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감독 "'7광구'로 집행유예 선고, 사람으로 치유"

by최은영 기자
2013.01.09 09:09:15

블록버스터 재난영화 '타워' 연출
마음속 경쟁 상대는 할리우드
"영화는 오케스트라다"

요즘 극장가 최고 흥행작은 김지훈 감독의 ‘타워’다. 전작 ‘7광구’와 대비되는 성과다. 김 감독은 “나는 상업영화 감독이고 ‘7광구’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고 할 수 있다”며 “아직도 그 기간은 끝나지 않았다”고 자신을 낮췄다.(사진=권욱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 영화보다 극적이다. ‘화려한 휴가’로 날고 ‘7광구’로 떨어졌다가 최근 ‘타워’로 다시 선 김지훈(42) 감독 이야기다. 세 편 모두 대작이라 등락폭도 컸다.

‘온실’(김 감독은 1998년 단편영화 ‘온실’로 데뷔했다) 밖 세상은 험난했다. 이후 영화 ‘여고괴담’ 연출부, ‘질주’ 조감독을 거쳐 모두 네 편의 상업영화를 선보이기까지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최근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스트레스로 눈병이 나 있었다. 직전까진 긴장이 풀리면서 몸살에 시달렸다고 했다.

그는 누구보다 관객이 좋아하는 영화를 찍고 만드는 일에 매진해온 사람이다. “관객은 늘 옳아요.” 직접 그렇게 말했다. 그랬기 때문에 2년 전 여름, 영화 ‘7광구’에 쏟아진 언론의 질타와 관객의 외면은 더더욱 참아내기가 어려웠다. 곱절로 쓰리고 아팠다.

‘7광구’는 ‘타워’ 촬영 중간 개봉했다. 김 감독은 영화 ‘타워’ 속 물·불보다 다스리기 어려웠던 게 자신의 ‘마음’이었다고 했다.



“힘들었어요. 돈이 없어 영화 개봉을 못하고(‘목포는 항구다’), 촬영이 중단되고(‘화려한 휴가’), 작업시간이 부족해 개봉일을 못 맞출 뻔한(‘7광구’) 일 등 위기는 늘 있었는데 비할 바가 못 됐죠. 무엇보다 같이 일한 스태프, 배우들에게 미안했어요. 잘못은 미숙했던 관리자에게 있는데 그분들까지 비난을 받게 해서. 그 마음이 오래갔어요. 지금까지도 있고요.”

잠시 잠깐 방황도 했다. 작업실을 빠져나와 무작정 거리를 배회했다. 김 감독은 “길은 있는데 갈 곳이 없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타워’에 함께 오른 ‘사람들’이었다.

“전화벨이 몇 번 울렸는데 안 받았어요. 자존심에 위로는 받고 싶지 않았고요. 그러다 마지막에 한 통 받았는데 (손)예진 씨였어요. ‘뭐하세요?’ 묻기에 ‘일하지’ 했는데 ‘아닌 거 다 안다’면서 ‘고기나 먹읍시다’ 하더군요. ‘사람’으로 치유했어요. ‘타워’ 촬영장은 그야말로 사랑이 꽃피는 현장이었죠. 누군가의 불행을 딛고 얻은 행복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해서 더불어 행복할 수 있었던 현장. ‘7광구’로 잃은 것도 많지만 얻은 것도 많아요.”

‘타워’는 초고층 빌딩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를 다룬 재난 영화다. 지난달 25일 개봉해 8일까지 376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 중이다. 100억 원대 제작비가 들어간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관객 450만 명. 1차 목표는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김 감독은 “한국영화에 대한 세밑 동정 같은 게 아니었을까요? 아직까진 집행유예 기간”이라면서 마음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감독으로서 그의 행보는 종잡기가 어렵다. 데뷔작 ‘온실’은 작은 아파트에 홀로 사는 노인의 일상을 담아낸 15분짜리 단편이었고, ‘목포는 항구다’는 조폭 코미디에 ‘7광구’와 ‘타워’는 괴수, 재난 영화. ‘화려한 휴가’(2007)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린 슬픈 드라마다. 더불어 당시 김 감독은 대구 출신으로 광주를 이야기해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대작만을 찍고 있다. 정체성이 모호하다고 하자 김 감독은 ‘융합’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