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사람들' 스티븐 연, 에미상→SAG 남우주연상도 품었다
by김보영 기자
2024.02.25 12:02:14
SAG상, 美 4대 조합상…배우들이 투표로 선정해 눈길
'성난 사람들' 골든글로브, 에미상 이어 SAG상도 석권
스티븐 연 "연기 심하게 반대 안 한 부모님께 감사"
'패스트 라이브즈' 그레타 리, 시상자로 나서 눈길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이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원제 BEEF)로 미국배우조합상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 앞서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골든글로브, 에미상을 석권한 그는 이번 미국배우조합(SAG)상까지 수상하며 미국 배우들이 인정한 최고의 연기자로 등극했다.
스티븐 연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제30회 미국배우조합상(SAG) 시상식에서 ‘성난 사람들’로 TV영화·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 수상자에 호명됐다.
이로써 스티븐 연은 ‘성난 사람들’로 지난달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에미상에 이어 또다른 미국의 주요 작품 시상식으로 꼽히는 SAG상 남우주연상까지 4개 시상식의 트로피를 모두 품에 안게 됐다.
특히 SAG상은 조합에 소속된 할리우드의 동료 배우들이 직접 수상할 작품들을 선정한다. 동료 배우들이 그의 연기력을 인정했다는 의미이기에 SAG상에서 받는 주연상의 의미는 더욱 뜻깊다.
무대에 오른 스티븐 연은 “내가 이 일을 그만두도록 심하게 반대하지 않으신 어머니와 아버지께 감사드린다”며 “여러분과 함께 이 자리에 서게 돼 정말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의 연기 코치에게 “매번 내가 ‘넌 이해 못해. 이건 아주 한국적인 것 같아’라고 말할 때마다 ‘아니, 그건 우리 모두가 겪는 일이야’라고 말해줬다. 그는 내게 정말 중요했다”고 따로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날 스티븐 연의 남우주연상 수상에는 셀린 송 감독의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로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가 시상자로 나서 그 의미를 더했다.
스티븐 연과 함께 ‘성난 사람들’의 여주인공으로 열연한 앨리 웡도 이날 같은 부문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성난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재미교포 도급업자 대니 조(스티븐 연 분)와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베트남계 미국인 사업가 에이비 라우(앨리 웡 분) 사이에서 벌어진 난폭운전 사건이 극단의 상황으로 치닫는 과정들을 그린 블랙 코미디 드라마다. 한국계 감독 이성진이 각본과 연출을 맡고 스티븐 연을 비롯한 한국계, 아시아계 배우들이 주연급으로 대거 출연했다.
‘성난 사람들’은 방송계 최고 권위 시상식으로 꼽히는 프라임타임 에미상 작품상을 비롯해 남녀주연상 등 8개 상을 휩쓴 것을 비롯해 골든글로브 3관왕, 크리틱스 초이스 4관왕을 달성했다.
스티븐 연은 1983년 서울에서 출생해 5세 때 가족들과 미국으로 건너간 대표적인 한국계 미국인 배우다. 좀비액션 ‘워킹데드’ 시리즈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그는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이창동 감독의 2018년 영화 ‘버닝’ 등에 출연하며 국내 팬들에게도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계 정이삭 감독이 연출하고 윤여정이 출연한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스티븐 연은 서서히 한국계 배우 최초의 역사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는 ‘미나리’를 통해 한국계 배우로선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에게 트로피를 안긴 ‘성난 사람들’에서 스티븐 연은 한국계 미국인이란 설정으로 이민자 가정의 막막한 현실과 이민자들을 향한 편견, 생활의 어려움 등을 실감나게 연기해 호평받았다.
한편 SAG상은 미국감독조합(DGA)상, 미국제작자조합(PGA)상, 미국작가조합(WGA)상과 함께 미국의 4대 조합상으로 꼽힌다. SAG상은 특히 회원으로 가입된 미국 배우들이 직접 투표로 수상자를 선정해 배우들에게 더욱 뜻깊은 상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