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 드라마 ‘총리와 나’를 위한 '긍정의 시선'

by강민정 기자
2014.02.05 08:08:34

윤아, 20대 여배우의 한 축으로 가능성↑
착한 드라마, SM C&C만의 색깔로
쪽대본-생방송 촬영 NO..원스톱 세트 YES!

총리와 나 포스터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KBS2 월화 미니시리즈 ‘총리와 나’가 막을 내렸다. 평가의 시간이다. 쓴 말이 먼저 나온다. 대진운이 독했다. 하지만 시청률 이탈을 막을 자체적인 힘도 부족했다. 배우 채정안이나 윤시윤, 류진 등 조연들의 활약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했다. 다른 드라마와 비교해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 않았음에도 풍성한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내진 못했다. 결과적으로 ‘3등 작품’은 아쉬운 평가를 듣기 마련이다.

그래도 잘한 뭔가는 분명 있었다. 지금 ‘총리와 나’에게 필요한 건 드라마가 우리에게 강조한 긍정의 힘이다. ‘총리와 나’엔 긍정의 아이콘을 연기한 걸그룹 소녀시대의 윤아가 있었고 긍정의 메시지를 잃지 않은 제작 방향이 확고했다. 긍정적인 촬영 환경을 위해 노력한 모든 스태프의 합심도 빛을 냈다.

윤아는 ‘총리와 나’로 20대 여배우의 또 다른 한축을 형성할 만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긍정 여사’ 윤아, 20대 여배우의 한 축으로

‘총리와 나’의 가장 큰 발견은 윤아였다. 스스로에게 가장 어울리는 캐릭터 남다정을 만난 윤아는 제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웃기도 울기도 잘했고, 분노하기도 엉뚱하기도 기특하기도 했다.

윤아가 보여줘야 할 캐릭터는 꽤 많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패기의 연예부 기자가 시작이었다. 치매에 걸린 아빠를 위해 위장 결혼을 감행하는 효녀의 면면도 있었다. 무뚝뚝한 가장을 따뜻한 아버지로 바꾸는 현모양처의 기질도 있었고, 자기 배아파 낳지 않은 세 아이의 마음을 사는 모성애도 끌어내야 했다. 한 나라의 모든 일을 도맡아하는 국무총리의 아내로서 외조도 톡톡히 해야했다. 속세에 물든 다른 정치인 아내들과 다르게 20대라 믿기지 않을 만큼 기특한 생각을 하는 센스도 필요했다.

이러한 남다정 캐릭터를 관통한 하나의 표현은 ‘긍정의 아이콘’이었다. 아이들과 친해지는 과정에서도, 시작은 사랑이 아니었지만 끝은 사랑으로 끝낸 과정에서도 윤아는 ‘잘 될 거야’라는 남다정의 밝은 면을 부각시켰다. 평소 성격도 밝고 활달한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라는 윤아가 남다정과 가장 닮은 부분이기도 했다.

‘너는 내운명’, ‘신데렐라 맨’, ‘사랑비’ 등으로 작품활동을 이었지만 연기적으로 평가는 목이 말랐다. 20대를 대표하는 여배우로서 윤아에게만 맡길 수 있는 캐릭터 색깔을 분명히 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 동안 청순한 비주얼에 묻혔던 윤아의 연기 진가가 ‘총리와 나’의 남다정이란 색다른 인물을 통해 한꺼풀 포장지를 벗겨낸 분위기다. ‘총리와 나’는 분명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로 하여금 윤아를 다시 보게 만든 작품이었을 터다.

‘총리와 나’는 자극적인 소재와 특별한 장치 없이 끝까지 그만의 색을 잃지 않고 ‘착한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제작사의 초심을 지켜냈다.
◇‘긍정 메시지’ 플롯, SM C&C의 색으로

윤아의 캐릭터 면면은 물론 ‘총리와 나’ 전체적인 톤도 긍정에 맞춰졌다. 아빠는 딸의 행복을 위해 희생했고, 남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악행을 일삼던 이들도 반성했다. 절대 열리지 않을 것 같은 아이들과 총리의 마음도 열렸다. ‘총리와 나’는 ‘세상에 노력해서 안 되는 건 없다’는 마음으로 ‘진심은 통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힘썼다. 사실 이와 같은 플롯은 빤하다. 권선징악, 인과응보, 개과천선 등으로 표현되는 기승전결이었다. 이런 탓에 식상함을 느낀 시청자들이 이탈한 면도 있을 터고, ‘오그라든다’는 평도 있었겠지만 ‘총리와 나’는 초심을 지키는 편에 섰다.



