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영화보다 섬뜩했던 폭우 속 선상파티...'안전불감증 도마위'

by유숙 기자
2008.07.26 12:20:01

▲ 영화 '고사' 호러파티 입구가 불어난 강물에 잠겨있다.(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영화 ‘고사: 피의 중간고사’(제작 워터앤트이, 코어콘텐츠미디어)가 폭우 속 무리한 행사진행으로 빈축을 샀다.

‘고사’ 측은 25일 오후7시 서울 한강시민공원 잠원지구의 선상 레스토랑에서 일반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행사인 ‘선상 호러파티’를 개최했다.

25일은 오전부터 장맛비가 계속 내렸고 빗줄기는 행사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심해졌다. 당연히 한강의 수위는 올라갔고 시민공원 중 지대가 낮은 지역은 물에 잠기기도 했다. 하지만 ‘고사’ 측은 이러한 위험성에도 선상에서 진행되는 이날 행사를 그대로 강행했다.

행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시민공원 주차장에서 행사가 열리는 선상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는 길목의 목재 다리는 불어난 강물에 잠겨버렸다. 행사 주최 측은 빈 플라스틱 통을 연결한 임시 다리를 설치해 통행로를 만들었으나 바로 다리 밑까지 물이 차올라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행사가 진행된 3~4시간 동안에도 큰 비가 내렸으나 이보다 더 심한 폭우가 내렸을 경우 행사장 안에 있던 일반 관객들과 연예인, 취재진, 관계자들을 모두 합친 수백여 명의 인파가 한강 수위가 내려갈 때까지 그 안에 고립됐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또 이날 행사는 호러 스릴러라는 ‘고사’의 장르에 걸맞은 분위기로 진행이 됐다. 행사장 곳곳에 선혈이 낭자하고 공포감을 조성하는 분장을 한 연기자들이 돌아다니고 잔인하게 살해된 시체를 연상시키는 더미(영화용 인체 모형)가 놓여져 있었다. 홍보행사답게 ‘고사’의 하이라이트 영상 등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행사에 초대된 참석자들의 연령에는 제한이 없었다. 특히 영화 제작사 및 관계자들의 지인들은 10세 미만의 자녀들과 동반했고 어른들에게도 섬뜩한 공포심을 자극하는 영상과 인형 등이 아이들에게 아무런 여과 없이 공개됐다. 행사의 진행을 맡은 남희석이 “관객들이 행사 성격과 맞지 않는 것 같다. 같이 오신 부모님들이 적절히 지도해달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이날 행사에 응모해 초대됐던 한 일반인은 “비가 많이 와 행사가 취소되거나 장소가 바뀔 거라 예상했으나 아무런 변동이 없어 그냥 오게 됐다”며 “기왕 당첨된 것이니 오기는 했으나 길목의 다리가 물에 잠겨 불안했다. 행사 도중에도 내내 창밖을 지켜보며 날씨를 살펴야 했다”고 말했다.

영화 제작사 측 지인의 초대로 참석하게 됐다는 한 커플은 “주최 측이 위험한 상황에도 행사를 강행한 이유는 비싼 대여료 때문 아니겠느냐”며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