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만난 캘리그라피] 감성 가득 손글씨, TV를 홀리다
by고규대 기자
2013.05.22 08:26:27
타이틀로고에 캘라그리피 인기...사람 냄새 나는 글씨 매력
| 배우 겸 캘리그라피 아티스트 조달환이 KBS 예능 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선보인 캘리그라피 ‘운동은 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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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운동은 밥이다’ 직접 쓴 거예요?” 강호동의 말에 조달환이 미소를 짓는다. ‘밥’의 초성인 ‘ㅂ’을 하얀 쌀이 가득 담긴 고봉밥으로 표현한 게 독특하다. 글자에 숨어있는 또다른 매력을 표현하는, 바로 캘리그라피(Calligraphy)의 세계다.
최근 배우 조달환이 KBS 예능 프로그램 ‘우리 동네 예체능’과 KBS 드라마 ‘천명’의 타이틀 로고를 직접 써 선보였다. 캘리그라프가 TV와 만나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매개체가 됐다.
캘리그라피는 손으로 쓴 글씨체를 일컫는 용어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폰트나 동(동) 활자 자판과 달리 사람이 손으로 쓰는 글씨체다. 쓰는 사람에 따라, 쓰는 도구에 따라, 쓰이는 바탕에 따라 갖가지 매력을 준다. 캘리그라피는 형상, 이미지, 풍자 등 크리에이티브의 요소가 가미된다.
TV 프로그램의 타이틀로고에서 캘리그라피가 많이 쓰인다. ‘직장의 신’ ‘산 너머 남촌에는’(이상 KBS), ‘잘났어, 정말’ ‘구암 허준’ ‘최고다 이순신’ ‘백년의 유산’ ‘구가의 서’(이상 MBC) ‘당신의 여자’(이상 SBS) 등이 대표적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주로 사극에서만 쓰이던 것과 비교하면 쓰임새가 넓어졌다.‘최고다 이순신’은 폰트 체와 캘리그라피의 조화로 드라마의 소재를 잘 드러내고 있다. MBC 미술센터 박명호 그래픽담당 부장은 “캘리그라피가 아날로그적 감성을 갖고 있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과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 MBC 미술센터 박명호 그래픽 부장이 작업한 MBC 드라마 ‘잘났어 정말’의 타이틀로고는 마치 실제 말의 억양이 귀에 들리는 듯 쓰여져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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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로 만들어진 타이틀 로고는 색다른 맛을 준다. 네모 칸 안에 가지런히 정돈된 폰트보다 정감이 있어 사람 냄새가 난다. 특히 사극 로고에 캘리그라피가 많이 쓰이는 이유다. 캘리그라피스트 강병인의 작품으로 주목받은 ‘대왕세종’ ‘공주의 남자’ 등의 타이틀 로고가 대표적이다. ‘짝패’ ‘선덕여왕’ ‘무사 백동수’ 등 사극도 캘리그라피로 타이틀로고를 써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했다.
캘리그라피는 붓이 주로 쓰이지만 나뭇가지, 풀잎, 갈대 등 다양한 도구도 사용된다. 두껍거나 가늘거나, 흐르거나 멈추거나, 강하거나 부드러운 움직임 하나 하나가 매력을 갖고 있다. 그 덕분에 캘리그라피로 쓰인 TV 프로그램 타이틀 로고는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 된다. 배우 겸 캘리그라피 아티스트 조달환은 “손글씨가 갖는 매력은 무엇보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글씨라는 것이다”며 “‘천명’처럼 드라마의 내용과 성격을 함축적으로 알리기 위해 캘리그라피가 선택되는 이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