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석무 기자
2017.04.03 08:22:00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남다른 사연을 가진 신데렐라가 KBO 리그 개막을 빛냈다. 대표적인 선수가 한화 김원석(28)과 LG 이형종(28)이다.
김원석은 한화의 시즌 첫 승리를 이끈 주인공이다. 지난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개막 2차전에서 11회초 2타점 결승타를 터뜨려 6-5 승리를 견인했다. 이날 타석에서 5타수 4안타 3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외야 수비에서도 몇 차례 호수비를 펼치는 등 팀의 복덩이로 떠올랐다.
김원석의 선수 인생은 파란만장하다. 김원석은 원래 투수였다. 2012년 한화로부터 2차 7라운드에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입단 직후 투수로 성공 가능성이 없다는 평가와 함께 타자로 전향했다. 그나마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2013년 방출 통보를 받았다.
이후 길은 순탄치 않았다. 중학교 야구코치를 거쳐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사실상 선수로서 은퇴한 상태였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독립구단 연천 미라클에 입단한 뒤 테스트를 거쳐 2015년 12월 다시 한화에 돌아왔다.
김원석이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은 것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원래 붙박이 주전 중견수는 이용규다. 그런데 이용규가 왼쪽 팔꿈치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김원석에게 선발 기회가 찾아왔다.
물론 본인이 피나는 노력을 했기에 지금의 자리도 있다. ‘지옥훈련의 대명사’ 김성근(75) 감독조차 “캠프 기간 하루도 쉬지 않고 훈련했다”며 노력을 인정했다. 나카시마 테루시(55) 한화 타격코치는 “야구의 신이 있다면, (이만큼 노력하는) 널 도와줄 것이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김원석은 “살면서 처음으로 잠실구장에서 경기를 해본다. 1군에서 50경기 출전하는게 목표다”고 말할 정도록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하지만 이 순간 만큼은 가장 핫 한 선수로 떠올랐다.
이형종은 ‘개막전의 사나이’가 됐다. 지난달 31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 개막전에서 1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2017시즌 정규리그 1호 안타를 쳤다. 이어 3회초에는 중월 솔로홈런을 터뜨려 승리타점을 기록했다.
이형종의 프로선수 인생도 김원석만큼이나 파란만장했다. 계약금 4억3000만원을 받을 정도로 특급 투수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부상이 겹치면서 멘탈도 무너졌다. 야구를 포기하고 골프선수로 변신을 노리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방황을 마치고 야구선수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2015년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하는 모험을 걸었다. 타고난 야구 재능은 뒤늦게 빛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타율 2할8푼2리에 1홈런 14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자신감을 얻은 이형종은 다시 모험에 나섰다. 장타력을 키우기 위해 타격폼에 변화를 주고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파워를 길렀다. 시범경기 홈런 공동 1위에 오른데 이어 이날 결승 홈런을 쏘아 올리며 달라진 모습을 증명했다.
개막전 승리 주역이 된 이형종은 “개막전 경기를 잘해 기분 좋게 시즌을 시작한 것 같다. 한 경기 한 경기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