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진 `남격`vs길 잃은 `무한걸스`

by양승준 기자
2012.07.19 08:58:04

KBS2 ‘해피선데이’ 코너 ‘남자의 자격’과 MBC ‘무한걸스’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이경규·김국진. 김신영·신봉선. 출연진은 화려하다. 하지만, 프로그램 속 웃음의 강도는 떨어졌다. 외화내빈(外華內貧). KBS2 ‘해피선데이’ 코너 ‘남자의 자격’과 MBC ‘무한걸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KBS·MBC 예능국이 속앓이중이다. 주말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률 고전을 면치 못해서다. 지난 2010년 시청률 20%를 웃돌기도 했던 ‘남자의 자격’은 최근 시청률이 반 토막 났다. ‘무한걸스’는 지난 15일 방송이 1.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 참사’ 수준이다. 쟁쟁한 출연진을 두고도 두 프로그램이 빛을 바란 이유는 뭘까?

“분위기가 진지하다 못 해 침체됐다.” 배우 주상욱이 ‘남자의 자격’ 합류 후 한 쓴소리다. ‘남자의 자격’ 속 웃음의 강도가 떨어진 것에 대한 직언이다. 올해 4년째를 맞은 ‘남자의 자격’은 최근 힘을 잃었다는 평이다. 도전, 미션 등이 식상하고 약하다는 지적이다. 시청자 게시판에도 비판 의견이 적잖다. 김교석 방송평론가는 “최근 ‘남자의 자격’은 미션 주제가 너무 소극적”이라며 “청춘 멘토 등 지나치게 예능을 공익화하려해 재미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미션이 소소해 출연자들의 도전에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아쉬움도 있다. 멤버들 사이 갈등 관계가 ‘실종’된 것도 문제다. ‘남자의 자격’은 큰 형 이경규를 견제할 캐릭터가 전무한 상태다. 제작진은 최근 주상욱과 개그맨 김준호를 새 멤버로 투입해 분위기 전환을 꾀하고 있다.주상욱 등 새 멤버 합류 후 지난 15일 첫 방송이 시청률 11.9%(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을 기록하며 기지개를 켰다. 지난 4월22일 이후 12주 만의 시청률 10% 돌파다. 하지만 시청자 이진영 씨는 “‘남자의 자격’은 너무 정적이다”며 “새 멤버 외에 김태원 이윤석 윤형빈 등이 좀 더 치열하게 웃음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MBC 파업 여파로 인한 지상파 편성이 ‘악수(惡手)’가 됐다는 지적이다. 시청자는 리얼버라이어티 속 캐릭터 변화를 지켜보며 예능을 즐긴다. 이는 올해 7년 차가 된 ‘무한도전’의 장수 비결이다.

하지만 ‘무한걸스’는 이미 캐릭터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지난 6월17일부터 갑자기 지상파에 편성됐다. 시청자가 프로그램과 정서적 유대감을 쌓을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무한걸스’를 모르던 시청자에게는 멤버들의 행동이 뜬금없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무한걸스’는 케이블채널 MBC에브리원에서 지난 2007년 첫 방송돼 시즌제를 거듭하며 인기 콘텐츠로 떠올랐다. 지난 2010년에는 송은이·김신영·신봉선·황보·안영미·백보람 등이 투입되며 자리를 잡는 모양새였다. ‘무한걸스’는 채널을 옮기며 오히려 발목을 잡혔다. 김교석 씨는 “‘무한걸스’가 케이블에서 지상파로 넘어가면서 수위 면에서 몸을 사리는 게 느껴진다”며 “‘무한도전’ 패러디를 내세우는 것도 독이 됐다”는 의견을 내놨다.