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형제 FA' 조동화·조동찬이 쓴 추천서
by박은별 기자
2014.11.18 08:21:14
| 조동화(SK, 왼쪽)와 동생 조동찬(삼성).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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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조동화(SK)-조동찬(삼성) 형제는 이번 FA 시장에서 관심을 끄는 카드다. 프로야구 역사상 첫 형제 동반 FA라는 점에서다.
FA 제도 도입 이후 16년 동안 형제 야구 선수가 모두 FA 자격을 얻은 일도 없었을 뿐더러 같은 해에 이룬 적도 없다. 사상 첫 형제 동반 FA 주인공이 바로 조동화-조동찬 형제다. 팀에 있어 소금 같은 존재가 되어온 이들이 얼마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을지, 또는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될 수 있을지에 야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동화-동찬 형제도 설레기는 마찬가지다. 조동화는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동찬이는 어렸을 때부터 워낙 야구를 잘해서 FA를 할 줄을 알았지만 나는 생각도 못했다. 함께 꿈을 이루게 돼 좋다. 우리 가족에겐 의미가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조동찬 역시 1년 늦게 찾게 된 FA자격이지만 기분이 좋기는 조동화와 다를 바 없다. 그는 “형제가 같이 프로에 들어오는 것도 힘든데 FA를 함께 하게 돼 참 대단하다 싶다”라고 말했다. 조동찬은 “형이 대박 났으면 좋겠다”는 덕담까지 전했다.
한 팀에서 야구를 할 수도 있는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태다. 공주고 졸업 이후 10년 넘게 다른 유니폼을 입고 야구를 했던 두 형제. 그들이 같은 유니폼을 입는다면 부모님이 가장 반길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어느 구장을 가야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응원할 때도 따로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자를 나눠쓰는 일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조동화는 “만약 같은 팀에 가면 부모님이 제일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조동화-동찬 형제 역시 “같이 한 팀에서 야구 한 번 해보고는 싶다”고 입을 모았다.
함께 야구를 해 온 시간만 20여년. 야구 선수로 서로를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는 그들이다. 그래서 조동화-조동찬 형제에게 물었다. “FA로서 서로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동찬이, 없는 능력없는 만능맨”
조동찬은 2002년 삼성에 2차 1라운드 8순위로 입단한 유망주다. 2003년까지는 많이 뛰지 못했지만 이후 꾸준함을 보이며 FA 자격을 취득했다. 지난 해 시즌 막판 당한 부상으로 FA가 1년 뒤로 미뤄진 것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 그래도 조동찬이 백업에 그칠 선수가 아니라는 것에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조동화는 조동찬에 대해 “다용도로 쓸모가 있다”고 표현했다. 요즘 시대가 주목하는 만능 플레이어라는 것이다.
통산 성적이 증명한다. 931경기에 나서 타율 2할5푼3리. 71홈런에 147도루를 성공시키며 장타력과 빠른 발을 갖춘 타자로 인정받고 있다. 올시즌엔 외국인 타자 나바로에 가렸고 부상까지 겹치며 설자리를 잃었지만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그는 여전히 매력적인 카드다. 오재원(두산)과 함께 내야 전포지션을 다 맡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선수다. 올시즌 성적은 31경기에 나서 타율 2할7푼.
조동화는 “발도 빠르고 내야 전 포지션이 소화 가능하다. 큰 경기에 많이 나가서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도 동찬이의 장점인 것 같다. 국가대표도 했을 만큼 실력도 좋고 장타력도 있다. 번트 수행능력도 좋고, 공수주 능력을 두루 갖춘 선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자료까지 제시한 조동화다. 그는 “내가 100도루 이상 한 선수들 가운데 성공률을 꼽아보니 제일 높더라”고 했다. 조동화의 말대로 조동찬은 2007년부터 100도루 이상을 기록한 선수들 가운데 도루 수는 107개로 21위에 머물러있지만 성공률만큼은 최고다. 도루 실패는 18번. 성공률은 8할1푼5리다. 20위권 선수들 대부분 성공률이 70%대에 머물러있다.
