앨범을 준비한 이유는 간단했다. “가수니까요.”

가수 이용
이용은 “옛 명성만 갖고 가수가 아닌 방송인으로만 활동 한다면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로 있다가 사망하거나 큰 사건이 있어야 관심을 받는 게 요즘 세상”이라며 “내가 노래로 감동을 주던 사람인데 그런 존재로 머무르기 싫었다”고 말했다.

사실 2003년 8집 ‘후회’를 발표한 이후 2장의 앨범을 더 냈다. 싱글 앨범인 이번 ‘재기 이후 고백’은 11집이다. 이용 연배 가수들의 앨범은 음반매장에서 ‘성인가요’로 분류돼 진열장에 꽂힌다. 8집은 ‘성인가요’ 부문에서 드물게 1만 1000장 이상 판매가 됐다. 9, 10집의 판매량은 ‘0’이었다고 했다.

“매니저 없이 앨범을 내다보니 홍보가 안 돼 활동을 못한 이유도 있었겠지만, 유통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 아직도 열성 팬이 5000명은 있는데 한 장도 안 팔렸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쇼크’를 감안하니 ‘재기’라는 목표가 더욱 공감이 갔다. 그러나 단순히 자신의 재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용은 “경기가 위축돼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더구나 나를 포함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는 시기”라며 “내 주위 사람들이 점점 더 힘든 세상에 전하는 ‘희망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내가 해온 음악은 ‘스탠다드 음악’으로 불린다. 팝송으로 말하면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처럼 멜로디가 주가 되는 음악”이라며 “시대가 바뀌어도 스탠다드 음악이 기본이 돼야 하는데 요즘은 자리를 잃었다. 한 획을 그었던 가수로서 스탠다드 음악의 재기도 목표”라고 덧붙였다.

가수 이용
과거 ‘잊혀진 계절’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즐겼다. 요즘은 부모와 자녀가 듣는 음악이 다르다. 이번 활동을 통해 두 계층을 아우르지는 못하겠지만, 부모 세대가 좋아하고 젊은 층도 관심을 갖게 만들고 싶다는 게 이용의 포부다.‘재기’는 이 포부를 드러내듯 밝고 경쾌한 젊은 느낌의 반주가 담겼다. 함께 수록된 ‘고백’과 함께 앨범 녹음이 끝난 후 사람들에게 음원을 들려주고 반응을 봤는데 ‘재기’는 기존 이용의 노래와 차별화된다는 이유로 극성팬을 비롯해 더 많은 사람들이 타이틀곡으로 추천했다.

이용은 “과거와 비슷한 분위기의 노래로는 잘해야 은메달이니 체급을 바꿔서라도 금메달을 따라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앨범을 내고 활동을 하는 이상 까마득한 후배이면서 K팝의 세계적인 유행을 이끌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과 음원시장, 앨범 매장, 예능프로그램 등에서 경쟁이 불가피하다.

“1년여 전에 미국 LA 헐리웃볼에서 비스트, 엠블랙 등 후배들과 공연을 했는데 3만명의 관객이 몰렸어요. 외국인이 60% 이상이었죠. K팝의 인기를 이 정도까지 끌어 올린 후배들 한명 한명이 모두 외교사절 같더라고요.”

이용은 후배들을 치켜세우면서도 “나도 1982년 중공시절 중국에서 공연을 했던 한류 개척자이자 선배로서 후배들이 성장시킨 K팝에 더 힘을 실어주고 싶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함께 활동하려면 후배들의 인사만 받으려 할 게 아니라 후배들처럼 망가지고 까불면서 부드럽게 어우러져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