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궁민남편' 권오중 "아픔 아닌 행복”..발달장애 아들에게 (인터뷰)

by정준화 기자
2019.02.25 08:22:11

권오중, ‘궁민남편’ 통해 아들 발달장애 아픔 고백
아들 위해 사회복지학 공부..모든 일상 함께해
진정성과 공감..프로그램에도 시청자 호평 이어져

배우 권오중 (사진=방송 캡처)


[이데일리 스타in 정준화 기자] “혁준이가 제 삶인 걸요.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일상이 자연스럽게 공개되는 예능 프로그램. ‘궁민남편’에 출연 중인 배우 권오중(49)의 가정사 고백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촬영 스케줄 외 대부분의 시간을 아들과 함께 보내고 있는 터다.

그와 아들 권혁준 군의 뜨거운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권오중은 지난 24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궁민남편’에서 자신의 아들이 발달장애를 앓고 있음을 고백했다.

앞서 그는 작은 일에도 자주 눈물을 흘렸다. 이에 멤버들은 권오중이 갱년기를 겪고 있음을 짐작했고, 그에게 힘을 주기 위해 ‘갱년기 파티’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진짜 그의 속사정이 공개됐다. ‘아들이 나을 줄 알았다’고 오열하며 풀어놓은 이야기와 부성애에 시청자들의 위로와 응원이 이어졌다.

권오중은 방송 이후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갱년기 증상은 그저께 보다 괜찮아 진거 같다”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었다. 아내, 아들과 함께 교회를 다녀와 식사를 마친 참이었다.

“일요일에는 가족들과 교회에 시간을 보내요. 본방사수는 못했어요. 제가 출연한 것을 잘 못보는 편이라…. 스마트폰으로 조금씩 봤습니다. 방송 이후에 ‘집사부일체’(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 작가님에게 오랜만에 연락도 받았네요.(웃음)”

가정사를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을까. 아들에 대한 조심스러운 질문에 권오중은 “감사한 일”이라며 “행복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음…. 혁준이의 상황이 ‘아픔’이라기보다 우리 가족에게는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이가 걸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아이를 통해서 어떤 게 행복하게 사는 것인지를 배웠습니다. 우리 아이가 아니면 모르고 살았을 텐데, 혁준이를 통해서 사랑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 거 같아요.”

‘궁민남편’의 메인 연출을 맡고 있는 김명진 PD는 이와 관련된 비하인드를 이데일리에 전하기도 했다.



“가정에 충실한 사람이 한 번 쯤 노는 마당을 마련해주는 것이 저희 ‘궁민남편’의 취지죠. 처음 방송 시작 때 권오중 씨가 어떻게 살고 있는 지를 알아야 해서 집에 찾아가 VCR을 찍었습니다. 아들 이야기가 알려지는 것을 불편해할 수 있겠다 싶어 그 이야기는 안 하셔도 된다고 했거든요. 그랬더니 ‘시청자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다. 내가 실제로 놀 때 하는 것이 전부 아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고, 그게 나의 행복인데 어떻게 다른 것을 한다고 이야기 하겠느냐’고 하더군요.”

김 PD는 또 다른 이야기를 덧붙였다.

“보통 집에서 촬영을 할 경우 저는 방 한 군데서 모니터를 합니다. 집안에 설치된 카메라를 CCTV 분할 화면처럼 지켜보는 것이죠. 오중이형 서재에서 모니터를 하게 됐는데, 책장에 꽂혀 있는 사회 복지에 관련된 책들이 전부 너덜너덜해져 있더군요. 그 때 알았습니다. 이 형은 ‘진짜’구나. 제가 ‘궁민남편’에 진심을 다하고 진정성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이유입니다.”

제작진과 멤버들의 진심은 조금씩 통하고 있다. 진심을 녹여 만든 진정성 있는 이야기들에 시청자들이 점차 마음을 열고 있는 것. 최근에는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과하지 않게 담아내 공감을 사면서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자아내 호평 받고 있다.

권오중은 ‘궁민남편’ 멤버들 간의 따뜻한 호흡에 만족하고 있었다.

“인표 형님이나 용만 형님이나 너무 좋으시고, 정환이, 태관이도 도 마찬가지지로 방송을 떠나 인간적으로 정말 좋은 사람들이에요. 제가 어떤 상태이고,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도 다 알고 계시고, 모두 수용해주고, 다 이해해주시죠. 방송을 보면 ‘센터’ 자리가 있는데, 다른 프로 같으면 가운데 서고 싶어 하고, 경쟁을 하는데. 우리는 서로 그런 게 없어요. ‘센터’에 대한 생각도 없고, 서로 끝에 서려고 하고,(웃음) 그런 것들이 좋아요. 경쟁하려는 마음보다는 서로가 더 잘됐으면 좋겠고, 잘 보여지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죠. 그런 것들이 은연 중에 느껴집니다. 멤버들이 너무 착하고 좋아요.”

앞으로의 바람도 덧붙였다.

“시청률이 좀 잘 나와서 오래 갔으면 좋겠다는 댓글들을 정말 많이 봐요. 저희보다 시청자 분들이 더 걱정하시죠.(웃음) 저희는 큰 욕심 없습니다. 어느 정도 안정적인 시청률로 꾸준하게 갔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저희가 50년 넘게 살아온 사람들이잖아요. 살아가는 이야기를 저희가 진실 되게 보여드리고 온 가족들이 보면서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예능이 아닌 드라마나 영화에서 만나 볼 수는 없을까. 마지막 질문에 권오중은 “연기는 제 권한이 아니다”라며 웃었다.

“아시다시피 제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에요. ‘다음 달부터 연기를 해볼까?’ 하는 위치가 아니죠.(웃음) 저는 선택을 하기보다는 받는 배우입니다. 더 열심히 하다 보면 작품에서도 뵐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