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스타 뒤 그림자의 눈물..연예계 3D 업종
by조우영 기자
2012.08.03 09:40:17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가수는 팬들의 환호성을 받는데, 우린 박수도 못받아요. 요즘에는 3D 업종이라고 불린다네요.”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이다. 연예계에도 ‘3D 업종’이 있다. 바로 무대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수를 지원하는 현장 스태프다. 매니저, 코디네이터, 백댄서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꿈을 쫓는 직업이다. 열정 없이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왜 자신들의 일이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하다(Dangerous)고 하소연하는 것일까.
국내 연예 제작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도제식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제자가 스승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며 지식과 기능을 배우는 방식이다. 식대·교통비 정도만 해결되면 수년간 기획사에서 트레이닝을 받는다.
매니저, 코디네이터, 백댄서 등도 마찬가지다. 선배 매니저 혹은 제작자의 수족이 돼야 한다. 그러면서 쌓인 노하우와 인맥이 곧 재산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오랜 경력이 지나도 제대로 대우받기 어렵다는 데서 나온다. 회사 규모와 직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10년 차 이상 ‘실장급’ 매니저들의 월급이 고작 150~200만원 수준이다. 출근 시간은 있어도 퇴근 시간은 없다.
미래가 보장된 것도 아니다. 후배를 이른바 ‘키워 주는’ 제작자가 있다면 반면 ‘누르는’ 이들도 있다. 최근 독립해 신인을 육성 중인 한 매니저는 “15년 가까이 충성한 사수(가르침을 준 사람)에게 돌아온 건 방해 공작뿐이었다”며 “아마도 그는 ‘충성’이 아니면 ‘배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스타의 의상과 미용 등을 책임지는 코디네이터들 역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다. 직군 특성상 아직은 여성이 많은데, 노동 시간과 강도는 남성 매니저들 못지않다. 프리랜서가 많다 보니 지위를 악용해 성희롱을 일삼는 ‘갑’(甲)도 더러 있다. 한 코디네이터는 “눈 코 뜰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우릴 보고 ‘생리대 갈 시간은 있느냐’고 농지거리나 하는 치들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그래도 그는 힘없는 ‘을’(乙)이기에 참는다.
가수가 못 돼서가 아닌, 춤에 미쳐 좋아서 하는 백댄서들에 대한 처우는 더욱 초라하다. 특정 가수의 전속 안무팀이라고 해봐야 월급제가 아닌 일당제다. 방송은 5~7만원, 행사는 10~15만원 수준이다. 일이 생각보다 자주 있는 게 아니다. 이들을 위한 대기실은 없다. 단장까지 올라가려면 10년 이상 걸린다. 물론 ‘하늘의 별 따기’다. 작사·작곡가·가수들과 마찬가지로 춤도 창작이다. 그럼에도 실연저작권료가 없다.
K팝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면서 ‘툭’ 하면 ‘억’ 소리 나는 잭폿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다. SM·YG·JYP 등 대형기획사가 소속 가수들의 공연과 앨범 판매로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연간 수 천억원 대에 달하는 시대다. K팝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가수들의 대우도 덩달아 달라졌다. ‘반짝인기’일 수는 있으나 어찌 됐든 웬만한 국내 아이돌 가수들의 ‘살림살이’ 역시 조금 나아졌으리라 여겨진다.
재미있는 건 또 다른 ‘3D 업종’으로 꼽히는 분야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수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인기 없는, 일명 ‘못 뜬’ 가수다. 몇 년간 혹독한 연습생 시절을 거쳐 데뷔 후 쉴새 없이 일한 아이돌 가수도 소속사 투자금 대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면 결국 한 푼 챙길 수 없다.
올해 3년차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는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까 걱정한다”며 “오히려 회사가 책정한 예산 중 불필요해 보이는 부분은 내가 줄여 달라고 요구했다. 어차피 내가 벌어서 갚아야 할 ‘빚 아닌 빚’인 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