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밤엔 구자욱과 스윙소리만 있었다

by박은별 기자
2015.02.13 07:27:28

일본 오키나와에서 훈련 중인 삼성 구자욱.(사진=박은별 기자)
[오키나와=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 12일 밤 10시. 일본 오키나와 삼성 선수단의 숙소. 숙소를 따라 해변가를 걷고 있었다. 멀리서 푸른 유니폼이 보였다. 스윙을 하고 있다. 궁금해서 가까이 다가갔다. 삼성 구자욱이었다.

핸드폰으로 음악을 틀어놓고는 해변을 바라보며 혼자 스윙을 하고 있었다. 30분째 스윙 중이란다. 그것도 숙소 맨 끝 외곽진 곳에 자리를 잡고 말이다.

밤 10시. 게다가 이날은 삼성 선수단이 쉬는 날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쉬는 날엔 야간훈련이 있었지만 올해부턴 달라졌다. 휴식일 전날 평소보다 더 늦게까지 훈련을 하고 그 다음 날은 완전한 휴식을 줬다.

구자욱에게 물었다. “쉬는 날인데 왜 이 시간까지 스윙을 하고 있나요.” 구자욱은 답했다. “내일부터 훈련하니까요.” 다음 날 훈련에 앞서 스스로 준비를 하고 있던 시간이었다.

흔적을 남기고 싶었고 알리고 싶었다.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더니 구자욱은 “설정처럼 보일 것 같다”며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기고 우겨서 증거 사진을 남겼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훈련 중인 삼성 구자욱.(사진=박은별 기자)
구자욱은 2015시즌 삼성 스프링캠프의 핫 스타다. 지난 2012년 대구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한 프로 4년차. 아직 한 번도도 1군에서 뛴 기록은 없었다. 지난 2년간 상무에서 활약한 바 있다.

구자욱은 “새얼굴 발굴이 2차 캠프 목표다”고 밝혔던 류중일 감독이 유심히 지켜보는 선수였고 류 감독의 바람을 가장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선수기도 하다. 잘생긴 외모에 타구단 감독들까지 인정한 실력까지, 구자욱은 현재 삼성 캠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다.

성실함과 열정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남았다. 잘생긴 선수들은 왠지 인물값(?)을 할 것 같은 편견도 있었던 탓이었다. 구자욱도 주변의 걱정을 의식한 듯 “유혹의 손길에 넘어가지 않고 야구에만 집중하겠다”는 다짐도 밝힌 바 있었다.

삼성 캠프 입성 첫날 우연히 마주하게 된 구자욱은 그러한 우려(?)를 훌훌 떨쳐내기 충분했다. 성실함과 열정까지 한 번에 증명해 보인 장면. “아직 감독님께 보여 드릴 게 많다”던 그의 말을 현실로 만들려는 듯 그는 그렇게 남몰래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구자욱은 그 뒤로도 한참을 스윙하지 않았을까. 삼성 숙소의 그날 밤엔 구자욱의 스윙소리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