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의사, 이번엔 국정원 직원...천편일률 드라마 속 직업
by김은구 기자
2007.05.14 10:41:26
| ▲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MBC '하얀거탑'(위)과 SBS '외과의사 봉달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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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드라마 주인공에도 트렌드가 있다?'
한동안 드라마 속 주인공의 직업으로 의사가 각광을 받았다.
올 초 방영된 SBS ‘외과의사 봉달희’와 MBC ‘하얀거탑’이 인기를 끈 뒤, 그 뒤에 방송된 MBC ‘고맙습니다’, SBS ‘마녀유희’, 현재 방송을 앞둔 MBC ‘에어시티’까지 주인공 중 한 명의 직업은 의사다.
의사와 함께 이어 요즘 최신 유행(?)의 극중 직업은 검사와 국가비밀요원.
KBS 2TV ‘꽃피는 봄이 오면’에서 두 남자 주인공 박건형과 이한이 검사 역으로 출연했으며 MBC ‘히트’의 하정우도 검사 역이다.
지난 해 SBS ‘무적의 낙하산 요원’이 국가비밀정보국을 배경으로 방송된 데 이어 MBC ‘에어시티’의 이정재, ‘개와 늑대의 시간’의 이준기, 정경호는 국가정보원 요원으로 드라마에 등장한다.
드라마 주인공의 직업이 이렇게 일종의 유행처럼 한 두 업종에 몰리는 것에 대해 제작진의 말은 한결같다. "그동안 별로 주목받지 못한 새로운 직업을 부여하려다 보니 우연히 같은 직업의 인물들이 한꺼번에 몰렸다"는 것.
하지만 제작진이 우연이라고 말하는 이런 현상은 너무 자주 안방극장에서 발견된다. 의사, 검사, 국가비밀요원뿐 아니라 조직폭력배가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그 후 연이어 비슷한 캐릭터를 내세운 드라마가 줄줄히 등장했따.
이쯤 되면 인기를 끌었거나 그럴 만한 요소가 있는 직업이라면 드라마의 개연성이나 전후 맥락과는 상관없이 일단 채택을 한다는 것.
제작진 입장에서는 시청률을 담보하기 위해 충분히 할 수 있는 선택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이런 일이 되풀이된다면 식상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김창남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드라마 속 직업들 대부분이 일반 시청자들이 선망하는 직업이어서 관심을 끄는 부분도 있는 데다 모험을 하지 말고 안전하게 가자는 제작진의 생각도 이런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같은 직업이 너무 자주 등장하면 식상한 느낌뿐 아니라 직업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시청자들에게 심어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