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추가시간의 민족’, 월드컵 이어 아시안컵서도 막판 강세 [아시안컵]

by허윤수 기자
2024.02.03 07:00:39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부터 4경기 연속 추가시간 득점
월드컵에서도 유독 추가시간 매서운 뒷심 보여
클린스만 "선수들의 포기하지 않는 투혼과 믿음"

대표팀 황희찬이 페널티킥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표팀 황희찬이 페널티킥을 성공시키고 있다. 사진=연힙뉴스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노래방 추가시간 민족’의 혈통은 아시안컵에서도 이어진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3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호주에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뒀다.

4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은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향한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한국은 오는 7일 오전 0시 타지키스탄을 꺾은 요르단과 결승 진출을 두고 다툰다.

이번에도 극적인 승부가 연출됐다. 한국은 전반 42분 패스 실수로 인해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코너 맥카프의 크로스를 받은 크레이그 굿윈에게 실점하며 끌려갔다.

공세에도 좀처럼 호주 골문을 열지 못한 한국은 패색이 짙어갔다. 한국은 벼랑 끝에서 생존 본능을 발휘했다.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페널티박스 안으로 돌파하는 과정에서 루이스 밀러의 태클에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이 호쾌한 슈팅으로 동점 골을 터뜨렸다. 후반 45+6분이었다. 이후 한국은 연장 전반 14분에 터진 손흥민의 역전 프리킥 골로 4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의 추가시간 득점은 놀랄 일이 아니다. 벌써 4경기 연속이다. 시작은 요르단과의 조별리그 2차전이었다. 당시 한국은 1-2로 끌려가던 후반 45+1분 황인범(즈베즈다)의 슈팅이 상대 자책골로 연결되며 패배 위기를 벗어났다.



이어진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는 2-2로 맞선 후반 45+4분 손흥민이 페널티킥으로 앞서가는 득점을 터뜨렸다. 다만 후반 45+15분 말레이시아에 통한의 동점 골을 내주며 빛이 바랬다.

한국의 추가시간 득점 본능은 뒤가 없는 토너먼트에서도 발휘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서 0-1로 뒤진 후반 45+9분 조규성(미트윌란)의 극적인 헤더 동점 골이 나왔다. 이후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하며 드라마를 완성했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전에서 황희찬이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AFPBB NEWS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독일전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는 손흥민의 모습. 사진=AFPBB NEWS
한국의 뒷심은 지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주목받았다. 당시 한국은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후반 45+1분에 터진 황희찬의 역전 골로 승리했다. 그 결과 16강까지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그러자 축구 통계 전문 매체 ‘옵타’는 “최근 한국의 월드컵 7골 중 4골 후반 45분 혹은 그 이후에 나왔다”라며 매서운 뒷심을 언급했다.

실제 한국은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멕시코전에서 0-2로 뒤진 후반 45+3분 손흥민이 만회 골을 넣었다. 이어 독일과의 3차전에서는 김영권(울산HD)이 후반 45+2분, 손흥민이 45+6분에 득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거듭되는 추가시간 득점에 대해 “솔직히 이렇게 손에 땀이 나는 경기는 하고 싶지 않다”라며 “빠르게 결과를 가져오고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고 타는 속내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물론 그만큼 우리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는 투혼, 투쟁심, 믿음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도 있다”라며 “이런 게 한국이 쓰고 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나 싶다”라고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