이는 제작사 SM C&C의 색이기도 하다. SM C&C는 ‘총리와 나’를 내놓을 당시 ‘착한 드라마’, ‘편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를 지향한다고 했다. ‘총리와 나’는 물론 MBC 수목 미니시리즈 ‘미스코리아’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제작되고 있다. 정창환 SM C&C 대표 역시 이 같은 매력을 잃지 않겠다는 각오를 어필해왔다. 당장의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봤을 때도 여운이 느껴질만한 따뜻한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게 SM C&C의 생각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자극적인 소재와 장치로 점철된 요즘 안방극장이다. 시청률을 위해 애정신을 과하게 삽입하기도 하고, 없었던 관계 설정이 튀어나오기도 하는 게 다반사다. 더더군다나 ‘총리와 나’는 그 동안 대중의 관심을 사지 못한 장르인 정치이야기, 기자들 이야기 모두를 안고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총리와 나’는 마지막회에서까지 이범수와 윤아의 키스신 혹은 백허그신 등 애정신 하나 없이 악수로 마무리 됐다. ‘이 장면이 누구를 위해 필요한가’는 고민을 끝까지 놓치지 않은 덕이다.

‘총리와 나’는 쪽대본 없는 현장, 빠짐 없는 예고편 제작, 원스톱 촬영 시스템 등 3가지 원칙을 철칙으로 삼는데 합심했다.
◇‘긍정 환경’ 촬영시스템, 3有의 철칙으로

제작사의 이러한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를 바꾸는 원천이 되기도 했다. 의식의 변화를 꾀하는 건 환경의 변화라는 게 SM C&C의 판단이었다. ‘총리와 나’는 촬영 현장도 ‘긍정적’이었다. ‘총리와 나’ 촬영시스템엔 ‘쪽대본’이 없었고 ‘예고편’이 매회 달렸다. 촬영되는 ‘실내 세트’의 99%가 한 공간 내 위치했다.

‘총리와 나’는 첫회를 촬영하고 마지막회를 찍은 4일까지 수 개월 동안 단 한번의 쪽대본도 없었다. 대본이 밀려 배우와 스태프가 기다리고, 몇줄의 대본이 실시간으로 배달(?)되는 급박한 환경에서 촬영이 진행되지 않았다. 그런 여유가 있었던 덕에 윤아의 연기도, 이범수와의 멜로 호흡도 호평을 끌어낼 수 있었다. 대본을 들고 배우와 제작진, 스태프끼리 대화를 나눌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예고편이 매회 달렸다는 것 또한 중요한 의미다. 다음 회에 어떤 내용이 전개된다는 걸 보여주는 예고편은 수십 초에 불과한 영상이다. 하지만 해당 회의 촬영이 어느 정도 진행되지 않으면 제공할 수 없는 영상이기도 하다. 매회 예고편이 제공됐다는 건 ‘총리와 나’가 오늘 찍어 오늘 방송하는 생방송 촬영 일정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를 가능하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은 ‘원스톱 촬영 세트’에도 있었다. 경기도 일산 킨텍스의 한 켠에 마련된 ‘총리와 나’ 실내 세트장에는 총리의 공관을 비롯해 남다정의 집, 권율의 집, 스캔들뉴스 회사 등 이야기의 주된 배경이 된 실내 공간이 모두 모여있었다. 실제 청사 안에서 찍는 신이나 건물 내 계단, 엘리베이터 등에서 촬영되는 신 외엔 모두 한공간에서 이뤄졌다. 시간이 절감됐고, 배우들은 물론 제작진과 모든 스태프의 피로도가 반감될 수 있었다.

‘총리와 나’의 한 관계자는 이데일리 스타in에 “아역들부터 나이 지긋한 스태프까지 참 다양한 연령층의 식구들이 함께 한 작품이었다”며 “모두가 합심해 착하고 밝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긍정적인 마인드를 놓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총리와 나’가 시청률 면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면 정말 더 좋은 계기가 됐을텐데 아쉬운 부분도 크다”면서 “하지만 분명 다른 작품과 차별화된 밝은 캐릭터, 착한 메시지, 바람직한 촬영환경이 있었다는 데 자부하며 ‘총리와 나’가 오래도록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을 작품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