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에서 느낌표로' 홍명보호, 알제리전 승리만 남았다

by이석무 기자
2014.06.20 07:53:36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 무승부 이후 베이스캠프인 포스 두 이구아수로 돌아온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가볍게 런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포르투 알레그리=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강호 러시아를 상대로 ‘지지 않는 경기’를 이끌어낸 홍명보호가 16강 진출의 운명의 걸린 진짜 승부에 나선다. 태극전사들의 다음 상대는 ‘아프리카의 복병’ 알제리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23일 오전 4시(한국시간) 포르투 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주경기장에서 알제리와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지난 18일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다잡았던 경기를 1-1로 비긴 한국은 알제리와의 2차전을 무조건 이겨야 하는 처지다. 현재 H조에서 벨기에가 승점 3점(1승)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한국, 러시아(1무·승점 1점), 알제리(1패·승점 0점)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한국이 조 2위 이상 올라 16강에 안착하기 위해선 적어도 승점 5점을 따내야 한다. 물론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에는 1승1무1패 승점 4점으로 16강에 올랐지만 2006년 독일대회 때는 역시 승점 4점을 얻고도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봐야 했다.

한국의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인 벨기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위의 강호. 이번 대회에서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냉정하게 봤을 때 한국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무승부가 현실적으로 최상의 목표다. 결국 한국이 승점 4점을 따내기 위해선 알제리를 무조건 이기는 길밖에 없다.

알제리는 아프리카 축구를 대표하는 강호다. FIFA랭킹도 22위로 한국보다 높다. 하지만 조별리그 1차전에서 나타난 전력을 놓고 보면 한국이 못 이길 상대는 결코 아니다.

알제리는 벨기에와의 1차전에서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얻은 뒤 후반 중반까지 리드를 지켰다. 하지만 이후 벨기에에 내리 2골을 허용해 1-2 역전패를 당했다.

1차전에서 드러난 알제리 수비의 약점은 제공권이다. 알제리는 1-0으로 앞서던 후반 25분 벨기에의 194cm 장신 미드필더 마루앙 펠라이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헤딩골을 허용했다. 단순한 형태의 크로스에 이은 헤딩슛이었지만 이를 막지 못했다.

한국도 펠라이니에 전혀 뒤지지 않는 장신공격수가 있다. 196cm의 큰 키를 자랑하는 ‘진격의 거인’ 김신욱(울산)이다. 김신욱은 제공권은 물론 발재간도 갖춰 충분히 알제리 수비진과 대결해볼 만하다.

알제리의 또 다른 약점은 체력이다. 후반 초반까지 활발하게 움직였던 알제리는 후반 중반부터 급격히 둔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몇몇 선수들은 다리에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지기도 했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알제리 감독도 경기 후 “선수들이 후반전에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며 체력 저하를 인정했다.

물론 한국도 러시아전 막판 다리에 쥐가 올라온 선수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러시아와 90분 내내 치열한 공방전을 펼친 반면 알제리는 거의 자기 진영을 지키다시피 했다. 체력 싸움에서 한국이 알제리에 뒤질 이유는 없어 보인다.

알제리는 1차전에서 벨기에에 패해 이제는 물러날 곳이 없다. 한국과의 2차전에선 적극적인 공세를 펼칠 것이 틀림없다. 마크 빌모츠 감독이 “알제리는 선제골을 넣고 나서 축구하기를 거부했다”고 말했을 정도로 벨기에전에선 수비 위주 경기를 했다. 하지만 알제리는 기본적으로 빠른 역습이 매서운 팀이다. 알제리 득점 방법 대부분이 역습에서 나왔다.

특히 ‘알제리의 지단’이라 불리는 소피안 페굴리(발렌시아)는 한국 수비가 반드시 경계해야 선수다. 개인기에 관한 한 세계 정상급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유럽 정상급 수비수인 벨기에의 얀 베르통언(토트넘)도 문전에서 그를 막지 못해 페널티킥을 헌납했다.

페굴리와 함께 눈여겨봐야 할 선수는 이슬람 슬리마니(스포르팅 리스본)와 야친 브라히미(그라나다)다. 슬리마니는 아프리카 지역 예선에서 팀내 가장 많은 5골을 터뜨렸고 브라히미는 ‘알제리의 메시’라 불릴 정도로 개인기가 뛰어나다. 수비 강화를 위해 두 선수 모두 벨기에전에는 선발로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공격적으로 나설 한국전에는 둘 다 선발 출전이 유력하다.

러시아전 골문을 지켰던 골키퍼 정성룡(수원)은 “알제리는 발재간, 슈팅 뿐만 아니라 침투 패스나 측면 크로스도 좋다”며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고무적인 것은 러시아전을 마치고 우리 대표팀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에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느낌표로 바뀌고 있다. 러시아전에서 따낸 승점은 1점이지만 선수들에게 다가오는 효과는 분명히 그 이상이다.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는 “선수들이 러시아전 이후 자신감을 회복하고 편안한 기분으로 알제리전을 준비하는 것 같다”고 대표팀 분위기를 설명했다. 주장 구자철(마인츠)는 “알제리전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며 “이기는 데만 모든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고 필승 의지를 다졌다.

▲한국 예상 베스트11

박주영(김신욱)

손흥민-구자철-이청용

기성용-한국영

윤석영-김영권-홍정호-이용(김창수)

정성룡

▲알제리 예상 베스트11

술리마니

브라히미(마레즈)-페굴리

벤탈렙-메드자니-타이데르

굴람-할리체-부게라-모스테파

엠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