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승부조작, 해법은 '공범 의식'부터

by정철우 기자
2012.03.04 12:52:36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김성현에 이어 박현준까지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시인하자 한국 프로야구는 큰 충격에 빠졌다. 설마했던 일들이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보이지 않지만 빨리 출구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팬들의 야구문화 정착과 해외파 복귀 등으로 조성된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릴 순 없기 때문이다.

철저한 반성이 먼저다. 뼈를 깎는 자성을 하지 않는다면 백 가지 처방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죄를 지은 몇몇 선수를 처벌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모두가 '공범'이라는 인식 아래 야구계 스스로 채찍질을 해야 한다.

실제 승부 조작은 야구계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시스템과 조직이 모두 무너지며 생긴 결과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검은 유혹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은 사실상 전무했다. 교육은 물론 감시 장치도 없었다.

프로축구에서 처음 승부 조작 파문이 터진 건 지난해 5월. 이후 프로야구가 취한 조치는 올시즌 계약서에 조작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는 것이 전부였다.



'야구는 승부 조작이 어렵다'는 안일한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이후 볼넷 등 세부적인 부분을 놓고 불법 베팅이 이뤄지고 있다는 제보가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먼저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좀 더 매를 먼저 맞은 프로 축구는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수억원의 예산을 편성, 조작 방지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야구는 올시즌도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서 치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조작에 참여하지 않은 선수들도 함께 반성해야 한다. '프로'가 강조되며 한국 야구 특유의 팀 문화도 퇴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승부 조작은 이런 선수들의 개인주의를 파고든 측면도 분명히 있다.

한 선수는 "사고가 나자 그제서야 해당 선수들이 씀씀이가 커지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더라는 말이 돌았다. 여러 측면에서 씁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들을 나무라거나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그는 "예전엔 그런 모습 보이면 선배들에게 단단히 혼이 났다. 하지만 최근엔 선배들도 굳이 나서려 하지 않는다"며 "모두가 프로인 만큼 나이 상관 없이 스스로 책임지는 문화도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팀 내에서 위계질서나 사회성을 익히는 것도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의 일탈은 선배들의 잘못이라는 책임감을 모두가 가져야 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프로는 스스로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또 그들이 야구로 살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팬들이 왜 야구를 사랑하는지도 잊지 말아야 한다. 팬들은 선수들이 늘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굳은 믿음을 갖고 있다. 때문에 선수들의 실패에도 박수를 보내줄 수 있는 것이다.
 
남은 선수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혹 프로의 권리만 생각하고 의무는 잊었던 것은 아닌지 반드시 되짚어봐야 한다.

이제 중요한 건 누가 조작에 가담했느냐가 아니다. 야구인 모두 공범이라는 인식을 갖고 개혁에 나설 때 한국 야구는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