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을 맞이한 장종훈, 그의 다음 소원은?

by정철우 기자
2009.04.15 09:25:04

▲ 사진=한화 이글스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마크 맥과이어가 메이저리그 단일시즌 최다 홈런 기록(당시 61개)에 도전에 나서자 모든 언론들은 또 한 사람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전 기록 보유자인 로저 매리스가 주인공이었다. 메이저리그를 잘 모르던 사람들 중에는 그때까지만 해도 홈런왕은 베이브 루스인 줄 알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로저 매리스는 영웅 베이브 루스를 넘어섰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의 미움을 받아야 했었기 때문이다. 맥과이어가 결국 매리스를 넘어서는 순간, 고인(로저 매리스)의 가족은 맥과이어와 뜨거운 포옹을 했다.

당시 매리스의 아들은 "이제 아버지도 외롭지 않게 됐다"며 새 기록을 반겼다. 맥과이어도 매리스의 가족을 극진히 대접했고 매리스의 업적을 기리는데도 많은 공을 들였다.

'위풍당당' 양준혁(40.삼성)은 14일 대구 한화전서 개인 통산 340번째 홈런을 때려내며 통산 홈런 부문 타이 기록을 세웠다. 여전히 현역선수로 힘차게 방망이를 돌리고 있는 만큼 그의 기록은 더욱 화려해지는 일만 남아 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지난 1999년 5월23일 광주 해태(현 KIA)전서 253호 홈런을 때려내며 이만수(현 SK 코치)를 넘어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운 장종훈(현 한화 코치).

그는 지난 10년간 홀로 서 있던 최고의 자리에 후배 양준혁과 함께 서게 됐다. 그동안 그도 외로웠을까.



사진=삼성 라이온즈
장종훈은 고개를 저었다. "작년(2007년)에 넘었으면 좋았을텐데 기다리는 동안 좀 지루하기까지 했다"며 웃어보였다.

그리고 덕분에 행복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양준혁의 홈런 덕에 계속해서 자신의 이름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시간이 기분 좋았다는 것이다. "이제 인터넷에 장종훈을 검색하면 모두 양준혁과 관련된 이야기만 뜬다"는 말로 반가움을 대신했다.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양준혁에게 추월을 허용해서가 아니다. 양준혁 덕분에 다시 돌아보게 된 자신의 지난날에 대한 미련이었다.

장종훈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기록이 너무 초라한 것 같다. 현역때는 "한국 야구는 연륜이 짧으니까"하고 위로했었지만 지나고나니 그게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말을 좀 더 이어갔다. "나는 '최초나 최고'를 많이 했었다. 그러나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내가 좀 더 노력했다면 400홈런까지는 해볼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장종훈은 자신의 아쉬움을 후배들이 씻어주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양)준혁이 뿐 아니라 앞으로도 좋은 후배들이 더 많이 나와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다만 중요한 것이 한가지 있다. 지금보다 좀 더 몸 관리 잘하고 부상이나 외풍에 흔들리는 일 없이 꾸준했으면 좋겠다. 나도 현역때는 나름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기록도 따라왔다. 하지만 분명 좀 더 열심히, 잘 할 수 있었다. 난 지금의 내 기록에 만족할 수 없다. 후배들이 좀 더 큰 그림을 그려주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