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문재인 '영화 유세'..대중 소통 지수는?

by최은영 기자
2012.11.27 08:44:25

朴 `돈 크라이 마미`vs 文 `광해` `남영동1985`
영화 정치로 유권자 마음 잡기

영화 ‘돈 크라이 마미’ 시사회에 참석한 박근혜 후보(왼쪽)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관람하며 눈물을 보인 문재인 후보.
[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최근 사회적 문제를 담은 영화들이 속속 개봉하면서 극장을 찾는 대선 후보들의 발걸음도 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영화 ‘돈 크라이 마미’를 택했다. 이 영화는 2004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성폭행을 당한 딸이 자살하자 어머니가 복수에 나서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 특히 청소년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 후보가 이 영화를 택한 건 ‘여성을 위한 준비된 여성 대통령’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 후보는 이 영화를 관람하면서 청소년 및 아동 성폭력 범죄에 대해 “사형까지 포함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서울 강남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정지영 감독과 함께 영화 ‘남영동1985’를 관람했다. 영화 ‘남영동1985’는 1985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벌어진 고(故) 김근태 의원 고문 사건을 토대로 군부 독재 시절, 정권의 무자비한 인권 유린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물고문에 전기고문 등 영화 속 잔인한 불법 고문 장면들과 영화 마지막에 덧붙여진 실제 고문 피해자들의 증언이 한국의 민주주의가 어떠한 희생과 고통을 딛고 만들어졌는지를 말해준다.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 후보는 ‘야당’과 ‘여성’의 이점을 모두 살려 두 편의 영화를 모두 봤다.



대선 후보들의 관심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돈 크라이 마미’와 ‘남영동1985’.
대선을 한 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대선 후보들이 이렇듯 바쁜 시간을 쪼개 영화 시사회 등에 참가하는 데에는 해당 영화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자신만의 정치 철학과 메시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영화인들과의 소통에선 문 후보가 먼저 나섰다. 문 후보는 추석 연휴 기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를 시작으로 올해 두 번째 1000만 관객 동원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그리고 최근 ‘남영동1985’까지 대선 후보 가운데 영화 관람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고 난 뒤에는 이례적으로 눈물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를 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각 났다는 게 이유다. ‘피에타’의 김기덕 감독은 공개적으로 문 후보 지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시간 대비 효과는 박 후보의 선택이 컸다. 박 후보가 대선 레이스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본 영화 ‘돈 크라이 마미’는 지난 22일 개봉해 같은 날 개봉한 문 후보의 관심작 ‘남영동1985’를 제치고 흥행 1위로 출발해 개봉 첫 주 53만 관객을 모았다.

두 후보를 둘러싼 영화판의 지지도는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서도 확인됐다. 박 후보는 경호원의 호위 속에 홀로 입장했지만 현장을 찾은 관객들의 함성은 문 후보 등장 때보다 컸다. 반면 문 후보는 개막식에 문성근, 차승재 영화제작가협회장 등 그를 지지하는 영화인과 함께 레드카펫을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