이에 대해 조동화는 “스타트가 빠르고 마지막 슬라이딩이 좋다. 볼 배합을 읽어내는 능력도 좋은 것 같다. 뛰는 폼이 엉성해서 그렇지 초를 재보면 주력도 좋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부상이 잦다는 약점(?)에 대해서도 항변했다. 조동화는 “열심히 하려다보니 나오는 부상이니 좋은 쪽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또 인조잔디는 부상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동찬이가 몸을 사리면서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양준혁 선배가 1루에 전력질주하고, 손아섭도 그렇듯 동찬이도 그런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들, 그라운드에서 몸을 사리는 선수들은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낮기 마련이다.
조동화는 지난 해 1루 충돌 부상을 당했을 당시 장면을 다시 떠올렸다. 그는 “손에 그런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도 1루 베이스에서 손을 놓지 않고 끝까지 붙어있더라. 나도 선수지만 그 모습을 보고 야구에 대한 열정은 진짜 최고구나 싶었다. 부상에도 끝까지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며 본받아야겠다 싶었다. 몸이 약한 게 아니라 동찬이는 그런 정신력이 강한 선수다”고 말했다.
▲“동화 형, 야구에 세밀함 더할 카드”
시작은 동생 조동찬보다 미약했을지언정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부족함을 채워갔다. 2000년 신고선수로 SK에 입단한 형 조동화는 2003~2004 시즌을 쉰 것을 제외하고 12시즌을 뛰며 FA조건을 채웠다.
조동화의 통산 성적은 994경기에 출전해 타율은 2할5푼. 201타점에 387득점을 기록 중이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점점 자리를 잡아가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2014시즌엔 125경기에 나서 타율2할6푼2리에 시즌 최다안타인 116개의 안타를 때려냈고 그가 기록한 74득점, 52타점 역시 한시즌 최다 기록이다. 여기에 올해는 클러치 능력까지 증명해냈다. 득점권 타율은 3할2푼8리다.
공격력은 올시즌 증명한 상황. 조동찬은 조동화의 수비력과 작전수행능력을 여전히 강조했다.
그는 “형으로서가 아니라 선수로서 봐도 외야에서 공을 따라가는 거 보면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수비는 진짜 잘한다 싶다. 중요할 때, 정확하게 번트를 대주는 능력이나 기습번트를 대고, 또 여러 작전을 수행하는 능력도 리그에서 최고라 생각한다. 형이야 말로 소금처럼 정말 팀에 필요한 존재다”면서 형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동찬의 말대로 올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희생타인 28개를 성공시킨 주인공이 조동화다. 진루타율은 5할6리. 2007년부터 살펴봐도 조동화는 희생타 125개로 리그 1위에 올라있다. 이 부분 전문가라 불러도 손색없다.
여기에 빠른 발까지 갖춰져 더욱 무서움을 더한다. 점점 진화하고 있는 조동화는 올시즌 도루도 37개나 성공시켰다. 도루 순위 4위에 올라있다. 이 역시 커리어하이다.
조동찬은 “올해 형이 내 커리어하이 기록(33개)을 깼다. 나는 힘만 좋을 뿐인데 형은 상대팀 투수의 버릇을 참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눈썰미가 진짜 최고다. 그래서 형이 가끔 해주는 조언 하나 하나가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물론 그러한 결과는 타고난 능력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남몰래 한 노력이 있었던 덕분이었다. 동생 조동찬보다 타고난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조동화는 노력만이 살 길이라 생각했다.
조동찬은 “한 번은 형이 그런 투수들, 포수들의 버릇을 노트에 깨알같이 다 정리해놨더라. 이게 얼마짜리 책인지 아냐고 형이 그러더라. 팀에서도 분석 자료를 주는 부분이 있지만 혼자서도 연구를 진짜 많이 한다. 집에 놀러갔을 때도 컴퓨터를 틀어놓고 게임 영상을 분석하고 메모하더라. 그런 노력들이 지금의 형을 만든 것 같다”고 했다.
조동찬은 이러한 노력과 성실함, 꾸준함이 많은 선수들, 그리고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형은 인간적으로도 진짜 좋은 사람이다. 마인드 컨트롤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면이 후배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