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멤버가 프로듀서로…한 발 앞서갔던 달샤벳[김현식의 서랍 속 CD]

by김현식 기자
2023.11.05 11:22:41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가요계 현장 곳곳을 누비며 모아둔 음반들을 다시 꺼내 들어보면서 추억 여행을 떠나보려 합니다. <편집자 주>

오늘 꺼내 들어본 서랍 속 CD는 걸그룹 달샤벳이 2015년 4월 발매한 미니앨범인 ‘조커 이즈 얼라이브’(Joker is Alive)입니다. 앨범 발매 전 달샤벳과 따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 받은 CD입니다.

‘조커 이즈 얼라이브’는 멤버 수빈(달수빈)이 프로듀서로 나서 완성한 앨범입니다. 수빈은 프로듀서를 맡은 것은 물론 ‘투.달링’(To.Darling), ‘홀려’, ‘조커’, ‘아임 낫’(I’m not), ‘오케이 보이’(OK Boy) 등 수록곡 5곡 전곡의 작사, 작곡, 편곡에 모두 참여해 음악적 재능을 제대로 뽐냈습니다.

걸그룹 멤버가 앨범 전곡을 작사, 작곡, 편곡하고 프로듀싱까지 맡은 첫 사례였다는 점에서 발매 당시 화제가 됐습니다. 이런 걸그룹 앨범은 지금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요. ‘조커 이즈 얼라이브’는 여자 아이돌 가수들의 송라이팅 열정을 끌어올려준 앨범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조커 이즈 얼라이브’는 달샤벳이 1년 3개월이라는 긴 공백을 깨고 내놓은 앨범이기도 했습니다. 수빈이 교통사고를 당해 부상을 입고, 우희가 기흉 수술을 받는 등 예기치 않은 악재가 이어지면서 컴백 시기를 여러 차례 놓친 게 공백기가 길어졌던 이유입니다. 달샤벳은 팬송 ‘투. 달링’을 앨범의 문을 여는 1번 트랙에 실어 팬들과의 재회를 고대해왔음을 강조하기도 했죠. ‘달링’은 달샤벳의 공식 팬덤명이었습니다.



인터뷰 당시 멤버들은 “공백기 동안 경쟁 그룹들이 치고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조급함과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주저 앉아 있을 수만은 없기에 각자 자기관리에 힘쓰며 컴백날을 기다려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수빈은 “저 때문에 활동이 미뤄졌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곡 작업을 더 열심히 했던 것인데 프로듀서까지 맡을 줄은 몰랐다”면서 “저를 믿고 힘을 실어준 언니들에게 고맙다”고 말해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앨범의 타이틀곡인 ‘조커’는 쉽게 마음을 주지 않고 ‘밀당’을 하는 치명적 매력을 지닌 상대를 ‘조커’라는 캐릭터에 빗대어 표현한 노랫말과 아날로그 스윙 재즈 요소를 더해 휘몰아치는 느낌을 살린 강렬한 사운드가 조화를 이룬 중독성 넘치는 곡입니다. 이 곡에 맞춰 앨범 표지와 속지를 포커 플레잉 카드처럼 만들었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수빈은 “‘조커’는 영화 ‘다크나이트’에 등장하는 조커 캐릭터를 보고 영감을 받아 작업한 곡”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멤버들은 “‘조커’가 비장의 카드라는 의미인 만큼, 그에 걸맞은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고요.

앨범을 낸 이후 달샤벳은 곡에 맞춰 조커의 여자친구 ‘할리퀸’을 의상 콘셉트로 잡고 섹시하고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매력을 어필했습니다. KBS 2TV ‘뮤직뱅크’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는데요. KBS가 가사 중 일부 내용이 남녀의 정사 장면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조커’에 대해 방송 부적격 판정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이에 달샤벳은 ‘Hey Mr. Joker 왜 날 흔들어’를 ‘Hey Mr. Joker 나쁜 남자야’로 바꾸고 ‘I want it’과 ‘숨이 가빠와 Baby Good night’을 각각 ‘I love you’와 ‘좀 더 다가와 Baby Tonight’으로 수정한 끝 ‘뮤직뱅크’ 무대에서도 ‘조커’를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달샤벳은 2016년 두 장의 미니앨범을 더 낸 뒤 해체했습니다. 멤버 중에서는 세리와 수빈이 음악 활동을 지속하고 있고 아영과 우희는 연기 활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지율은 최근 뉴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는 근황을 알렸고, 2018년 결혼 소식을 전한 가은은 유튜브와 SNS 등으로 팬들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